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난 사진기
신경림
나는 늘 사진기를 들고 다닌다
보이는 것은 모두 찍어
내가 보기를 바라는 것도 찍히고 바라지 않는 것도 찍힌다
현상해 보면 늘 바라는 것만이 나와있어 나는 안심한다
바라지 않던 것이 보인 것은 환시였다고
나는 너무 오랫동안 알지 못했다 내 사진기는
내가 바라는 것만을 찍어주는 고장난 사진기였음을
한동안 당황하고 주저하지만
그래도 그 사진기를 나는 버리지 못하고 들고 다닌다
고장난 사진기여서 오히려 안심하면서...
신경림 (한국 시인) [申庚林]
1936. 4. 6 충북 중원~.
시인.
주로 농촌 현실을 바탕으로 농민의 한(恨)과 울분을 노래했다. 1960년 동국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했다. 이한직의 추천을 받아 1955~56년 〈문학예술〉에 시 〈낮달〉·〈갈대〉·〈석상〉 등이 발표되어 문단에 나왔다. 그러나 곧 건강이 나빠져 고향으로 내려가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했으며, 다시 서울로 올라와 현대문학사·휘문출판사·동화출판사 등에서 편집일을 했다. 한때 절필하기도 했으나 1965년부터 다시 시를 쓰기 시작하여 〈원격지〉(동국시집, 1970. 1)·〈산읍기행〉(월간다리, 1972. 8)·〈시제 詩祭〉(월간중앙, 1972. 12) 등을 발표했다. 이때부터 초기시에서 보여준 관념적인 세계를 벗어나 막연하고 정체된 농촌이 아니라 핍박받는 농민들의 애환을 노래했다. 1973년에 펴낸 첫 시집 〈농무 農舞〉의 발문에서 백낙청은 "민중의 사랑을 받을 수 있고 받아 마땅한 문학"이라는 점에서 이 시집의 의의가 있다고 했다. 이후 그는 우리 민족의 정서가 짙게 깔려 있는 농촌 현실을 기초로 하여 민중들과 공감대를 이루려는 시도를 꾸준히 하고 있다. 시집으로 〈새재〉(1979)·〈달넘세〉(1985)·〈남한강〉(1987)·〈우리들의 북〉(1988) 등을 펴냈고, 그밖에 평론으로 〈농촌현실과 농민문학〉(창작과 비평, 1972. 6)·〈삶의 진실과 시적 진실〉(마당, 1982. 6)·〈역사와 현실에 진지하게 대응하는 시〉(오늘의 책, 1984. 3) 등을 발표했다. 1973년 만해문학상, 1981년 한국문학작가상을 받았다. 1992년 현재 민족문학작가회의 회장을 맡고 있다.
'詩를 읽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비 오는 간이역에서 밤 열차를 탔다 4 / 이정하 (낭송 이진숙) (0) | 2009.11.16 |
---|---|
허진호감독 '호우시절' 속의 두보의 시 (0) | 2009.10.17 |
가을 - 함민복 (0) | 2009.09.22 |
파랑새/ 한하운 (0) | 2009.09.18 |
문둥이 /서정주 (0) | 2009.09.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