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은 낮에 먹은 돌돌말이 김밥때문인지 체한 듯
몸이 불편했습니다.
손님도 뜸하길래 일찌감치 가겔 닫고
은파 산책을 나갔습니다.
혼자걷기 쓸쓸할까봐
한참을 전화기를 놨다 폈다.
애라 그냥 혼자 걸을까?
날씨가 싸늘해서인지 산책로는 한가로왔습니다.
자꾸 우울모드에 빠지길래
상상속 애인을 불려들였죠.
안간다고 뻐드드길래 쥐어밖고, 손목비틀고, 쪼인트까고...ㅋㅋㅋ 넘 심했나?
아무튼 그렇게 해서 내 옆에 세워 나란히 나란히 발가락도 나란히...그렇게.
은파호수공원은 자정이 다 되어도
가로등불빛때문에 걷기에 부담이 없습니다.
간간히 마주치는 사람들 때문인지 그닦 한밤중도 한밤중이 아닙니다.
나란히 걷는 놈에게 이런 저런 수다를 피우다가 갑자기 피식 웃음이 나왔습니다.
" 몇분의 산책조차 혼자하기 싫은가벼? "
" 몇분의 산책이라고요. 하루종일 혼자 였잖아요. 어제도 오늘도 아마 내일도..
맨날 혼자밥먹고, 혼자 놀고, 혼자자고, 혼자울고, 혼자자자자자...."
그렇게 대화를 하고 있더라고요.
"팔자인가벼.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 했거늘...
30년을 넘게 그렇게 혼자인것이 아직도 그렁가?"
"인자 혼자이기 싫다고요. 나도 좀 같이 밥먹고, 같이 자고 그렇게 남들하고 똑 같이 살면 안되남요?"
갑자기 그런 수다를 피우고 있다보니
가슴이 턱막히고 짜르르 손가락 끝까지 전달되는 그 무엇.
한참을 차가운 의자에 앉아 물끄러미 호숫물 속에 시선을 던져보았습니다.
"으응, 그래. 혼자여서도 넌 씩씩하게 잘혀고 살았잖여.
앞으로도 그럴텐데. 그냥 네 팔자라고 생각하고 푸념하지 말랑게."
그렇게 구시렁 구시렁 거리다가 먼 옛날, 내 찬란했던 젊은 시절..ㅋㅋㅋ
그 생각이 났답니다요. 내 30대 초반, 90년대 초반...
그때 방콕에서 여행사를 다니고 있었거든요.
관광비자로 나갔던 참이라 3개월에 한번씩 비자클리어를 해야했지요.
즉 3개월에 한번씩 여권에 입출국도장이 있어야만
불법체류자가 되지않고 머물수가 있었답니다.
나중에서야 약간의 편법을 사용해 나가지않고도 여권출입국도장을 찍을 수 있었지만
처음 2여년 정도는 여행삼아 말레이시아페낭, 싱가포르등을 이모네집 방문하듯
그렇게 쏘다녔죠. 그땐 우리말로된 여행책자가 없었던 시절이었던 때여서
일본어로 된 세계를 가다 시리즈 한권씩 들고 베냥메고, 사진기 들고...
혼자서 이곳 저곳 이름도 모르는 동네를 걷고 또 걷고...
걷다가 지치면 먹고, 마시고... 간간히 베냥여행하는 일본애들을 만나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답니다. 말이 통해서 정보를 많이 얻을 수 있었으므로...
그렇게 2여년을 혼자하는 베냥여행으로 동남아를 뻔질나게 드나들면서
참 많은 인연들을 만났었는데 지금은 이름조차 기억이 없네요.
제가 참 겁이 많거든요. 근데 그때 혼자서 그렇게 여행을 할 수 있었다는게
참 신기하답니다. 무슨 배짱이 그렇게 두둑했을까?
그 배짱요. 바로 호기심이었답니다. 내가사는 세상과 다른 세계를 보고 싶은...
약간의 우월감, 인생을 쾌락을 누릴수 있는 장으로 보았던 시선...
그리고 가장 강력했던 후광은 ㅋㅋㅋ
바로 울 외할아버지였담요.
전 외할아버지손에서 자랐데요. 그래서 할아버지에 대한 추억이 참 많다요.
초3학년때쯤 돌아가셨는데 ...
그렇게 이국만리 타향을 정처없이 쏘다닐때 그런 생각 참 많이 했답니다.
" 할아버지가 날 지켜주실거야." 왠 뜽금없이...
그때는 이상하게도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나의 든든한 수호신이었습니다.
ㅋㅋㅋ 그런 염력때문이었는지,
전 무사히, 즐겁게, 그 많은 여행을 할 수 있었던것 같습니다.
가는 곳곳마다 왜케 사람들은 이 예쁘지도 않은 여자에게 친절했던지...
참 알수 가 없습니다. 지금도... 다만 그 방면에선 난 행운아였었네...
어젯밤 혼자하는 산책...
억지로 까고쪼여서 상상애인을 불러들여 같이 걸었던길...
그놈과 이런저런 수다를 피면서 잠시 내 젊었던 시절의 찬란함속에 빠져봤답니다.
근데 참 신기하게도
비록 실체는 아니었어도 누군가와 함께 걷는다는 것이 참으로 좋습디다...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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