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20] <줄리아 크리스테바의 아브젝트와 아브젝시옹>
[원 문장] 『처음 읽는 프랑스 현대 철학』중 줄리아 크리스테바, 혐오스러운 매력의 영역으로, 조광제 씀
“이제 《공포의 권력》에 들어 있는 핵심 대목들, 특히 ‘아브젝트’와 ‘아브젝시옹’에 대한 대목을 살표보고자 합니다.”
나의 문장)
줄리아 크리스테바(Julia Kristeva)는 그녀의 저서인 『공포의 권력(Pouvoirs de l'horreur)』에서 핵심 개념인 ‘아브젝트(abject)’와 ‘아브젝시옹(abjection)’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1. 《공포의 권력》과 ‘아브젝트’
『공포의 권력』(1980)은 크리스테바가 정신분석학적 관점에서 ‘아브젝트’를 논의하는 중요한 저작이다. 크리스테바는 정신분석학, 기호학, 문학 이론을 종합하여 ‘아브젝트(abject)’라는 개념을 통해 인간 존재의 경계를 설명하고자 하였다. ‘아브젝트’는 주체가 스스로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밀어내지만, 동시에 매혹되기도 하는 불쾌하고 경계적인 대상을 의미한다. 이는 단순한 ‘더러움’이나 ‘불결함’이 아니라, 주체가 자아를 확립하기 위해 반드시 배제해야 하지만, 완전히 제거할 수 없어 강한 혐오와 동시에 이끌림을 느끼는 것을 가리킨다. 예를 들어, 썩은 음식, 부패한 시체, 체액(피, 침, 분비물), 오물 등은 인간에게 혐오감을 유발하면서도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2. ‘아브젝시옹(abjection)’이란?
‘아브젝시옹(abjection)’은 이러한 ‘아브젝트’를 배제하려는 과정이다. 즉, 주체가 자신을 형성하기 위해 무엇인가를 밀어내고 거부하는 심리적·문화적 작용을 의미한다. 인간은 성장하면서 자신과 ‘나 아닌 것’ 사이의 경계를 만들고, 혐오스러운 것(아브젝트)을 배제함으로써 정체성을 확립한다. 하지만 ‘아브젝트’는 단순히 바깥으로 완전히 내던져지는 것이 아니라, 항상 주체 내부에서 불안과 공포를 일으키며 다시 돌아오려는 속성을 가진다. 예를 들어, 시체는 살아 있는 주체와 완전히 분리되어야 하지만, 그것을 보는 순간 우리는 죽음을 상기하며 공포와 불안을 느낀다. 이처럼 ‘아브젝시옹’은 주체가 자기 자신을 유지하기 위해 혐오를 통해 어떤 대상을 경계 밖으로 밀어내는 과정이지만, 그 대상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끊임없이 주체를 위협한다.
3. ‘아브젝트’ 개념의 철학적·문화적 의미
크리스테바는 이 개념을 통해 혐오와 불쾌함, 그리고 배제의 작용이 주체 형성과 문화, 정치적 시스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분석하였다. 예를 들어, 사회적으로 ‘더러운 것’으로 간주되는 집단(예: 특정 인종, 계급, 성소수자)이 배제되는 방식도 ‘아브젝시옹’의 한 형태로 볼 수 있다. 또한, 크리스테바는 여성의 신체(특히 모성적 몸)가 사회적으로 아브젝트로 다뤄지는 방식을 분석하면서, 모성과 여성성의 개념이 어떻게 형성되고 억압되는지를 탐구하였다. 출산, 생리, 모유 수유 같은 것들이 사회적으로 금기시되거나 불쾌한 것으로 여겨지는 것은 여성의 신체가 생명의 경계를 드러내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위와 같이 크리스테바는 ‘아브젝트(abject)’와 ‘아브젝시옹(abjection)’ 개념을 통해 주체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혐오와 배제의 구조를 설명하려고 한다. 그녀는 정신분석학, 기호학, 철학을 결합하여 주체가 ‘자기 자신’을 확립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어떤 것을 밀어내고 거부해야 하지만, 그 밀어낸 것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지속적으로 주체를 위협한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1. 주체의 경계 형성: 아브젝트와 혐오
크리스테바에 따르면, 주체는 자아와 타자의 경계를 구분하면서 형성되는데, 이 과정에서 ‘아브젝트’는 주체가 온전히 받아들일 수도, 완전히 배제할 수도 없는 존재로 작용한다. 예를 들어, 시체는 생명이 사라진 존재로서 인간에게 혐오감을 주지만, 동시에 인간 존재의 근원적인 불안을 자극하며, 부패한 음식이나 신체 분비물(피, 침, 고름 등) 역시 일상에서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 여겨지지만, 인간 존재의 물질적 한계를 상기시키며 기이한 매혹을 동반한다. 크리스테바는 어머니의 몸 또한 ‘아브젝트’로 작용한다고 본다. 유아는 어머니와 하나였던 상태에서 벗어나 독립적인 존재로 성장해야 하지만, 어머니의 몸(특히 출산, 생리, 모유 수유 등)은 그 경계를 흐릿하게 만들어 불안을 유발한다. 즉, 아브젝트는 우리가 밀어내야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우리 존재의 일부로 작용하며 지속적으로 우리를 위협하는 것이다.
2. 아브젝시옹: 주체 형성을 위한 배제의 과정
‘아브젝시옹’은 이러한 아브젝트를 밀어내고 배제하려는 과정이다. 주체가 형성되기 위해서는 ‘나’와 ‘나 아닌 것’을 구별하는 과정이 필수적인데, 이때 혐오와 거부의 감정이 동반된다. 프로이트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처럼, 주체는 부모(특히 어머니)와의 융합 상태에서 벗어나려 하지만, 어머니는 완전히 배제되지 않고 무의식 속에서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사회적으로도 ‘더럽다’, ‘불결하다’고 여겨지는 것들이 배제되지만, 이들은 다시 돌아와 주체를 불안하게 만든다(예: 차별받는 집단, 혐오의 대상이 되는 문화적 요소). 아브젝시옹은 단순히 ‘혐오스러운 것’을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자아의 경계를 형성하고 유지하려는 심리적·사회적 과정이다. 하지만 이 과정은 결코 완벽하지 않으며, 아브젝트는 주체를 위협하며 끊임없이 되돌아오는 불안의 원천이 된다.
3. 아브젝트와 사회적·문화적 배제
크리스테바는 아브젝시옹이 단순히 개인적 경험에 국한되지 않고, 사회와 문화 속에서 특정 집단이나 개념을 배제하는 방식으로도 작동한다고 본다. 이민자, 여성, 성소수자, 정신병자 등은 사회적으로 ‘더럽다’, ‘위험하다’고 여겨지면서 배제된다. 하지만 이들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사회적 불안을 자극하는 존재로 계속해서 돌아온다. 정치적으로도, 권력을 가진 자들은 ‘불결한 타자’를 만들어냄으로써 자기 정체성을 강화한다(예: 파시즘, 인종주의).
결론적으로 아브젝트는 단순한 혐오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며, 크리스테바는 아브젝트 개념을 통해 주체 형성의 필수적인 심리적·사회적 메커니즘을 밝히고자 한다. 인간은 스스로를 형성하기 위해 어떤 것들을 밀어내지만, 그 밀어낸 것들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주체의 내부에서 불안과 공포를 유발한다. 혐오의 감정은 단순히 감정적인 반응이 아니라, 주체가 자기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 작동하는 근본적인 구조적 원리인 것으로 따라서 크리스테바는 ‘아브젝트’를 단순히 더러운 것이 아니라, 주체를 형성하는 역설적인 요소로서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혐오와 배제가 단순한 본능이 아니라, 사회적·문화적 작용을 통해 구성되는 것임을 깨닫게 된다.
이러한 크리스테바의 ‘아브젝트’와 ‘아브젝시옹’ 개념을 일상에서 실천한다는 것은, 자신이 배제하고 혐오하는 것에 대한 성찰을 통해 자기 정체성의 경계를 재구성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안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태도를 갖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일상적으로 특정 대상이나 사람, 혹은 개념에 대해 혐오감을 느끼거나 배제하려는 충동을 경험하지만, 크리스테바의 이론에 따르면 혐오는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우리 자신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심리적·사회적 작용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왜 이것을 혐오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혐오하는 것은 내 안의 어떤 부분을 반영하는가? 나는 왜 이것을 ‘불결한 것’, ‘밀어내야 할 것’으로 여기는가? 이것을 밀어내지 않으면 내 정체성이 위협받는다고 느끼는가? 이러한 질문을 통해 우리는 자신이 배제하는 것들이 오히려 자기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요소였음을 깨닫게 된다. 혐오하는 것을 무조건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과 마주하며 내면의 불안을 직시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사회적으로 ‘더럽다’거나 ‘비정상적’이라고 여겨지는 집단이나 현상에 대해 편견 없이 접근해보는 것이다. 불쾌하거나 불편한 감정을 회피하지 않고, 그것이 내 안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를 분석해보아야 한다. 크리스테바가 말하는 ‘아브젝트’는 단순히 피해야 할 것이 아니라, 나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므로, 그것을 회피하는 대신 탐구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혐오는 개인의 감정이기도 하지만, 사회적으로 형성된 것이기도 하다. 특정한 사람들(이민자, 성소수자, 장애인, 여성 등)이 ‘불결한 것’이나 ‘위험한 것’으로 낙인찍히고 배제되는 과정을 비판적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내가 속한 사회가 어떤 집단을 ‘아브젝트’로 만들고 있는지 인식하고, 그 구조를 해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단순한 ‘포용’이 아니라, 무엇이 우리 사회에서 배제되고 있는지를 면밀히 분석하는 실천이 중요하다. ‘아브젝시옹’의 과정은 주체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심리적 메커니즘이지만, 동시에 주체를 제한하는 경계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자신의 경계를 확장하는 경험을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익숙하지 않은 문화, 언어, 예술, 사상을 접하며 불편함을 견디고 그것을 통해 자기 정체성을 재구성하는 것이다. 새로운 시각을 받아들이면서도, 그것이 나에게 어떤 위협으로 작용하는지를 성찰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아브젝트’는 혐오스러운 것이 아니라, 내가 모르는 나 자신의 일부일 수 있음을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크리스테바는 아브젝트가 단순한 감각적 혐오를 넘어서, 언어와 상징계 속에서도 작동한다고 보았다. 따라서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 속에서 ‘더러움’, ‘순수함’, ‘정상’, ‘비정상’ 같은 개념들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점검해야 한다. 특정 집단이나 개인을 배제하거나 낙인찍는 언어를 무비판적으로 사용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더 나아가, 기존의 상징계를 넘어설 수 있는 새로운 언어와 개념을 만들어가는 것이 필요하다. 크리스테바의 이론을 실천하는 것은 단순히 혐오를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나와 타자의 경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를 끊임없이 재사유하는 과정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무언가를 배제하고, 그것이 다시 우리를 위협하는 구조 속에서 존재한다. 크리스테바의 사유를 실천한다는 것은, 배제의 과정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그것을 성찰하고 그 경계를 유연하게 재구성하는 태도를 유지하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기존의 혐오와 배제의 구조를 반복하지 않고, 새로운 정체성과 사회적 관계를 창조할 수 있게 된다. (끝)
2025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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