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짜 철학도의 쉼표, 존재의 온기
책을 읽으며 사유하고, 잡문을 쓰며 하루 종일 이리저리 뒤척이다 보면, 어느 순간 몸도 마음도 굳어버린 듯한 기분이 든다. 마치 생각의 결이 단단한 티눈처럼 자리 잡아, 무언가를 깊이 파고들수록 더욱 단단해지는 느낌이다. 철학을 탐구하는 길은 때때로 이런 단단함을 요구한다. 그러나 단단함이 꼭 강인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단단함은 때때로 유연함을 잃어버린 결과이기도 하다.
이런 순간에는 반드시 어떤 연고 같은 것이 필요하다. 말랑말랑한 온기가 스며들어 굳어진 틈을 녹여줄, 그렇게 다시 흐름 속으로 몸을 맡길 수 있도록 도와줄 무언가가. 음악을 듣고, 영화를 보아도 해결되지 않는 날이 있다. 그럴 때면 결국 나를 살려내는 것은 누군가와 나누는 대화, 웃음, 그리고 서로의 마음을 들락거리며 공유하는 감각들이다. 타인의 시선 속에서 나를 발견하는 순간, 그제야 내 안의 경직된 부분이 눈 녹듯 사라지곤 한다.
그 티눈을 녹이기 위해 30분 거리에 있는 작은 카페를 찾았다. 방향도, 목적도 없이 그저 흘러가는 대화를 나누며, 무의미할지도 모르는 말들이 마음속 어딘가에 부드럽게 스며드는 걸 느낀다. 때로는 흰 눈이 덮인 작은 산사에 가서 바람 소리를 듣고, 때로는 시끌벅쩍한 카페에서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시며 사색에 잠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맛있는 음식을 나누며, 그 음식이 주는 기쁨 속에서 찬탄하는 일. 단순한 행위들이지만, 그 안에서 존재의 온기를 되찾는다.
어제는 마리더스타, 숭림사, 산장호수가든. 이런 장소들이 나에게는 철학적 사유의 무게를 견디게 하는 쉼표와 같았다. 사유는 홀로 이루어지지만, 존재는 결국 타인과 함께일 때 온전해진다. 철학이 말하는 주체란,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더욱 선명해지는 것 아닐까. 그러니 우리는 끊임없이 관계 맺고, 그 관계 안에서 다시 부드러워져야 한다. 삶은 단단함과 유연함 사이에서 흔들리는 것, 그리고 때때로 흩어지며 다시 모이는 것. 그렇게 나는 오늘도 철학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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