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명산 한켠에 자그마한 호수가 앉아있습니다.
호숫가를 따라 걷다보면 보이는 정경들도
사르락 사르락 그렇게 마음속으로 걷는 속도 만큼 들어옵니다.
걷다보면 물가 한켠에 아름드리 편백나무 몇그루가 건장한 사내들마냥
그렇게 떡 버티고 있고 그들 곁엔 평상이 놓여 있습니다.
가끔씩 그 평상에 앉아 호수를 건너다 보며 즐건 상상에 빠집니다.
여름 한철 송글송글 맺힌 땀을 식히려
평상위에 앉아 편백나무에 가만히 기대봅니다.
땀을 식히며 앉아 있으려니
솔솔 실바람이 불어 편백님이 몇잎 나에게로 날아옵니다.
머리위로 날아온 편백잎이 따끔거리기도 합니다.
어느날 책 한권을 끼고 한가히 그곳에 누워 책을 보다, 하늘을 보다...
심심하여 발로 툭툭 편백나무를 건드려 봅니다.
턱턱 맨발로 느껴지는 진동이 오히려 내 온몸으로 울립니다.
이놈은 지금 나에게조차 피톤치드를 내뿜는게 아닐까?
자신을 온갖 해충으로 부터 보호하기 위해 내뿜는 생에 대한 본능
나도 잠시 그에게서 한 마리 해충으로 기억되었을랑가?
어느날 두껍고 딱딱한 편백나무껍질을 살살 긁어보았습니다.
한주먹 쫘악 벗겨보고싶은 이 야릇한 못된 심정....
그놈도 조금은 아팠을까?
혼자서 이러쿵 저러쿵
호숫가 오롯이 서있는 편백나무 몇그루를 빌어 즐거운 상상을 했습니다.
내 상상속 애인은 편백나무 같은 사람인것 같습니다.
나같은 해충으로 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열심히 열심히 피톤치드를 내뿜는...
나는 그런 그놈이 얄미워
가끔씩 발로도 이마로도, 손바닦으로 툭툭 건드려봅니다.
어느날 너무 얄미울때
쫘악쫙 누구볼세라 편백나무 껍질을 벗겨보는 즐거운 상상을 합니다.
그만큼 상처를 주고 싶은 이 야릇한 못된 심뽀!!!
가끔씩 아주 가끔씩
호젓한 시간대를 골라
편백나무 몇그루 곁에 앉아있으면
이런 저런 상념에 시간은 온데간데 없고
즐겁고, 얄궂은 상상만 두둥실...
내 마음 언저리를 맵돕니다.
'일상다반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 놀이에 대한 변 (0) | 2012.02.10 |
---|---|
내 마음 들여다보기 (0) | 2012.02.07 |
有朋 自遠方來 不亦樂乎(멀리서 친구가 찾아오니, 어찌 기쁘지 않을손가?) (0) | 2012.02.05 |
우물이야기 (0) | 2012.02.04 |
내 안의 어린아이와 만나기. (0) | 2012.01.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