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탓인가, 氣가 빠지고 만사가 심드렁하니 자꾸 안으로만 사그라 드는 듯 하다. 내 에너지의 많은 부분이 책으로 부터 충당되는 것 같더니만 책도 읽히지 않고 생각도 없어지고 만사가 귀찮기만 하다. 요사이는... 아마 내 안에 갇히기 시작하는 징조인가 보다... 사실 또 시작이야, 겁부터 나는 나...
이럴때, 나를 좋아하는 혹은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 한바탕 속시원한 수다를 피우거나 슬슬 혼자서 하는 한가로운 산책으로 내 마음을 녹여야한다.
일찍 일어나 카메라를 챙겨 수다를 피우러 떠나고자 맘 먹었는데 늦으막히 일어난 아침에 그만 빗방울이 비치기 시작한다. 오야, 문자를 날린다... "비오네, 담에 가야겠네." "이곳은 비가 오지는 않고 잔뜩 흐리기만 한데... 편하실 데로..." 비를 핑계로 뒹글뒹글 잠을 청했지만 자꾸 오도도독 떨어지는 빗소리가 신경이 쓰인다... 에라, 일어나 비옷이라도 걸치고 월명산이라도 걸을까?
챙겨입고 나설려니 비는 그치고 맘은 저만치 달리고 있다..
그래 맘 먹은 김에 시원한 바람을 안고 달려가보자... 그렇게 도착한 곳이 김제 검단 공원이다.
와, 실내에서만 있었더니 이토록 아카시아가 흐드러지게 피어있다는 것도 모르공...
겁도 없이 전용도로에서 차를 멈추고 잠시 향기에 취해본다.
이제 꽃잎을 떨구고 자연의 이치데로 씨를 뿌리고자 폼을 잡고 있는 네 모습이 예쁘다. 민들레야!!!
수없이 마주치는 꽃분홍 작은 꽃잎을 가진 요놈의 이름은?
이름을 불러주지 못해 미안타, 애들아!!!
검단공원내에 오롯이 앉아있는 작은 연못엔
많은 붓꽃들과 수련들의 잔치가 한창이다.
그림자를 품고 있는 사람들에 끌리는 것처럼
그림자를 품고 있는 연못에 마음이 간다.
올듯 말듯 잔뜩 찌푸린 하늘 때문인지 공원안은 그지없이 한가로왔다.
"요즈음엔 책도 읽히지 않고 글도 써지지도 않고 자꾸만 마음이 밖으로만 달리네요."
"계절때문인가요?"
"저의 그림자에 대해 말해주세요."
"그림자, 영혼 같은것?"
"현실을 통찰할 수 있는 이지력의 소유자?"
"ㅋㅋ, 대학 때 누가 그러데요. 작은 일상에 감사하는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그래요. 일상을 풀어서 글을 쓸 수 있는 탁월한 재능?"
"그런 반면에 제 글엔 너무 현실성이 없어요. 제 한계를 느끼는 것 같아요."
"전 그런 관념의 세계에 대해선 쓸 수 없을 것 같아요."
"그래서 제 한계가 자꾸만 느껴져서요. 제가 뭘 쓸 수 있을 지 고민이에요."
나누는 대화속에서 내가 내 자신을 확인하고 상대로부터 또 다른 나를 확인 받는다.
내가 생각하는 나와
타인이 생각하는 나 사이의 거리를 측정하려든다.
아마도 내 자신의 부재를 혹은 허공에 떠 있는 나를 애써 현실로 불러들이고 싶은 것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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