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戀書시리즈 - 독후감

戀書 - 89 - 천사는 여기 머문다/전경린

by thetraveleroftheuniverse 2013. 6. 30.

  2007년도 이상 문학상 대상 수상작 전경린의 '천사는 여기 머문다.'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그녀의 시적은유를 통한 아름다운 문체를 빼면 여성의 성과 가정의 애정과 갈등이 주 소재인 전경린의 소설들에 조금씩 물리기 시작했다. 매 주제가 불륜이고 가정폭력이라고 한다면 좀 지겨운 생각이 들 지경이다. 세상에 지고지순한 사랑은 없는가? 오히려 묻고 싶기도 하다. 얼마 전에 고민정 아나운서와 조기영 시인의 이야기를 언뜻 인터넷에서 본 후 마음이 따뜻해지고 왠지 세상 사는 맛이 더 나는 걸 보면 아직도 나는 꿈을 꾸는 사람인 것도 같다. 하지만 꿈이 꿈으로 끝나지 않고 현실의 온갖 부조리에 직면했을 때 과연 그 꿈들을 지켜나갈 수 있는 만큼 내 내면의 힘은 강한가 점검해 보게 된다. 그런 세상을 지켜나가고 싶은 나는 아직도 세상 물정을 모르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 하더라도 나는 아직 내 꿈을  꿈으로 간직하고 싶고 그 꿈들 때문에 내가 행복해 질 수 있고 노력해 볼 수 있는 내일에 대한 기대에 늘 설렌다.
  주인공 인희는 스물아홉에 유부남과 결혼을 했다. 그녀의 의도는 아니었지만, 남편 모경을 이혼하게 하고 한 결혼이었다. 처음엔 괜찮은 것 같았지만 모경은 지나치게 성생활에 집착하고 인희를 의심한다. 그 의심의 끝은 인희에 대한 폭력으로 이어지고 결국 이혼을 하게 된다. 하지만 모경은 그 후에도 자꾸 찾아와 다시 만날 것을 애원하고 인희는 언니의 제안에 따라 독일행을 결정한다. 독일 남자 하인리히와 잠자리를 하지 않고 정신적 교류만을 원하는 직장생활 같은 결혼에 끌려서…. 그리고 하인리히와의 만남이 예정된 날 인희는 그녀의 하얀 블라우스를 꿰매다 손가락이 찔려 빨간 피가 나고 블라우스는 붙으면 안 될 부분이 붙어 기괴한 모습이 된다. 그러는 가운데 아직 버리지 못한 모경과의 결혼반지가 빛난다는 내용이다.

 

 

 

 

인간 본성의 양면성을 섬세한 문체와 절제된 기법을 통해 감동적으로 그려낸 작품이라고 한다. 최근의 소설들이 삶의 현실로부터 유리된 채 지나치게 작위적인 구성에 몰두하거나 파편화된 일상을 과장하여 그려내고 있는 현상을 놓고 본다면, 이 작품은 삶의 현실에 대한 고뇌와 갈등을 내면화하는 데에 성공하고 있지만 이 소설이 오늘의 현실 속에 널려 있는 애정 갈등과 가정 폭력이라는 일상적 소재를 다루고 있는 점이 하나의 약점으로 지적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소설은 그 소재의 통속성을 흥미 위주로 이끌어가지 않고 오히려 반복적인 사건의 병치와 서술의 긴장을 살려내는 압축과 이완의 서사 기법을 통해 작가 나름대로 기획하고 있는 하나의 소설적 미학에 도달하고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