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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서가를 보다가...

by thetraveleroftheuniverse 2010. 11. 6.

잠깬 새벽

라면하나 끓여먹고 그래도 잠들 수 없을때

노랗게 변색된 옛날 서책들을 혹은 옛날 일기장을 훝어보는 습관같은 것이 있습니다.

그때 그시절 난 어떻게 살았나? 일기장을 읽다가 낯 간지러운 문구들을 만나기도 하고

그때 그 시절 책표지를 훝어보다 어머! 이런 구절을 베껴놨네 놀라기도 합니다.

 

오늘 새벽은 아우구스띠누스의 고백록에 필이 꽂혔는데

노랗게 변색되고 닿아빠진 표지속지에서 이런 구절들을 보았습니다.

 

" 사랑한다는 것으로 새의 날개를 꺽어 너의 곁에 두려하지말고

가슴에 작은 보금자리를 만들어

종일 지친 날개를 쉬고

다시 날아갈 힘을 줄 수 있어야 하리."

 

누구의 글인지 혹은 내 생각이었는지 알 수 없지만

1988년의 내 싸인이 들어가 있는 걸 보니

참 새롭고 놀랍더이다.

 

그때 그 시절도 이런 문구에 가슴이 떨리고

그래서 아마 오래도록 새겨두고 싶어했나보다라는 그 마음을 짐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끔씩 사는 일에 혹은 어떤 상황에 팽팽한 긴장감을 느끼곤 합니다.

쉬운말로 집착같은 것이 한번 맘을 점령하면

본질은 숨어버리고 오직 집착만이 끊임없이 자신을 괴롭게 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상황의 단순성을 파악하려고 노력합니다.

일더하기 일은 이이고

셋에서 이를 빼면 하나 남는다 뭐 이런 논리가 되겠죠.

그것이 내 삶의 방식이고자 노력해왔던 것 같습니다.

수없이 반복되는 선택의 순간에

가장 단순한 본질을 파악해 곁가지를 떨쳐버리다보면

물론 가지가 찢어지는 아품을 격겠지만

자신의 선택에 대한 묘한 자부심같은것이 오히려 배가 되더군요.

오늘 새벽

사는 일에 마음이 뒤숭숭해 자다깨다 그러다 여기까지 오게 됐지만

젊었던 그 시절 나를 감동시켰을 법한 몇줄의 문구들을 보니

새삼 내 일도 내 생활의 방식도 내 관계의 방식도 바로 이런것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고...

너스레를 떨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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