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戀書시리즈 - 독후감

3 -'장자, 마음을 열어주는 위대한 우화'

by thetraveleroftheuniverse 2012. 3. 12.

어제는 집에 일찍 들어간 덕분에 10시 30분 쯤 부터 자기 시작했죠. 새벽 녁에 깨어 책 좀 뒤적거리다 잤는데 주말이라 마음이 한가해서 그런지 생각보담 일찍 일어났죠. 채비하고 나오는 길에 하도 날씨가 좋아 점방산(군산 월명산의 지류)까지 슬슬 산책을 했답니다. 호숫가를 돌고 싶은데 워낙 사람들에 많아서 일부러 한적한 길로 점방산을 택했습니다. 참 좋더이다. 혼자서 걷는 길은 내키는 데로 속도를 조절할 수 있고 내 나름의 사유의 세계로의 산책을 겸할 수 있어서...

 

걷는 내내 새벽에 읽은 '장자, 마음을 열어주는 위대한 우화'라는 책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내 한때 장자를 위시한 도가철학에 심취한 적도 있었는데 그때는 너무 어렸던 때라서 많은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멋만 부렸구나 그런 생각이 나서 피식 혼자서 웃었답니다.

 

 

지은이 정용선씨는 서문에 이렇게 고백합니다.

 

 

"매우 거침없고 흥미로운 장자의 여러 우화들을 그저 우화로 느꼈고 시간적으로든 공간 적으로든 나와는 먼 세상의 구름 잡는 이야기처럼 들렸다. 명료한 개념어도, 논리적 인과도, 부분적인 논리를 전체적으로 꿰는 큰 그림도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장자의 말들이 너무 어려워서 학문적으로 접근하기가 좀처럼 용이하지 않았다. 젊었을 당시는 나는 장자의 말 속에 담겨 있는 깊은 상징적 의미를, 표면적 언어 뒤에 숨어 있는 그 함의를 알아차릴 만큼 여유도 실력도 갖추지 못하고 있었던 것 같다. 허연 수염을 날리며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르고 나무 그늘아래 앉아 바둑을 두고 있는 모습이 장자와 겹쳐 보인 것은, 아마도 어깨너머로 배우고 들은 장자에 대한 선입견이었을 것이다."

 

 

 

저자의 고백을 들으며 나 또한 젊은 시절 장자를 신선놀음하는 멋쟁이라는 생각 그리고 나도 막연히 그런 경지에 이르고 싶은 환상을 가지고 놀았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저자는 오랫동안 성리학과 선불교를 공부하며 드디어 새로운 장자를 만났다고 합니다.

 

 

"장자는 우리 삶이 온전해지는 길, 편안하고 자유로운 삶의 길, 진정한 소통의 길을 제시한철학자 입니다. 장자가 권하는 그런 삶을 위해서는 세상의 모든 존재가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고 그 '다름'의 고유성을 평등한 마음으로 바라보는 자세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 대상을 있는 그대로 차별없이 비추는 거울 같은 마음을 갖는 것, 즉 허심(虛心)을 회복하는 마음공부가 필요함을 알게 되었다."라고 말합니다.

 

 

 

 

또한 저자가 희망한 것으로 '이 책을 읽으면서 독자들 역시 이 장자의 육성이 담긴 진실을 읽어 낼 수 있었으면 합니다. 그리하여 내가 장자를 통해 얻었던 공효(功效)들을 독자들도 경험했으면 한다. 장자와의 즐거운 소통이 이루어지길 바란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런 서문들을 읽고 시작한 장자와의 대면은 우선 소요유(消遙遊)에서 시작합니다.

 

 

 

 

도(道)를 향한 사유 여정의 시작 - 곤(鯤)과 붕(鵬) 이야기

참된 사유 여정을 위한 준비 - 매미와 메추라기 이야기를 읽고 가슴이 벅차 책을 덮었습니다.

 

 

전 참 어떤 것에 쉬 중독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한때는 콜라에, 소주에, 밀크화이트 초코릿에 또는 화투까지...ㅋㅋㅋ 스위스제 밀크 화이트 초코릿은 너무 맛있어 한때 냉동실에 너 뎃개 씩을 사다놓고 찔끔 찔끔 아껴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시드니에서 혼자인 쓸쓸함에 지쳐있을 때 화이트 초코릿은 나에게 달콤한 세상을 꿈꾸게 한 매개체였지요. 그러나 한꺼번에 많이 먹을 수 없었답니다. 너무 아까 와서, 쉬 먹어버리면 너무 빨리 내 환상에서 깨어 날까봐...

 

 

새벽녁 장자의 우화를 풀어 논 글을 읽다가 정말 오랫 만에 내가 화이트 초코릿을 아껴먹었던 그 시절로 돌아간 듯 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장자의 우화를 풀어나가는 즉 우화의 상징을 풀어나가는 저자의 박식함과 영민함 통찰력에 경도되고 말았습니다. 장자우화의 상징성을 풀어나가는 저자의 흐름을 따라 가다가 그동안 내가 읽어내려 간 30-40권의 심리학과 관련된 책들의 모든 내용들이 바로 장자의 우화 속에 내재되어 있음을 깨닫고 가슴이 벅찼답니다. 내가 그 책들을 읽으면서 사유해왔던 내 현실의 문제들이 장자의 우화들 속에서 단번에 찾아질 수 있다는 것에 압도되고 말았답니다.

 

 

내가 그동안 평소에 무의식적으로 지니고 있던 인식, 지식, 가치, 관념에 의문을 품기 시작하는 지금, 이때가 바로 내가 철학을 만나는 시점이구나,

 

 

도(道)를 향한 첫걸음의 시작이구나...

 

 

빨리 읽고 싶은 급한 마음은 일차적 욕구이고 읽으면서 사유하고 싶은 마음은 내 일차적 욕구의 제동장치입니다.

 

 

쉬엄쉬엄 점방산을 오르내리면서 잠깐이나마 장자와의 데이트가 참 좋았답니다. 상상속의 초대, 그대와 함께 걷을 수 있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던 아침 산책은 내 하루를 채워 줄 무진장한 에너지 공급원이 되었습니다. 청명한 날씨, 산이 내뿜는 기운 이 모든 것들이 나를 위한 하루를 준비해 주는 듯 잠시 그런 행복한 착각에 빠져 봤답니다.

 

 

오는 길에 주공 시장 들러 후리지아 한 다발, 봄동 걷절이, 시래기 찌게등을 사들고 왔답니다. 곧 이곳저곳에서 봄소식이 시속 60KM의 속도로 달려오겠죠. 이번 봄은 아마 나에게 그리고 그대에게도 참으로 아름다운 시간이 되기를 빌어 봅니다. 봄맞이 단장을 해야 하지 않을까, 무엇을 어떻게? 잠시 신호등에 멈춰 서 있는 긴 행렬의 차들을 보며 일상의 번잡함도 소중 하구나 애써 그렇게 생각해봤습니다. 또 오늘 하루가 아무 탈 없이 그렇게 가겠지, 조금은 안심도 되고, 또 아쉽기도 합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