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나의 감상평이 아니다.
내 마음인 듯 하여 이 책 3쪽의 머리말을 그대로 옮긴다.
"또는 혼자 돌아오는데 말이야, 그렇게 얼굴 없이 있는 나를 그건 건드리더군."
파블로 네루다가 " 어느 날 시가 내게로 왔다."에서 한 말이다.
문득 나도 얼굴없이 살아가는 혼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도 모르고 무엇을 말해야 할지도 모르고.
그런데 갑자기 나타나 나를 툭 건드리는 것,
나의 영혼 속에 살아 있는 것,
잊어버렸던 것,
하지만 비만 오면 승천하는 것들,
순전한 난센스,
우리는 그것을 쓸 수 있다.
문학치료는 이렇게 한다.
파블로 네루다가 어느 날 문득 만난 시처럼
우리는 우리의 시와 우리의 이야기와 만날 수 있다.
내가 문학치료란 이름으로 만난 많은 사람은
이렇게 불쑥 찾아온 언어와 조우한 기쁨을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고 말하였다.
나는 지금 창밖까지 손을 내민 햇빛과 만나고 있다.
그 햇빛을 우리의 귀여운 '프레드릭'은 일 년 내내 모으고 있을 것이다.
나는 지금 하얀 눈이 내린 삿포르의 빨간 우체통과 만나고 있다.
나는 지금 전율하고 있는 내 심장을 믿으며
하얀 손가락으로 러브레터를 쓴다.
힘겨운 가방과 준엄한 선생님들을
오늘 저녁에는 동창회에 나가서 배꼽으로 이야기해야지.
교복을 벗고 하얀 목 티를 뽐내며 마임을 즐겨볼까.
논바닥에 서로 의지하고 서 있던 볏단들이 한없이 편안하게 느껴진다.
이렇게 어느 날 문득 시가 내게로 온다.
불처럼, 물처럼,바람처럼,유성처럼.
새봄이 오면 버들강아지 핀 개울가에서
매끈한 조약돌을 주워 겨우내 굳은살을 벗기듯이
우리는 이런 언어들로
우리 일상의 조야함에서 벗어날 수 있다.
놀랍다.
나의 마음과 생각이 그의 마음과 생각이 되고
그는 그 열매들에 겸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