7월의 습기를 머금은 후덥지근한 공기와 날마다 반복되는 지루한 기다림으로 하루를 견딘다. 견딘다가 버틴다가 되고 결국 내 시간이니 이 속에서 나마 나를 인식하며 즐길 수 있는 일, 어쩜 나의 자존을 지키기 위한 최후의 보루 같은 비상한 심정으로 책을 대한다. 머리 속엔 끊임없는 어떤 이야기들이 들락거리며 세상의 빛을 보고 싶은 끝없는 욕망을 보이고 있지만 잠시 다둑거린다. 숙성되지 않은 이야기들은 자칫 치기에 불과할 것이 염려가 되기도 하지만 기실 얼키설키 얽힌 이야기들이 아직 제 자리를 찾고 있지 못하다가 솔직한 표현이리라. 아니면 게으름이 주는 변명인가?
이번 주에는 역시 김연수의 장편소설 한 권과 , 에너지버스, 그리고 2012 젊은 작가상 수상작품집을 택했다. 언젠가 세상에 나오길 기다리는 내 이야기들을 위해 나는 보충제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손보미, 80년생 2009년에 21세기 문학으로 신인상을 수상하고 201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담요’가 당선돼 등단했다고 한다.
소설을 읽으면서 그 다음에 전개될 이야기에 대한 호기심, 그것은 우선 독자에게 그 이야기를 계속 읽고 싶어지도록 한다. 우선은 재미, 그리고 드러내놓지 않는 행간 속에서 독자가 읽어 내려갈 여백이 느껴지는 작품, 장식적 요소로서 아름다운 문체랄까 그런 요소들이 있는 소설을 쓴 작가의 작품을 계속 읽어보고 싶은 그래서 어느 새 그 작가의 팬이 되어버리고 만다. 최근에 읽고 있는 김연수가 그렇다. 사실 김연수의 작품들은 너무 어렵다. 그런데 오늘 읽은 손보미, 오늘의 작가상을 받은 그녀의 작품은 어렵지 않고 그닥 아름다운 문체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다음 이야기에 대한 호기심이 발동한다. 김화영님의 말씀처럼 그 잔상이 오래 남는다고나 할까. 아직 피어 오르는 꽃송이가 분명하기에 다작이 아님에도 다음 작품을 읽어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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