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21] <줄리아 크리스테바의 아브젝트의 매혹과 두려움: 경계를 넘는 글쓰기의 힘>
[원 문장] 『처음 읽는 프랑스 현대 철학』 중 줄리아 크리스테바, 혐오스러운 매력의 영역으로, 조광제 씀
“그렇다면 도대체 아브젝트가 주체인 나를 매혹시켜 데려가려는 ‘다른 어떤 곳’은 어디이며, 그 힘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요?”
나의 문장)
위 문장은 크리스테바의 ‘아브젝트(Abject)’ 개념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아브젝트가 주체를 강하게 끌어당기는 힘을 지니고 있으며, 그 힘의 근원이 무엇인지 질문하는 부분이다. 즉 아브젝트는 단순한 혐오의 대상이 아니라 그것은 주체를 강렬하게 매혹하면서도 동시에 거부감을 불러일으키는 모순적인 힘을 지니며, 주체는 이를 멀리하고 싶어 하면서도 알 수 없는 끌림에 이끌려 다시금 그 앞에 서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아브젝트가 ‘나와 아닌 것’으로서 불안을 자극하는 동시에, 금지된 경계를 넘나들기 때문이다. 썩어가는 시체, 피, 오물과 같은 것들이 혐오스러우면서도 묘한 매력을 발산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그것들은 의미와 질서의 세계 바깥에서 실재와 맞닿아 있으며, 주체의 정체성을 위협하는 동시에 근본적인 탐구의 계기를 제공한다.
아브젝트가 주체를 흔드는 이유는 그것이 상징계 너머의 무질서한 영역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곳은 불안정하고, 우리가 언어로 붙들어 놓은 세계가 쉽게 와해되는 곳이다. 그리하여 주체는 아브젝트를 마주할 때마다 자신을 둘러싼 경계를 더욱 선명히 하려 하면서도, 무의식적으로 그 경계를 흐트러뜨리고 싶은 충동에 시달린다. 이러한 충돌 속에서 아브젝트는 단순한 혐오를 넘어, 주체가 자신의 존재를 재구성하는 계기가 된다. 그것을 억압하는 대신 직면하고 수용할 때, 주체는 스스로를 더욱 풍부하고 깊이 있게 변화시킬 수 있다.
크리스테바는 이러한 아브젝트의 힘을 예술과 연결한다. 예술은 아브젝트를 표현함으로써 억압된 감정을 새로운 방식으로 표출할 수 있는 통로가 된다. 그것은 단순한 창작이 아니라, 나의 정체성을 탐구하고 재구성하는 과정이다. 금기시된 것을 형상화하는 순간, 아브젝트는 단순한 불쾌감이 아니라, 기존의 질서를 흔드는 전복적인 힘이 된다. 사회적 구조와 개인적 정체성을 가두는 경계를 넘어설 때, 우리는 비로소 새로운 가능성과 만난다. 즉, 아브젝트를 외면하지 않고 마주할 때, 주체는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자신의 존재를 이해하게 된다.
이러한 크리스테바의 아브젝트를 탐구하면서 나의 글쓰기를 돌아보게 되었다. 나는 나를 불편하게 만드는 것, 죄책감을 자극하는 것에 대해 글을 쓰는 일을 종종 회피해 왔다. 어두운 기억과 불쾌한 감정을 묻어두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라 믿었다. 하지만 아브젝트가 오히려 창조적인 글쓰기에 자양분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놀랐다. 나를 불안하게 만드는 것들과 마주하는 일이야말로 새로운 언어를 발견하는 과정이며, 글쓰기는 그 경계를 넘나드는 실험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아브젝트를 글쓰기에 적용한다는 것은 내면에서 밀어내고 싶은 것, 즉 불안과 혐오를 언어로 형상화하는 일이다. 익숙하고 안정적인 표현을 좇는 대신, 오히려 불편한 주제를 직면하고 그것을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것. 사회적 금기, 직면하기 힘든 개인적 경험, 익숙한 질서를 뒤흔드는 서사적 장치 등이 그 대상이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충격적인 내용을 단순히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통해 주체의 경계가 어떻게 무너지고 다시 형성되는지를 탐색하는 것이다. 글을 쓰면서 가장 불안해지는 순간, 가장 거부감을 느끼는 대목을 밀어내지 않고 오히려 파고들 때, 글쓰기는 단순한 기록을 넘어 새로운 의미를 창조하는 힘을 갖게 된다는 사실에 절로 고개를 끄덕였다.
또한 아브젝트는 개인적인 것에서 사회적인 차원으로도 확장될 수 있다. 사회적 억압, 타자화된 존재들, 권력에 의해 배제된 것들 역시 아브젝트의 형태를 띠고 있다. 글을 통해 이를 조명하는 것은 단순한 비판을 넘어,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경계를 다시 질문하는 과정이 된다. 나의 불안을 탐구하는 일은 곧 사회의 불안을 탐색하는 일이기도 하다는 사실, 결국, 아브젝트를 글쓰기에서 활용하는 것은 혼란을 마주하고, 그 속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는 창조적 과정이다. 나의 내면적 불안을 가시화하고 언어를 통해 변형하는 작업, 그것은 나 자신의 정체성을 뒤흔들면서도 동시에 확장하는 행위가 된다. 아브젝트를 마주하는 글쓰기는 단순한 표현이 아니라, 기존의 사고방식을 뒤흔들고 낯선 의미를 창출하는 여정이 될 수 있다. 나는 이제, 나의 글쓰기 속에서 아브젝트가 만들어내는 균열과 그 틈에서 솟아나는 새로운 가능성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싶다. (끝)
2025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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