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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년 만에 다시 시작하는 23학번 대학 새내기의 분투기

현대소설강독 기말 대비 요약본

by thetraveleroftheuniverse 2025. 6. 19.

 

 

 

([이응이응](김멜라), [그들](조경란), [빛과 멜로디](조해진), [반의반의 반](백온유), [바우어의 정원](강보라), [리틀 프라이드](서장원), [길티 클럽; 호랑이 만지기](성해나), [원경](성혜령), [최애의 아이](이희주), [~~물결치는~~떠다니는~~~](현호정) 10편을 읽고

 

1. 가장 좋았던 소설을 선택하고 그 이유를 다른 소설과 비교하며 서술하시오.

내가 읽은 열 편의 소설 가운데 가장 깊은 인상을 남긴 작품은 이희주의 최애의 아이이다. 이 소설은 단지 아이돌이라는 소재를 다룬 이야기로 머무르지 않고, 타인의 욕망이 투사된 존재로 살아가는 인물의 내면을 치밀하게 묘사하며, 현대 사회의 감정 구조, 소통의 단절, 존재의 위기라는 문제를 강력하게 제기한다. 그 점에서 다른 작품들보다 훨씬 선명하고 강렬한 정서적 여운을 남겼다.

예컨대, 조해진의 빛과 멜로디는 상실과 슬픔을 견디는 인물의 감정을 섬세하게 포착한 수작이다. 그러나 그 정서의 결이 고요하고 내면적인 데 반해, 최애의 아이는 감정의 격동과 충돌, 그리고 감정 노동의 구조 속에서 흔들리는 자아를 더 선명하게 표면으로 밀어올린다. 빛과 멜로디가 침묵 속의 회복과 연대를 그렸다면, 최애의 아이는 말해지지 못한 고통이 어떻게 팬심이라는 언어로 왜곡되고 전유되는지를 날카롭게 드러낸다.

백온유의 반의반의 반이나 현호정의 물결치는몸떠다니는~은 실험적인 문체와 파편화된 서사 구조를 통해 주체의 불안정성을 탐색한다. 하지만 이 실험성은 때때로 독자와의 거리감을 유발하며, 감정의 밀도보다는 형식적 파격에 초점이 맞춰지는 인상을 준다. 반면, 최애의 아이는 서사 구조는 비교적 안정적이지만, 그 속에 담긴 감정의 응축과 파열이 훨씬 강력하게 작동하며, 독자의 내면 깊숙이 침투한다.

또한, 성해나의 길티 클럽; 호랑이 만지기와 비교해 보면, 두 작품 모두 팬덤과 윤리적 모순을 다루지만 접근 방식은 다르다. 길티 클럽은 집단적 침묵과 윤리적 회피를 상징과 장면을 통해 비판적으로 조명한다면, 최애의 아이는 개인의 감정 구조에 집중하여, 한 인간이 사랑받기 위해 어떤 언어와 몸짓을 학습하게 되는가라는 문제를 서정적으로 탐색한다. , 전자가 사회적 구조를 응시한다면, 후자는 그 구조에 감정적으로 내파된 존재의 균열을 세밀하게 추적한다.

조경란의 그들, 서장원의 리틀 프라이드, 강보라의 바우어의 정원은 모두 타자의 시선존재의 욕망이라는 주제를 각기 다른 방식으로 변주한다. 하지만 이들 작품이 상징과 은유를 중심으로 정서를 구축한 데 반해, 최애의 아이는 보다 직설적인 감정 언어를 통해, 타인의 욕망 안에서 자신의 존재를 구성하고 해체하는 인간의 실존을 뼈아프게 드러낸다.

무엇보다 이 작품이 뛰어난 이유는, ‘나 자신을 어떻게 욕망하게 되는가’, ‘사랑받기 위해 나는 어떻게 타인의 시선을 내면화하는가라는 문제를 동시대적이고 대중적인 맥락 속에서 정면으로 응시한다는 점이다. 아이돌이라는 상징은 단지 장치가 아니라, 현대인이 감정을 소비하고, 정체성을 외주화하며, 존재를 무대화하는 방식 전체를 압축하는 메타포로 기능한다.

최애의 아이는 아이돌의 서사를 빌려와 정체성의 붕괴와 감정의 외주화를 들여다본다. 그리고 그것이 현대 독자가 가장 깊게 공명할 수 있는 문제라는 점에서, 이 작품은 단연코 이번 읽기에서 가장 우수한 소설이었다. 감정, 사회성, 서사적 완결성, 정체성의 철학까지 아우르며, 단 하나의 장면도 헛되이 쓰이지 않았다.

 

2020년대 중후반 한국 단편소설의 여섯 가지 경향: 감정과 존재의 문학

최근 한국 단편소설은 사건이 아니라 감정그 자체를 중심으로 삼고 있으며, 주체의 정체성과 감각, 타자의 윤리와 사회적 위치를 입체적으로 사유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다음은 그 흐름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여섯 가지 경향이다.

 

1. 감정의 구조와 타자의 욕망

김멜라의 이응이응, 성해나의 길티 클럽; 호랑이 만지기, 조경란의 그들등은 타인의 시선과 욕망이 구성하는 자아를 탐색한다. 특히 최애의 아이(이희주)는 아이돌이라는 존재가 감정과 사랑을 소비자의 욕망에 맞춰 제공하는 과정을 통해 감정의 상품화, 정체성의 해체, 감정 정치학의 문제를 드러낸다.

 

2. 존재의 균열과 실험적 서사

반의반의 반(백온유), 물결치는몸떠다니는혼(현호정)은 선형적 플롯과 전통적 내러티브를 거부하며, 불확정적 존재, 해체된 언어, 감각의 흐트러짐을 실험적으로 구현한다. 여성 작가들은 이러한 형식 실험을 통해 나는 누구인가라는 존재론적 질문을 감정의 결로 풀어내고 있다.

 

3. 젠더, 신체, 소수성의 윤리

서장원의 리틀 프라이드, 강보라의 바우어의 정원, 조경란의 그들등은 젠더, 계급, 신체, 돌봄 등 현실의 억압 구조를 전면화하며, 추상적 비판이 아니라 개인의 경험과 감정에서 출발하는 윤리적 서사를 구성한다. 이는 젠더화된 감정의 형식, 제도화된 인정 욕망에 대한 비판과 더불어 문학의 윤리적 역할을 재정립한다.

 

4. 침묵과 공백의 서사 윤리

조해진의 빛과 멜로디, 김멜라의 이응이응, 이희주의 최애의 아이등은 말해지지 않는 존재들, 응답받지 못한 감정, 기억되지 않는 상처를 어떻게 문학이 포착할 수 있을지를 탐색한다. 말하지 않는 것, 들리지 않는 것을 품는 문학적 전략은, 침묵과 여백을 윤리적 감응의 공간으로 바꾼다.

 

5. 감각적 디스토피아와 기술 이후의 감정

김멜라의 이응이응과 현호정의 물결치는몸떠다니는혼은 미래의 감정, 기술과 신체, 젠더와 애도의 조건을 문학적으로 탐색하는 작품이다. 이응이응은 성욕 해소 기계 이응을 통해 인간성과 기계 사이의 간극을 보여주며, 감정의 기술화와 상실 이후의 회복 가능성을 다룬다. 물결치는몸은 인간 중심의 서사 자체를 흔드는 포스트휴먼적 감각으로, 존재와 신체가 해체된 미래의 감정을 언어 실험으로 형상화한다. 이 두 작품은 감정 SF 또는 디스토피아적 감각 문학으로 한국소설의 새로운 전환을 예고한다.

 

6. 미래성과 디스토피아의 문학적 상상

2020년대 중후반 한국 단편소설은 감정의 밀도와 존재론적 탐색을 넘어, 미래의 윤리와 감각, 인간 이후(post-human)의 세계까지 사유의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특히 기술의 발달과 기후 위기, 감정의 상품화 등 동시대 문제를 배경으로 한 SF적 상상이 강하게 드러난다.

김멜라의 이응이응은 성욕 해소 기계가 보편화된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인간이 기계적 쾌락과 진짜 포옹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을 통해 상실, 애도, 그리고 감정의 복원을 사유하게 한다. 기술이 삶을 편리하게 만들수록 인간은 오히려 감각과 관계의 본질에 대해 더 예민하게 반응하게 된다는 역설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현호정의 물결치는 몸 떠다니는 혼은 바다로 덮인 지구, 신인류의 유동적 정체성을 배경으로, 들뢰즈-가타리의 '되기(becoming)' 개념을 소설적으로 형상화한다. 이 신인류는 고정된 자아 없이 결합과 분리를 반복하며, 흐름과 감각 속에서 존재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한다. 디스토피아를 재난이나 종말의 공간이 아니라, 정체성과 윤리의 진화를 위한 실험실로 바꾸는 발상의 전환이 돋보인다.

이러한 미래소설적 감각은 더 이상 기술이 인간을 어떻게 변화시키는가에 머물지 않는다. 오히려 인간의 존재 조건 자체가 근본적으로 재구성될 수 있다는 인식 아래, 감정과 관계, 언어, 윤리의 기원을 다시 묻는다.

 

결론: 한국 단편소설은 지금, 감정과 존재를 재서사화하고 있다

2020년대 중후반의 한국 단편소설은 더 이상 사건 중심의 서사나 내면의 진정성만을 좇지 않는다. 그 대신 감정은 사회적 구조와 얽히고, 정체성은 유동적이며, 서사는 실험성과 정치성을 함께 품는다. 작가들은 젠더, 윤리, 팬덤, 기술, 존재, 상실 등 복합적 주제를 감각적으로 재현하며, 문학이 말할 수 있는 윤리와 감정의 지형을 확장하고 있다.

요컨대, 지금 한국소설은 말해지지 않았던 존재를 말할 수 있는 언어로 새롭게 구성하고 있다. 그것은 감정이라는 이름의 정치적 장에서, 존재라는 이름의 윤리적 실험으로 우리 앞에 도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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