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戀書시리즈 - 독후감

戀書 - 65 - 거짓된 마음의 역사

by thetraveleroftheuniverse 2012. 7. 6.

 

 

 

 

인간의 진실을 찾아, 기록된 사실 이면에 숨겨진 굴곡을 역사 속에서 다각도로 보여주는 작가의 뛰어난 상상력과 사실의 엮임에 찬사를 보내며 읽어 내려간 김연수님의 나는 유령작가이다.’속의 거짓된 마음의 역사라는 단편소설이다. 유령작가라는 것은 아마도 여기서의 의미는 대필작가쯤이 아닐까? 역사 속의 인물을 대신해서 대필하는 작가, 그 작가의 글의 흐름에 따라 나타나지 않았던 역사 속의 진실을 찾는 주인공들 그리고 후대의 독자들과의 상관관계의 초점을 예리하게 엮어 내려가는 작가의 필력에 다시 한번 찬탄을 하게 된다.

 

서간체 형식을 띤 「거짓된 마음의 역사」는 19세기말 조선에 파견된 미국인 간호사를 찾아 데려오는 일을 맡은 미국인 사설탐정 벤저민 스티븐슨의 편지 여섯 통과 미국공사관 파커 서기관의 편지 한 통으로 이루어져 있다. 탐정 스티븐슨은 조지 워싱턴 브룩스 씨에게 약혼녀 엘리자베스 닷지 양을 무사히 데려다   주는 임무를 지고 한국까지 그녀의 행방을 추적해왔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닷지 양을 만난 탐정은 그녀와 조선에서 잘살겠다고 편지를 띄운다. 언뜻 농담처럼 느껴질 법한 이야기 속에 작가는 서양문명에 의해 형성된오리엔탈리즘의 문제를 뛰어나게 포착한다. “귀하가 믿는 사랑이 어떤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굳이 날짜변경선을 넘어 이 먼 동아시아까지 직접 오실 필요는 없습니다. (…) 총칼을 앞세우고 여기로 찾아온다고 해도 말릴 생각은 없습니다만, 우리를 찾지는 못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왜냐하면 인간은 자신이 상상한 것만을 볼 수 있을 뿐인데, 이곳에서 살아가는 우리에 대해 귀하는 그 무엇도 상상할 수 없을 테니 말입니다라고 쓴다. 미국인 사설탐정인를 화자로 배치하고 동아시아에 대한 전도된 오리엔탈리즘을 고백하도록 설정하여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녹록치 않은 작가의 내공을 엿볼 수 있다.

 

역사가 증명하는 사실들 바다와 육지의 경계선에서 살아가는 생물들의 속성을 지켜보면 세상의 모든 프런티어가 거기에 거주하는 생물을 얼마나 강하게 만드는지 깨달을 수 있습니다.” 색줄멸이라는 물고기와 미국의 Golden Mountain을 찾아 험한 태평양을 건너온 중국인들을 자신들의 상상한 것만을 볼 수 있는 프런티어라고 규정짓습니다.   

 

인간 자신들은 오직 상상한 것들만을 볼 수 있다는 작가의 말을 곱씹어 보는 하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