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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

Willow Weep For Me

by thetraveleroftheuniverse 2018. 10. 26.
# 재즈 곡 소개

 





우윳빛 물안개가 호수의 수면 위를 서성거리는 사이, 구름을 가르며 쏟아지는 햇살내림이 물안개를 사정없이 밀어냅니다. 침묵으로 일관하던 호수는 수십 마리의 은어 떼라도 길어 올렸을까요? 순식간에 수면은 물비늘을 일으키며 눈을 부시게 합니다. (사실 은어의 서식지는 호수가 아니라 주로 강이긴 하지만, 여하튼) 호숫가 버드나무에서 내려선 아기주먹만한 참새들은 3살 아이들처럼 물비늘 위를 총알처럼 총총거리며 내달립니다. 그러나 이내 몇몇은 짝을 이뤄 천천히 원을 그리며 호수면 위에서 장난을 치며 날갯짓을 합니다. 수변의 버드나무, 물비늘 위를 내달리는 참새들, 홀로 호숫가에 망연히 앉아있는 사람. 그림을 그리듯 연상을 하다보면 떠오르는 곡이 없으실까요?

'버드나무여, 나를 위해 울어다오' (Willow Weep For Me).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 홀로 남겨진 사람의 슬픔을 누구에게도 보여주기 싫으니 "버드나무여, 내 대신 울어주삼." (ㅎㅎ 제가 임의로). 이토록 슬픈 이 곡이 왜 Art Tatum의 손가락에선 이처럼 아름다운 영상이 되어 펼쳐지는지요? 참 모를 일입니다. 그의 연주 곳곳에서 드러나는 스트라이드(오른손으로는 즉흥연주를 하면서 왼손으로는 10개 이상의 건반을 오가는) 연주법은 그 누구도 따라갈 수 없는 그만의 경지를 여실히 들려줍니다.

곡 Willow Weep For Me는 1932년 Ann Ronell에 의해 작사, 작곡된 이래로 재즈 스탠다드로써 연주되기도 하고 때론 팝이나 블루스 가수들에 의해 노래됩니다. 각각의 버전을 들을 때마다 왜 저는 이 슬픈 곡에서 슬픔이 느껴지지 않는지 아직까지도 의문입니다.

단 Billie Holiday의 목소리에서는 그녀 특유의 분위기 때문인지 떼를 쓰는 듯 고통이 느껴지기도 하고 블루스 가수라고 더 잘 알려진 Etta James에 이르면 '당신이 떠난 슬픔을 내 대신 버드나무가 울어주었으면 좋겠지만 딱히 그렇지 않더라도 괜찮아.'라는 느낌이 전해진다면 그것은 저만의 감상일까요?

보컬로는 Etta James의 것을 연주로는 Art Tatum과 Cannonbal Adderley것이 제 취향입니다. 워낙 많은 버전이 있어서 각각 자신의 취향대로 감상하다보면 어느 새 떠난 그대에 대한 슬픔이나 그리움의 눈물보다는 언젠가 우리가 흘린 모든 눈물이 모여 바다에 이르게 되는, 그래서 그 사소했던 슬픔이나 고통조차 반짝반짝 삶의 은빛 물결로 변해 우리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어떤 순간에 이르게 될 것입니다.



1. 에따 제임스의 보컬 버전
https://youtu.be/9KyIEe1B450

 

Willow Weep For Me - Etta James 


Credits:
Josh Sklair (guitar),
Eddie Harris and Herman Riley (tenor saxophone),
Ronnie Buttacavoli (trumpet, flügelhorn),
Kraig Kilby (trombone),
Cedar Walton (piano),
John Clayton (bass),
Paul Humphrey (drums),
Donto Metto James (shakers).






2.아트 테이텀의 솔로 버전

https://youtu.be/tCx6ghqg8tg

 

Willow Weep For Me (1953) by Art Tatum 




3.캐논볼 애덜리 버전

https://youtu.be/LDyFyxZliec

 

CANNONBAL ADDERLEY - Willow Weep For Me 


Bass – Paul Chambers
Cornet – Nat Adderley
Drums – Kenny Clarke
Piano - Horace Silver
Trumpet – Donald Byrd
Tenor and flute - Jerome Richardson
Alto Saxophone – Cannonball Adderl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