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4월 21일 7시, 군산 한길 문고에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을 번역한 김동훈 작가의 북토크가 열렸다. 내 인생의 지침서로서 수십 년을 함께 한 명상록, 1979년에 홍신 문화사에서 발행된 명상록을 소중하게 간직했는데 찾을 수 없어 김동훈님의 명상록을 다시 구비 했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 한길 문고의 북토크 소식을 들었으니. 마치, 두보(杜甫, 712~770)의 한 싯구인 “好雨知時節, 當春乃發生.(호우지시절 당춘내발생) 좋은 비는 시절을 알아, 봄이 되니 이내 내리네”처럼 때맞춰 나에게 다가온 기회였고 설렘과 기대가 팽배했다.
번역자 김동훈님에 따르면 명상록의 원제는 “자신에게로(To Myself)” 라고 한다. 그의 강의를 요약해보면,
명상록은 새로운 시작(자신으로부터 시작하는 인생 기술)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더없이 좋은 책이라고 한다. 아우렐리우스는 철학적 훈련(관찰력), 선택 훈련(결단력), 관리 훈련(절제력)등의 훈련을 하라고 충고한다며, 번역자는 “인생은 투쟁이자 잠시뿐인 타향살이, 떨치던 명성은 후세에 그칩니다(40쪽)”라는 문구를 자신이 읽은 명상록의 키워드라는 말을 했다. 명상록에서 현재 나의 키워드는 “인생은 짧으니 인생이 맺어야할 단 한가지 열매는 경건한 성품과 공통의 선을 위한 실천입니다.(116쪽)”라는 문구였다. 더불어 “죽음은 자연 과정 중 하나로 여기며 기다려라, 삶에서 당신과 동일한 원리를 가진 사람들은 당신 곁을 떠나지 않는다.”라는 문구들이 나를 위로하며 평안함을 선물했다.
“남들이 행하는 모든 일에 대해 가능한 한 이렇게 자문하십시오. 이 사람은 무엇 때문에 이 일을 하고 있을까? 하지만 이 질문은 당신 자신에서부터 시작하고 우선 당신 자신부터 검토하도록 하십시오.”라는 문구를 추천하는 번역자는 모든 것의 시작은 우리들, 자신이라는 말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고 언급했다.
소크라테스의 명언 중 “너 자신을 알라”라는 말은 자기 인식을 말하며, “너 자신을 돌보라”라는 말은 자기 배려, 자신의 마음 챙김이라는 뜻이라며 놀랍게도 번역가 김동훈님이 내 책 사인 란에 Cura Sui(자기를 돌보라)라는 문구를 적어 주었는데, 얼마 전 학교 상담센터의 상담선생님이 나에게 해준 말과 똑같았다. “나 자신을 돌보라!” 무엇을 돌보아야 할까, 육체적, 정신적 건강, 느슨한 삶? 주위 사람들에 대한 배려? 너무 투쟁적이지 말 것! 좀 더 생각해보겠지만, 여하튼 “나를 돌보는 것”이 나에게 숙제인 듯하다. 평생을 통해서 늘 부끄럽게도 나 자신의 행복이 내 삶의 제 1 순위였는데도 나에게 아직 나를 돌보아야 할 숙제가 남아 있는지, 내 끝없는 욕망의 추구가 나를 소진하게 하는 것은 아닌지, 묻고 또 묻게 된다.
아우렐리우스는 그리스 출신의 노예였던 에픽테토스와의 담화록을 많이 인용했는데 특히 <자신과의 대화>가 필요한 이유로 진실에 접근하는 근본 통로로써 자기 인식과 실천하게 하는 힘을 유지하는 자기 배려 즉 자기에 대한 탐구를 통해 실천하고 변화되는 삶을 유지하는 것과 이 변화를 통해 진실에 접근하려는 주제 정립이 필요하다며 사람들이 진실한 친구를 만들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로 자아와의 관계를 잘하지 못하는 것으로 그 출발점을 찾았다 했다. 또한 인생 기술을 씨름에 비유하며 명상록 7권에서 절제력이 필요한 자기 관리 훈련에 대해 심도 있게 언급한다고 했다.
더 나아가 아우렐리우스는 마음의 관찰에 대해 “ 당신의 운명이 당신에게 할당한 환경과 어우러져 보십시오. 운명이 정해준 사람들을 사랑하되 정말 진심으로 사랑하십시오.”라는 언급을 통해 자기 인식과 자기 돌봄의 출발점으로 자기에게 진실된 말 걸기를 해야 하며 이것은 인문학의 토대가 되는 사항으로 자기 치유가 달성된다고 했다. 이러한 사항들에 관한 훈련은 신체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인생 전방에도 즉 최선의 삶의 살기위해서 날마다 삶의 자세를 고쳐 새롭게 시작해야 함을 추천한다.
자신의 운명에 최선을 다했던 아우렐리우스는 죽음을 앞에 두고 다음과 같은 고백을 한다.
“나는 5막이 아니라 3막만을 마쳤소.” 근사한 표현입니다. 당신의 연극은 3막이 끝입니다. 5막으로 된 연극은 이전에 기획한 자가 구성했고, 3막은 지금 막을 내리는 자가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5막이든 3막이든 어느 쪽에도 책임이 없으니 즐거운 마음으로 떠나십시오. 당신을 떠나게 하는 자도 즐거운 마음일 것입니다.(259 – 260쪽)“
즉 인생은 연극이다, 기간이 중요하지 않으니 죽음을 평온하게 맞이하라는 충고를 잊지 않는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내 인생의 지침서로 평생을 함께해 온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 인생의 고비마다 위로와 일갈을 되풀이하며 내 삶의 방향성을 찾게 했던 이 책의 모든 문구들을 어찌 애정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인생의 끊임없는 욕망과 그 욕망으로 인한 고통 앞에서 명상록이 제시하는 조언은 단연코 ”자기 자신에 대한 인식을 출발로, 생각만 하지 말고 실천하라. “ 권유하며 모든 고통과 질병과 분노와 상실을 치유하는 힘은 바로 자기 자신에게 있다는 점을 명시해준다. 아마도 이승의 소풍이 끝나는 날까지 나는 명상록과 함께 할 것 같다.
하늘은 흐리고, 마음이 스산한 2023년의 봄날, 대학 첫 학기의 중간고사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달래기 위해 나는 명상록을 다시 집어 들었다.
”모든 것은 생각하기 나름이고, 생각은 당신의 권한에 달렸음을 명심하십시오.“(253쪽)
나는 이번 시험에 최선을 다했다. 그 결과에 대해서는 더 이상 생각하지 말자, 결국 나는 나를 위로하는 말로 이 글을 끝맺고 있을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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