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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별 바라기 1.

by thetraveleroftheuniverse 2016. 12. 5.

  처음 모래 속에 몸에 뉘였을 때는 어떤 감정선도 작동하지 않았다. 오랫동안, 서서히 죽음을 향해 걸어오는 길은 익숙했고 또 얼마간 긍정적이었다. 낮 동안에 달궈진 모래는 아직 따뜻했고 내 몸은 그지없이 편안했다. 마지막을 향해 모든 감각을 열어두고자 눈을 감았다. 모래 알갱이들이 말초 신경을 건드렸고 나는 느꼈다. 사방은 그지없이 고요했다. 그 고요 속으로 침잠하는 일은 마지막 순간까지 나를 느끼는 일이었고 곧 그것은 죽음을 기꺼이 받아들이겠다는 지상에서의 내 마지막 형식이었다.

   모든 것이 완벽히 준비되었다는 느낌이 왔을 때 나는 감았던 눈을 천천히 떴다. 시선을 끄는 것은 하늘을 수놓고 있었던 수많은 별들의 존재였다. 익숙했던 풍경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빛을 인 모든 반짝이는 것들이 지상으로 쏟아져 내리고 싶은 충동을 억제 당해 어찌할 도리 없다는 듯 잔뜩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이 무슨 해괴망측한 망상인가? 나는 다시 눈을 감았다. 가만 눈을 감고 있으려니, 지난 내 삶의 편린들이 저편에서 의식 속으로 허락도 없이 걸어 들어왔다. 또 나는 마지막이니 그것들을 스쳐가 버리도록 내버려두기로 했다. 그런데 어떤 놈들은 퍼더버리고 앉더니 말을 걸기조차 했다.

   "그때 그 일은 슬프지 않았어, 참을 수 있는 고통이어서 얼마나 다행이었든지. 참으로 안타깝기도 했지, 재미있어 숨이 막힐 만큼 웃을 수도 있었는데. 그러지 말아야했어, 좀 참지 그랬니? 멋있었어.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등등등……"

  지난 인생의 회한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다 사라져 갔다. 감고 있던 눈가로 눈물이 고였다 흘렀다. 명료한 의식이 있을 때 죽음의 문 앞에 서 있다니 얼마나 다행인가? 서서히 생각의 마지막 갈피를 닫는다. 그리고 다시 천천히 눈을 뜬다. 준비해 둔 수면제를 마지막 입속에 털어 넣는다. 외부를 향해 몸의 모든 감각을 연다. 건조한 모래의 갈색 냄새가 섞인 동물의 배설물의 향기가 코끝에 감돈다. 살아 있다는 것은 이렇듯 순간을 찰나로 느끼는 것이구나, 이제 이 느낌들은 내 몸의 마비와 함께 묻힐 것이다.

    무참히 쏟아져 내리는 별빛 또한  내 죽음과 함께 할 것이구나, 피식 웃음이 나온다. 회한의 눈물 뒤에 이 무슨 희극적 감상인가? 닫았던 생각들이 또 다시 고개를 든다.  분간할 수 없는 수많은 별빛 중에 유독 시선을 잡아끄는 것이 있다니. 그저 잠들고 싶었는데, 영원히. 삼킨 수면제의 효력이 서서히 감각을 마비시킨다. 쏟아지는 잠과 함께 슬금슬금 몸을 일으킨다. 모래를 빠져나온 몸뚱이가 몽유병환자처럼 그저 움직인다. 울렁거리는 속을 게워내기 위해 손가락을 목구멍 속에 집어넣는다. 자동 반사적으로 내뱉는 반응에 스스로 놀라며 모래 위로 몸을 부린다. 오한에 든 온몸이 화끈화끈하여 꼼짝도 할 수 없다. 몸과 마음이 순식간에 에는 듯이 아려온다. 살고 싶다. 아직은 더. 별이 나를 이끄는 것만 같다. 그곳이 어디일까? 그저 따라가 닿고 싶다. 그때서야 비로소 끝낼 수 있을 것이다. 아직 가야할 길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라도 하듯 유독 눈길을 사로잡는 별을 따라 가 볼 일이다. 울컥울컥 치솟는 눈물을 머금고 웅얼거린다. 가보겠다고, 가보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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