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라고, 날마다 자전거를 탄다.
은파를 걸어서 한바퀴 돌려면 적어도 2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자전거로 돌면 한 시간이면 족하다.
보통날은 한시간쯤 내 좋아하는 길을 따라 걷는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걷다보면 저만치 생각이 먼저 걸어간다.
또 열심히 그 생각을 따라가다보면 뒤죽박죽,
애라 모르겠다. 상수리나무 아래 의자에 앉아 햇빛 바래기도 한다.
하루에 몇 시간은 햇빛에 노출돼야만 비타민 D가 몸에서 생성돼 갱년기 우울증을 막을 수 있다고
누군가 말해주었다.
한번 카페숨으로 출근을 하다보면 좀체 밖에 나올 수 없다.
혹여 언제 누가 날 찾지 않을 까하는 기대감으로 자리를 뜰 수 없다.
얼마나 허황되고 매혹적인 이유인가?
며칠을 그렇게 한 시간쯤 같은 길을 따라 은파를 걸었더니 저쪽편을 건너 걷고 싶다.
차를 가지고 가면 갈 수 있겠지만 생각난 것이 자전거 타기 였다.
오랫동안 방 한켵에 모셔두었던 자전거였다.
Ok cash bag 인가에서 점수로 받은 공짜 자전거지만
브레이크도 잘 듣고 또 몸체가 낮아 타기에 무리가 없다.
오랫만에 타는 자전거라서 몇번을 넘어졌다. 올라타기는 쉽지만 내리기가 아직 어렵다.
좋은 착지지점과 브레이크를 잡는 순간을 잘 맟춰야만 넘어지지 않고 내릴 수 있다.
마치 한번 올라타면 고고씽 하고 뒤도 돌아보기 싫어하며 앞으로만 나아가려는 내 심성을 아는지
자전거에서 내리기가 아직도 서툴다.
일단 오른쪽 페달을 밑으로 밟으며 핸들을 똑바로 앞으로 향하게 하고 몸을 살짝 앞으로 구부리며
전진한다. 삐툴빼툴 핸들이 두세번 흔들거리다 이제 앞쪽으로 자릴틀고 나아간다.
만사 OK 이다.
바람을 가르는 기분을 알랑가.
자전거 타기의 가장 큰 기쁨. 바람을 온몸으로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가끔씩 턱이 있는 길도 만난다. 엉덩이를 살짝 들어 턱을 넘어 선다.
만만치 않은 몸무게이지만 아직은 엉덩이 들기에 충분하다.
은파를 산책하는 사람들도 만난다. 몇몇은 무리를 지어 길을 가로 막으며 걷지만
입으로 "따르릉 따르릉" 소리내면 길을 비켜주기도 한다.
고개를 넘는 지점에 온다. 기어 변속을 하는 기술쯤 일찍이 연마해 두었건만 벌써 숨이 차다.
턱턱숨이 차고 자꾸만 핸들이 삐툴빼툴거리면 내려 자전거를 모시고 걸어가야한다는 신호다.
어느 지점까지 타고 올라가야겠다고 먼저 생각해 두었지만
한참을 못미쳐 나는 계속 타고 갈 수가 없나보다. 타협을 한다. 아니 저절로 내릴 수 밖에 없다.
나의 한계가 오늘은 여기 까지 인가?
땀이 송글맺히며 고개마루에 올라서면 마침 그자리에 의자가 있어 날 앉힌다.
건너편 아파트의 그림자가 물속에 고스란히 가라앉아 있다.
살랑살랑 바람결에 물살이 치면 물속의 아파트가 그림을 그린다. 흔들 흔들...
잠시 숨을 고르고 자 이제 신나게 내려갈 지점이다.
근데 더 겁이 난다. 잔뜩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브레이크를 잡은 손목이 팍팍하다,
살짝 살짝 브레이크를 놓았다 잡았다 하다보면 좀 자신이 붙는다,
그때 신이나고 씽씽 브레이크를 놓고 내려간다.
바로 이 기분이야.
이 바람을 가르는 기분 짱이다.
은파를 한 바퀴 자전거로 돌다보면 천천히 해찰하는 시간까지 한 시간이면 족하다.
자전거를 타면서 내 인생을 사는 방법을 자전거 타기와 비교해본다.
서툴고 삐툴 빼툴 앞만보고 달려가지만
고갯마루에서 내려 헉헉 거리며 자전거를 모시고 올라가는 것이 마치
내 인생을 어느지점
내 한계지점에 맞닿았을 때 내가 그 지점을 통과하는 모습과 많이 닮았다.
인생에 엄살떨지 말기 그것이 내 살아가는 좌우명중의 하나인데
살다보니 가끔씩 엄살떨며 어기적 거리는 날 들이 있더라.
오십이 지천명이라는데 난 오십이 되었는데도 아직 영글지 못했다.
불혹의 나이를 지났는데도 수많은 유혹들에 난 여지없이 흔들리고 또 빠지기도 한다,
오십정도 됐으면 도량이 넓고 온유한 그런 중년의 고혹적인 여인이 되고 싶었는데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온 몸이 흔들리는 사고 뭉치로 머물고 있는 나 자신과 대면하는 요즈음
좀 의연하게 살아야 하지 않을까고 자신에게 주문을 걸어본다.
자전거 타기를 하면서
난 내 하루하루를 사는 방법을 터득해 간다.
어느 지점에서 기어변속을 해야하며 삐틀거리는 핸들을 처리하는 방법,
어느지점에서 내려 걷고 쉬어야 하는지...
지혜롭게 사는 방법이 무엇인지.
그렇게 난 오늘도 자전거타기를 하면서 내 사는 방법을 조율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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