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 개념의 역사: 철학의 맥을 찾아서>
철학의 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존재(Being)’ 개념의 역사를 살펴야 한다. 철학은 늘 “존재란 무엇인가?”라는 근본 물음을 반복해 왔다.
고대 철학에서 존재는 곧 “무엇이 진짜 실재인가?”라는 질문과 맞닿아 있었다. 파르메니데스는 변화와 소멸을 환상으로 간주하며, 존재는 오직 하나이고 영원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헤라클레이토스는 존재를 끊임없는 흐름과 변화를 통해 드러나는 것으로 보았다. 플라톤은 변하는 감각 세계보다 변치 않는 이데아의 세계를 진정한 존재라 하였고, 아리스토텔레스는 존재를 개별 사물 속에서 파악해야 한다고 말하며 형상의 개념을 제시했다.
중세 철학에서 존재의 문제는 곧 신과의 관계로 전환되었다. 아우구스티누스는 모든 존재의 근원이 신에게 있으며, 피조물은 신의 뜻에 의해 존재한다고 보았다. 토마스 아퀴나스는 신을 “존재 자체(ipsum esse subsistens)”라 규정하며, 다른 모든 것은 신으로부터 존재를 부여받는다고 설명했다.
근대 철학에 이르러 초점은 인간 주체로 이동했다. 데카르트는 끝없는 의심 속에서도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명제를 통해 인간 주체의 존재를 확실성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스피노자는 존재를 하나의 실체, 곧 신-자연으로 규정하고, 개별 사물은 그 속성의 양태에 불과하다고 보았다. 칸트는 존재를 단순한 개념이 아닌, 경험 속에서만 주어지는 것으로 이해했다. 그러나 그는 동시에 ‘물자체(Ding an sich)’는 알 수 없다고 주장했다.
현대 철학은 다시금 존재를 새롭게 물었다. 헤겔은 존재를 단순한 있음이 아니라 부정과 변증법을 통해 전개되는 과정으로 이해했다. 니체는 전통 형이상학이 존재를 고정된 실체로 간주한 것을 비판하며, 존재 대신 생성과 힘의 의지를 강조했다. 하이데거는 철학이 망각한 근본문제로서 “존재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다시 소환했다. 그는 존재를 사물 그 자체가 아니라, 세상 속에서 드러나는 방식(세계-안-존재)으로 해석했다. 사르트르는 이를 이어받아, 인간은 정해진 본질로 규정되는 존재가 아니라 실존이 본질에 앞서는 존재라 주장했다.
이어 21세기에 들어서 존재론은 다시 한 번 새로운 지평을 맞이한다. 과학기술, 생태 위기, 디지털 세계와 더불어 존재는 더 이상 인간 중심적으로만 사유될 수 없게 되었다.
알랭 바디우(Alain Badiou)는 존재를 수학적 집합론으로 규정하며, ‘존재는 곧 다수성(multiplicity)’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사건(event)을 통해 새로운 진리가 출현한다고 보았으며,
슬라보예 지젝(Slavoj Žižek)는 라캉과 헤겔을 바탕으로, 존재를 결핍과 부정성의 틀 속에서 이해한다. 존재는 결코 완결되지 않으며, 이데올로기와 욕망 속에서 균열을 드러낸다고 했다. 또한 쿠앵탱 메이야수(Quentin Meillassoux)는 전통적 상관주의를 비판하며, 인간이 사유하기 이전에도 존재하는 절대적 우연성을 강조했고, 그레이엄 하먼(Graham Harman)은 객체지향 존재론(OOO)을 제시하며, 인간이 아닌 사물들 역시 고유한 존재론적 지위를 갖는다고 주장했다. 존재는 관계가 아니라, 각 객체의 철수된(real) 실재 속에 있다고 본다. 도나 해러웨이(Donna Haraway)는 사이보그와 생태철학을 통해, 존재를 인간·동물·기계·환경이 얽혀 있는 혼종적 관계망으로 재구성했고, 캐런 바라드(Karen Barad)는 양자물리학과 페미니즘을 결합해, 존재는 독립적 실체가 아니라 얽힘(entanglement) 속에서 발생한다고 본다.
이렇듯 존재 개념은 고대의 변치 않는 본질, 중세의 신적 근원, 근대의 인간 주체, 현대의 과정과 드러남, 그리고 21세기의 다층적이고 관계적 존재론으로 확장되었다.
존재의 역사는 단순한 사유의 기록이 아니라, 시대마다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의 거울이다. 그리고 철학은 여전히, 같은 질문으로 되돌아간다.
“존재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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