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분석은 진정한 나를 찾는 지적 여정>
일요일 오후의 한가로움에 젖어 은파 호수변 카페에 앉아, 나는 가만히 창밖을 바라본다. 3월 초의 바람은 호수 위를 스쳐 지나고, 호수 주변의 나무들은 한겨울의 흔적을 아직도 간직한 채, 늦겨울의 서늘한 공기 속에서 고요히 서 있다. 그 앙상한 가지들은 바람에 흔들리며, 그늘 속에 숨은 듯, 하지만 또 다른 의미로 세상의 모든 변화를 목격하고 있는 듯하다. 때때로, 같은 공간을 점유한 사람들의 발걸음 소리가 내 생각을 끊어 놓기도 한다. 그들은 각자의 목적을 가지고 분주하게 지나가고, 가끔은 웃음소리나 대화가 섞여 들어온다. 하지만 그 모든 소음 속에서도 나는 내가 지금 여기에 있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다.
나는 『처음으로 읽는 현대 독일 철학』이라는 책을 펼쳐 들고, 그 속에서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이론을 탐구하며 이 글을 쓰고 있다. 프로이트의 생각 속에 숨겨진 깊은 의미들이 나의 감정을 어루만지며 나를 고요하게 만든다. 때때로 생각이 멈추고, 바람이 내 마음속에 번져가는 듯한 기분이 든다. 외부의 분주함 속에서도 내 내면의 고요함을 찾을 수 있는 이 순간은, 마치 정신분석이 주는 정화의 과정처럼 나를 한걸음 더 나아가게 하는 느낌이다. 바람과 물결, 나무들과 사람들의 소리가 나를 감싸는 이곳에서, 나는 그저 한 줄기의 바람처럼, 존재하는 모든 것을 느끼며 또 다른 생각 속으로 스며든다.
책을 읽으며 내가 내린 잠정적인 결론으로는 정신분석은 단순히 심리적 증상이나 억압된 감정을 풀어내는 치료적 과정이 아니며, 그것은 더 깊은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것이다. 즉 정신분석이란 인간 존재의 복잡성과 그 이면에 숨겨진 내면을 이해하려는 탐구의 여정이라는 사실이다. 우리의 ‘진정한 나’를 찾기 위한 지적 여정으로 볼 수도 있겠다.
우리는 흔히 자기 자신을 명확히 알고 있다고 믿지만, 실제로 우리는 자신의 진정한 본질을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는 인간의 무의식에 억압된 기억과 갈등, 욕망이 깊숙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정신분석은 이러한 무의식의 깊은 곳을 들여다보며, 그곳에 숨겨진 ‘진정한 나’를 찾아내고자 한다.
그렇다면, 내가 느꼈던 내면의 혼란과 갈등은 무엇일까? 어쩌면 나는 그동안 타인들과의 관계 속에서 내면 깊은 곳에서 나를 억제하려는 충동과 마주했다. 나는 타인들의 배타적인 태도에 대한 두려움으로, 간혹 혼란과 분노에 휩싸였다. 어느 때부턴가, 타인들이 나를 배제하는 순간마다, 나는 마치 자신이 쓸모없는 존재인 것처럼 멘붕에 빠지며, 그 상황에서 벗어나려고 했다. 그럴 때마다 분노와 함께 깊은 심리적 갈등이 일어났다. 내 심리기제는 복잡하게 얽혀 있었고, 그 갈등 속에서 나는 끊임없이 ‘왜 나는 이런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할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스스로를 분석하려 했다.
처음에는 나의 감정에 집중하며 분노를 표출하기도 했지만, 점차 내 감정의 뿌리를 파고들면서 그 감정을 통제하려고 했고, 그럴수록 내 내면의 고통은 깊어만 갔다. 나는 타인들이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느낄 때마다 그들을 원망했고, 그로 인해 갈등의 벽은 더욱 두꺼워졌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나는 그런 상황을 피하기 위해 타인을 내 삶에서 철저히 배제하는 방법을 택하게 되었다. 내가 상처받지 않기 위해서는 그저 외부의 위협을 멀리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라 생각했다. 타인이 내 삶에 미치는 영향을 차단하고, 내 감정이 상처받지 않도록 스스로를 보호하는 방식이었다. 그 당시 나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제, 나는 그동안의 삶의 패턴을 되돌아보며 한 가지 중요한 깨달음을 얻었다. ‘배제’라는 방식이 오히려 나를 더 고립시키고, 내 안의 갈등을 더욱 심화시켰다는 것이다. 더 이상 그런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타인을 배제하는 것이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나는 이제 ‘이해’의 힘을 찾아가고 싶다. 상대를 배제하는 대신, 그가 처한 상황과 그의 내면을 이해하려는 노력으로 내 고통을 다스리고자 한다.
이러한 변화는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적 접근에서 비롯되었다. 내가 느꼈던 분노와 배타감, 고통의 뿌리를 찾고, 그 원인에 대해 깊이 탐구하면서, 나는 이제 타인을 단순히 원망하거나 배제하는 대신, 그들의 존재와 행동을 좀 더 넓은 시각에서 이해하려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나와 상대는 모두 각자의 내면적 갈등과 고통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그들이 처한 상황과 배경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사유하고, 나의 경험과 감정을 그들의 시선에서 바라보려는 시도는 내게 진정한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의 일환이다. 타인을 이해하려는 마음은 결국 나 자신을 이해하는 길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정신분석은 단순히 내면의 억압된 기억과 갈등을 풀어내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타인과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이해하고, 그 갈등을 치유하려는 진지한 노력이다. 나는 더 이상 ‘배제’가 아니라, 이해와 화해의 길을 선택하고 싶다. 내게 고통을 주었던 사람들조차, 그들의 내면에 있는 갈등과 아픔을 이해하려는 노력 속에서 나는 나 자신을 더욱 온전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단지 타인을 향한 연민을 넘어서, 내면의 진정한 자아와 마주하는 길이 될 것이다. 그 길에서 나는 자신을 고립시키지 않고, 타인과의 연결을 통해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정신분석은 결국 지적 여정이자, 인간 존재의 복잡성을 이해하고 그 안에서 진정한 자아를 발견하려는 탐구이다. 나는 이제 그 길을 걷고자 한다. 배제가 아닌 이해를 통해, 고통과 갈등을 극복하고, 내 안에 숨겨진 진정한 나를 찾는 과정 속에서 삶의 깊이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책을 덮고 창밖을 다시 바라본다. 바람은 여전히 호수 위를 스쳐 지나가며 물결을 일렁이고, 앙상한 나무들 사이로 스며드는 바람은 그저 담담히, 하지만 확실하게 존재감을 드러낸다. 사람들의 발걸음 소리와 웃음소리가 여전히 카페 안을 채우지만, 그 소리 속에서 나는 이제 더 이상 분노나 고립을 느끼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의 소리가 나를 감싸고, 그들 각각이 품고 있는 내면의 갈등과 아픔을 이해하려는 시도 속에서 나는 점차 나 자신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호수의 물결은 계속해서 밀려왔다가, 다시 퇴조하는 모습을 반복하며 그 흐름 속에서 새로운 의미를 찾아가는 듯하다. 내 마음도 마찬가지다. 내면의 갈등과 고통이 물결처럼 밀려왔다가 다시 퇴조하며, 나는 그 흐름을 이해하려는 과정속에서 진정한 나를 마주할 준비를 해간다. 지금 이 순간, 호수 변의 바람은 나의 감정을 어루만지며, 세상의 모든 흐름을 이해하려는 마음을 다잡게 한다.
나는 더 이상 고립된 존재로, 스스로를 배제하는 방식으로 살아가지는 않겠다. 바람이 나무를 흔들듯, 나도 이제는 내면의 고통을 이해하려는 마음을 바탕으로 세상과 연결되고자 한다. 내가 나를 찾는 여정 속에서,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진정한 자아를 발견하는 길을 걸어가고자 한다. 그 길 위에서 나의 마음은 점차로 편안함을 찾을 것이고, 그 평화로운 고요 속에서 나는 내면의 진정한 나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고요 속에서 나의 마음은 결국 또 다른 물결처럼, 다시 한 번 세상과 이어져 갈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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