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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카페 숨에서의 어떤 하루

by thetraveleroftheuniverse 2010. 10. 30.

10월에 들어와 무슨 일인지 매출이 확확 떨어졌다.

내 요리에 뭔 문제가 있나? 고 자책도 해보고

전체적인 주변분위기가 침체되었다더니 그 여파겠지 위로도 해보고...

암튼 좌불안석 그렇게 10월이 가려하고 있다.

그제 점심 어젯저녁 모처럼 만에 카페숨에 활기가 넘쳤다.

자랑같지만 자리가 없어서 어떤고객님은 그냥 가셨단다.

난 부엌에서 요리를 담당하고 있는지라  요리를 하는 틈틈히 바깥의 동정을 살핀다.

유난히 문소리가 딸랑거리는 날

오히려 난 더 맘이 차분해지고 긴장이 된다.

겨우 테이블 7개뿐인 작은 곳이지만

한꺼번에 테이블이 꽉차고 좔좔 주문이 들어오면

혼자서 요리를 해야하는 나는 사실 정신이 없다.

예전에 내가 서빙을 담당했을때는 무조건 주방에 재촉을 하곤 했었는데

지금 요리를 담당하게 된 나는

서빙쪽에서 재촉을 하든 말든 내 페이스데로 침착하게 요리를 한다.

바깥쪽 동정이 어쨎든 난 바쁜 틈세로 잠깐 잠깐

내 고객님들의 얼굴도 슬쩍 슬쩍 컨닝도 해보고

인사할 사람들이 인나, 목소리도 확인하고...

ㅋㅋㅋ 그러다가 간혹 청경채니, 월남고추를 빼놓고 요리할 때가 있다.

또 가끔씩 해물누룽지탕에 월컥 참기름이 쏟아질 때도 있고...

다된 요리가 손에서 미끌어져 바닦에 쏟을 때도 있고,,,

암튼 이 새내기 요리사는 좌충우돌 주방에서 별별짖을 다 해내고 있다.

 

어느날 내 손을 보고 참으로 놀랐던 적이 있다.

그 고왔던 내 손의 자태가 ...ㅋㅎ 손톱밑이 자잘 갈라져 시커메져있고,

온 손이  칼에 베여 자잘한 상처투성이이고 ...

근데 난 지금 무지 행복하다.

나에게 주는 이 육체적노동이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한다.

바로 내가 사는 이 하루가 가슴벅찬 나의 현실임을 깨닫게 한다.

난 지금 건강한 삶을 살아가고 있어라고 위안을 갖게 한다.

 

어젯밤은 무지 바빴다.

사실 저녁을 건너뛰고 일했던지라

바쁜 시간이 지나고 나니 몹시 허기가 졌다.

생신이신 단골고객님의 내방을 핑계삼아

케이준샐러드와 사알짝 구운 스테이크를 안주삼아

ㅋ ㅎ Montes Alpha Merot 의 부드러운 맛에  알딸딸,,,

정작 나만 취했나 보다.

살짝 오른 취기를 핑계삼아 조금일찍 카페숨을 나왔다.

터벅터벅 집까지 10분여 남짓 걷는 길이였지만 내 좋은 하루가 이렇게 또 마무리되었구나.

가슴이 왕창 뿌듯했다.

 

또 내일은?

 

사는 하루하루가 난 왜 이렇게 소중하고 가슴이 벅찰까?

물론 픽하고 열받는 어떤 순간

잠깐씩 흥분하기도 하지만

그런 기억은 쓱싹쓱싹 말끔히 지워버린다.

 

하늘님!!!

감사 짱 만땅 만땅 입니다요.

당신 만날때

무지 무지 많은 야기 가져갈랑게 

지금처럼만 살게 해주세용!!!

글구 쬐께만 더 돈도 벌게 해 주세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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