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戀書시리즈 - 독후감

戀書 - 69 - 폭우

by thetraveleroftheuniverse 2012. 7. 11.

 

7월의 습기를 머금은 후덥지근한 공기와 날마다 반복되는 지루한 기다림으로 하루를 견딘다. 견딘다가 버틴다가 되고 결국 내 시간이니 이 속에서 나마 나를 인식하며 즐길 수 있는 일, 어쩜 나의 자존을 지키기 위한 최후의 보루 같은 비상한 심정으로 책을 대한다. 머리 속엔 끊임없는 어떤 이야기들이 들락거리며 세상의 빛을 보고 싶은 끝없는 욕망을 보이고 있지만 잠시 다둑거린다. 숙성되지 않은 이야기들은 자칫 치기에 불과할 것이 염려가 되기도 하지만 기실 얼키설키 얽힌 이야기들이 아직 제 자리를 찾고 있지 못하다가 솔직한 표현이리라. 아니면 게으름이 주는 변명인가?

 

이번 주에는 역시 김연수의 장편소설 한 권과 , 에너지버스, 그리고 2012 젊은 작가상 수상작품집을 택했다. 언젠가 세상에 나오길 기다리는 내 이야기들을 위해 나는 보충제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손보미, 80년생 2009년에 21세기 문학으로 신인상을 수상하고 201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담요가 당선돼 등단했다고 한다.

 

 

손보미의 '폭우'는 우연 속에 내포돼 있는 파국을 보여준다. 부부 두 쌍이 있다. 한 쌍은 하층 계급에 속해 있는 부부로 가난과 불운에 찌들어 있다. 또 다른 한 쌍은 비교적 재력이 있으며, 교양과 학식을 자랑한다. 소설은 이 두 부부의 행로를 엇갈리게 전개하면서 결국 이들이 교차하는 지점까지 나아간다. 그 결과 우연 속에 비극이 내포돼 있으며, 이는 어쩌면 피할 수 없는 필연이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특히 작가는 대화와 서술 이외에도 행간, 즉 언어와 언어 사이의 빈 공간을 통해 파국을 예고하고 있다. 문학평론가 김화영(불문학) 고려대 명예교수는 '폭우'에 대해 "말과 침묵 사이의 틈새로 흐린 욕망의 풍경을 언뜻언뜻 드러낸다"면서 "이 잔잔하고 불안한 한 편의 연극은 그 어떤 단정적인 해석도 거부하지만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면 그 잔상이 길게 남는다"고 평했다.

 

소설을 읽으면서 그 다음에 전개될 이야기에 대한 호기심, 그것은 우선 독자에게 그 이야기를 계속 읽고 싶어지도록 한다. 우선은 재미, 그리고 드러내놓지 않는 행간 속에서 독자가 읽어 내려갈 여백이 느껴지는 작품, 장식적 요소로서 아름다운 문체랄까 그런 요소들이 있는 소설을 쓴 작가의 작품을 계속 읽어보고 싶은 그래서 어느 새 그 작가의 팬이 되어버리고 만다. 최근에 읽고 있는 김연수가 그렇다. 사실 김연수의 작품들은 너무 어렵다. 그런데 오늘 읽은 손보미, 오늘의 작가상을 받은 그녀의 작품은 어렵지 않고 그닥 아름다운 문체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다음 이야기에 대한 호기심이 발동한다. 김화영님의 말씀처럼 그 잔상이 오래 남는다고나 할까. 아직 피어 오르는 꽃송이가 분명하기에 다작이 아님에도 다음 작품을 읽어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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