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3년 미국 뉴저지의 폴란드계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필립 로스(1933년 3월 19일 - 2018년 5월 22일/85세)는 1959년 유대인의 풍속을 묘사한 단편집 ‘안녕 콜럼버스’를 발표하며 데뷔해 이듬해 이 작품으로 ‘전미도서상’을 수상하며 이름을 알린 후 1969년 어느 변호사의 성생활을 고백한 ‘포트노이 씨의 불만’을 발표하며 상업적 성공과 비평적 성공을 동시에 거둔다.
필립 로스는 1998년 ‘미국의 목가’로 ‘퓰리처상’을 수상했으며 그 해 백악관에서 수여하는 ‘문화예술훈장(National Medal of Art)’을 받았고, 2002년에는 존 도스 파소스, 윌리엄 포크너, 솔 벨로 등의 작가가 수상한 바 있는, 미국 문학예술아카데미(American Academy of Arts and Letters)에서 수여하는 최고 권위의 상인 ‘골드 메달’을 받았다. 필립 로스는 ‘전미도서상’과 ‘전미비평가협회상’을 각각 두 번, ‘펜 포크너 상’을 세 번 수상했다. 2005년에는 “2003~2004년 미국을 테마로 한 뛰어난 역사소설”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미국을 노린 음모’로 ‘미국 역사가협회상’을 수상했으며 저명한 문학평론가 해럴드 블룸에 의해 코맥 매카시, 토머스 핀천, 돈 드릴로와 함께 ‘미국 현대문학의 4대 작가’로 꼽힌 바도 있다.
내가 작가 필립 로스를 처음 접했던 것은 삶과 죽음, 나이 듦과 상실이라는 문제에 대한 예리한 통찰과 깊은 사유를 보여준 ‘에브리맨’인데 이동진의 빨간 책방을 통해서였다. 그 후 무려 700여 페이지가 넘는 ‘새버스 극장’에 이어 필립 로스 사후 출간된 ‘사실들, 한 소설가의 자서전’이다
오늘의 책 필립 로스의 새버스 극장(문학동네)은
미국 현대문학의 거장 필립 로스가 미국의 목가와 더불어 자신이 가장 아끼는 작품이라고 밝힌 바 있다, 1995년 전미도서상 수상작으로 선정되어, 데뷔작 굿바이, 콜럼버스이후 필립 로스에게 두 번 째 전미도서상 수상의 영예를 안겼고, 이듬해 퓰리처상 최종후보에 올랐다. 이 책의 주인공 새버스는 죽음과 생명이 있는 그대로 외설적으로 드러나는 듯한 인물, 평범한 삶을 규정하는 어떤 범주로도 포착할 수 없을 것 같은 인물로, 소설은 새버스가 스스로 죽을 자리와 묻힐 자리를 찾는 과정을 그린다.
70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에 비해 소설의 플롯은 매우 간단하다. 육십대에 접어든 주인공 미키 새버스가 자살을 생각한 후 젊은 시절을 보낸 맨해튼과 유년 시절을 보낸 저지 해안의 마을, 가족이 묻힌 묘지를 돌아다니며 과거의 삶을, 더 정확히는 그의 삶에 계속된 상실을 떠올린다. 형의 죽음과 그로 인한 어머니의 정신적인 죽음, 첫 번 째 아내 니키의 실종, 불륜의 애인 드렌카의 죽음까지. 새버스는 그 모든 상실과 상실에서 자라난 모든 두려움을 되새기고, 그러는 내내 때로는 죽어야 할 이유를, 때로는 살아야 할 이유를 끝없이 찾아낸다.
발제자가 되어 독서모임에 참석해야했기에 다음과 같은 질문들로 설계했다.
1.
새버스의 현재의 부인 로즈애나는 새버스에게 화를 내며 “당신 인생의 패턴”에 대해 언급하지요. (151쪽) 새버스는 혼돈이라고 일컫지만 살다보니 저도 제 인생의 패턴 같은 것이 보이더라고요.
새버스의 인생 패턴을 감지하셨나요? 혹은 작중 인물들의 패턴은?(가령 로즈애나, 그녀는 새버스의 지배적 나르시시즘에 알코올 못지않게 중독되어 있었다.)
당신의 인생의 패턴이 보이시나요? 사유해보고 찾으신다면 그 패턴은 무엇인지요.
2.
새버스는 평생을 혼란 속에 살지요. 작가는 그것의 원인 중 하나로 ‘상실감’을 다루는 것 같아요. 형 모티로부터, 어머니, 첫 번째 아내 니카, 애인이었던 드렌카 등, 특히 형 모티를 잃은 그의 어머니의 절망감을 여러 차례 거론하며 그 또한 어머니의 유령이 그의 삶을 배회하는 풍경들이 나오는데요.
당신의 인생에선 혹시 어떤 상실감을 가지고 있나요? 가지고 있다면 그 상실감이 당신의 인생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나요?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 같은 것이 있나요?
3.
새버스는 살아있는 내내 죽음에 대해 생각하며 자신이 죽을 자리를 사기 위해 심지어 친구 부인의 돈까지 훔치지요? 당신은 미래 당신의 죽음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나요? 구체적 묘사를 나누었음 해요.
4.
새버스의 극장은 새버스라는 한 인물의 생애를 통해 작가는 우리에게 무엇을 말한 다고 생각하시나요? 새버스라는 인물을 한 마디로 정의해보고 지금까지의 나의 삶 또한 한마디로 정의해보는 시간은 어떨까요? 동시에 미래에 어떤 색깔과 소리와 냄새를 가진 삶을 살고 싶은가요?
함께 나누고 싶은 이야기를 간추리며 나 또한 그 답을 찾으러 애를 썼고 답을 찾은 후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어찌 생각해보면 내 인생을 총체적으로 되돌아볼 시간을 가진 셈이랄까?
처음 100페이지쯤은 솔직히 지루했고 뭔 이런 잡새끼같은 놈이 주인공일까, 책을 덮어버리고 싶기도 했지만 책장을 넘기다보니 어느 새 700페이지를 훌쩍 넘기게 되었고 왜 작가가 가장 아끼는 작품이라고 했는지 공감할 수 있었다. 필립 로스의 다음 책은 무엇으로 읽을까? 설렘으로 창밖을 보니 안개가 자욱한 아침이다. 마치 인생이란 이렇듯 알 듯도 모를 듯도 하면서 뚜벅뚜벅 생의 저편으로 사라져 가야만 할 것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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