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하늘도 맘이 편치 않은가?"
"야, 오늘 밤은 별도 총총, 다들 어디에 숨어 있었니?"
"눈썹달, 웃는 성심이 닮았다."
"달무리에 가려진 널 보니 꼭 나 같네."
등등. 퇴근이라는 것을 하는 날부터 달라진 내 풍경 중의 하나는 이렇듯 하늘을 보며 하루를 마감하는 일이다.
은파를 끼고 20여분을 달리다, 드디어 좁은 고개를 넘으면 초저녁잠에 곯아떨어진 작은 마을이 나타난다. 간혹 한 두 개의 가로등이 '나, 여기 있어요.' 웃픈 미소를 머금고 속삭이기도 하지만 대체로 어둠이 내려앉은 마을은 고즈넉하다. 참으로 이상한 것은 그 어둠에 잠긴 마을이 나를 반기는 듯 말을 걸어온다는 것이고, 나는 독백하듯 또 이런 모양새로 대답을 한다.
"좋았어요?"
"네. 조금 피곤은 했지만 부지런을 떨었어요."
"커피는?"
"넘치게 마셨는걸요. 여기 얼음까지 넣은 아이스커피를 손에 들고 왔잖아요."
"참 다행이어요."
"네, 커피라도 맘껏 홀짝거릴 수 있다는 것이 참으로 고맙다는 걸 이제야 알았어요."
"외롭다 투정부리고 싶지 않아요?"
"투정이라 말하면 실례예요. 근데, 그거 알아요. 그리움이란 것에도 스위치를 달 수 있다나 봐요. 오늘 페이스북에서 본 문구예요. 스위치 같은 것 사실 필요치 않잖아요. 마구, 마구 그리워해도 괜찮을 듯싶어요. 마땅히 그리워 할 상대가 없다는 것이 문제죠."
"ㅎㅎ, 딴은 그래요. 사랑할 수 있을 때 맘껏 사랑하고. 그리움이란 것, 사막의 오아시스죠."
"헐, 아주 도가 트셨네요."
"허참, 앉아 구만리예요."
잠시, 대문도 없는 집 앞에 주차를 하고 하늘을 올려다보며, 때론 어둠에 잠겨있는 마을을 넘겨다보며 실없는 이야기를 나눈다.
"그나저나 투병 중인 현주는 왜 소식이 없을까?"
마음 한 구석에 웅크리고 있던 찌릿한 아픔이 고개를 쳐든다.
"응, 기도할게. 꼭 이겨 내야 해."
두루두루, 안부를 묻고 싶은 밤,
"구름아, 별아, 달아! 내 맘을 전해 줘. 더 이상 아프지 말아요, 더 이상 힘겹다, 혼술하지 마세요. 가만, 가만 마음을 보듬고 그렇게 살아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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