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드디어 단편집 『낮은 E현의 비상 — 사라진 것들이 내게 말을 걸 때』 편집을 마쳤다. 이제 책 표지만 결정하면 되는데 잠깐 숨을 고르며, 자랑질 ㅎㅎ
작가의 말
25년을 썼다.
잘 쓰고 싶었던 것은 아니다. 쓰지 않으면 견딜 수 없었다. 그것이 전부다. 글을 쓴다는 것이 특별한 재능이나 소명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다만 어떤 날은 냄새 하나가, 어떤 날은 소리 하나가, 어떤 날은 누군가의 뒷모습이 오래도록 가슴에 남아 견딜 수가 없었다. 그것을 받아 적었다. 25년이 그렇게 지나갔다.
그 시간 동안 신춘문예 문을 여러 번 두드렸다. 번번이 돌아섰다. 부끄러웠지만 멈추지는 않았다. 쓰는 것과 인정받는 것은 다른 일이라는 것을, 그러나 그 사실이 위로가 되지는 않는다는 것도 함께 알았다.
이 열두 편은 그 25년의 일부다. 전부는 아니다. 그러나 가장 오래 가슴에 남아 있던 것들이다. 군산의 갯내가 배어 있는 것들도 있고, 사라진 사람들의 냄새가 남아 있는 것들도 있다. 쓰는 동안 여러 번 버리려 했다. 버리지 못했다.
세상에 처음 내놓는다. 두렵다. 그러나 머뭇거리는 것도 이제 지쳤다. 이 책이 누군가에게 닿기를 바란다. 거창한 울림이 아니어도 좋다. 읽는 동안 단 한 번이라도, 자신이 오래 혼자 간직해 온 어떤 냄새나 소리를 떠올린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사라진 것들에게, 그리고 아직 사라지지 않은 것들에게 이 책을 바친다.
2026년 봄, 군산에서
김 은
책 뒷 표지:
우리는 모두 누군가를 오래 기다린 적이 있다. 말하지 못한 채 혼자 간직한 냄새가 있다. 잊었다고 생각했지만 어느 날 불현듯 되살아나는 소리가 있다. 이 열두 편의 이야기는 그런 것들에 대해 쓴 것이다.
거창한 사랑이 아니라 우물 소리처럼 낮고 규칙적인 기다림에 대해, 안개 속에서도 지워지지 않으려는 분홍빛 고집에 대해, 말하지 못하고 사라진 이들이 남긴 냄새에 대해 쓴 것이다. 읽는 동안 당신도 오래
낮은 E현의 비상
— 사라진 것들이 내게 말을 걸 때
목차:
1부 서곡
제1편 9기압의 미망
제2편 블루노트
2부 중주
제3편 첫사랑
제4편 해피 버스데이
제5편 유리(琉璃)의 노래
3부 간주
제6편 새벽 두 시의 형광등
제7편 나비자리
4부 전환
제8편 4월의 꽃샘
제9편 안개등대
5부 결말
제10편 랩소디 인 해망동
제11편 마법에 걸린 소년에게
코다
제12편 브리태니커 박사와 앙대여 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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