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사이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서 그런지 깊은 잠을 자지못합니다.
룰루랄라 춤추고 있는 사념들이
꿈속에서 조차 제갈길을 가지 못하고 방황하는 듯 합니다.
자다 깨다 자다깨다를 반복하다 또 하루를 시작합니다.
그러다 보니 입맛이 없고 일은 해야하므로 에너지를 보충해야하는디...
생각다 못해 맛있는 거 뭐 없을까 생각에 생각을...
잡지책을 뒤져봐도 설래발래 다녔던 맛집탐험들 애써 기억해 봐도
딱히 생각나는 게 없습니다.
그런데 참 웃기게도 그런생각이 듭디다.
10만원쯤 투자하면 정말 맛있는뭔가를 먹을 수 있지 않을까?
무엇을 먹느냐가 아니라 얼마쯤 내가 먹을 수 있는 것에 투자할 수 있는가?
먹는데 10만원을 투자한다는 게 웬지 터무니없는 사치처럼 생각되어집디다.
아! 나를 위해 10만원쯤 투자해줄 사람이 있을까? 라는 유치한 생각까지 하게되고
한번 그 생각을 하니깐 자꾸 손을 꼽게 됩니다.
마음은 있어도 선뜻 10만원을 친구를 위해 투자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
ㅎㅎ 피식웃음도 나오고...
이 사람 저사람 생각을 하다 아하!! 드디어 찾아 냈습니다.
"나, 요새 입맛이 없어. 너 있는 데 맛있는 거 없어?"
"글쎄, 꼼장어, 회, 삽겹살... 근데 뭔일여? "
"응, 잠을 잘 못자나벼. 그래 입맛은 없는데 뭔가 먹고싶기는 하고."
"야, 네가 입맛이 없다니깐 이상타야. 당최 무슨 일인지."
말끝을 흐리더니만 바쁜지 감감 무소식.
"그럼, 숙제로 남길께. 맛있는 거 수배해노3."
그렇게 메세지를 주고 받다 말았는데 저녁 늦게 전화가 왔습니다.
"뭔일로 잠을 못자며, 왜 입맛이 없는지 이실직고 고해봐잉."
"그냥, 나도 잘 모르겠고... 야, 그나저너 너 날 위해 10만원어치 맛있는 거 사줄수 있지?"
강압적으로 들이대는 나에게
"어디 10만원 뿐이냐, 100만원도 사줄 수 있지."
오메! 내가 이 말이 듣고 싶었나 보다. 그래 괜실히 투정부렸나보다.
그만 피식 속으로 혼자웃으며 왠지 위로 받는 듯합니다.
"당장, 와라. 맛있는거 많이 많이 사주고 술도 사줄수 있응께."
"지금당장은 안되고, 내 일간 출타할테니 기다려."
"애인하고 같이 와라."
"미친, 애인은 무슨 애인, 이나이에.. 하하하!!!"
그렇게 통화를 마치고 나니 갑자기 나에게도
나를 위해 10만원쯤 투자할 사람이 있다는게 웬지 흐뭇합니다.
돈이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닙니다.
내가 서슴없이 부탁할 수 있고 그 이면엔 상대에 대한 믿음이 있기 때문이며
상대 또한 10만원쯤 투자해도 아깝지 않은 상대에 대한 배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저런 연유로 친구의 모습은 어떠해야 할까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관계의 속성을 자연을 방랑하는 태도로 접근해보면 어떨까"
라는 어떤 구절을 접해 본적이 있습니다.
자연을 방랑하는 태도라...
생각에 생각을 거듭해봅니다.
자연은 변화무쌍합니다.
사계절이 있으며 또한 날씨의 변화, 시간의 변화에 따라
형형색색 다양한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어디 친구뿐이겠습니까? 가족도, 애인조차도
상대에 따라 상황에 따라 가지가지의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예쁠때도 있고, 미울때도 있고, 슬플때도 있고 때론 고통으로 다가옵니다.
바위처럼 늘 한결같다가도 파도처럼 변화무쌍하고
태양처럼 뜨겁다가도 얼음처럼 차갑게 늘 곁에 있습니다.
상대의 변화에 따라서 나 또한
나의 모습을 다양하게 바꿔가는 유연성을 가질 수 있다면 ...
" 난 언제나 네편이야. " 이런 믿음 하나를 품을 수 있어
내가 어떤 모습이어도 언제나 내편인 그런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있다면...
나에게 10만원은 더 이상 10만원이 아니었습니다.
천만원도 되고 일억도되고...
관계의 척도를 돈 10만원으로 계산하는 내 속물근성을 탓해보며
꽃피는 봄날 버스타고 굽이 굽이 돌고돌아 만날 그녀를 위해
난 무슨 선물을 준비해야할까?
벌써 내 마음은 그녀가 있을 해운대 앞바다,
광안대교의 화려한 불빛속을 떠돌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