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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사랑하지 않는 것일까요?

by thetraveleroftheuniverse 2013. 1. 31.

한없는 잿빛 하늘입니다. 오늘의 내 마음만큼이나 낮게 드리워진 하늘엔 금시라도 주르륵 한바탕 눈물이라도 쏟을 듯, 그 눈물에 내 눈물마저 씻겨내리게 하고 싶은 심정이 되고 말았습니다. 왜 이렇게 사는 일이 각자의 마음대로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것일까?

과연 각자의 인생에 신이란 존재가 의미를 부여하며 그 부여된 의미를 완성케 하기 위해 그만큼의 고통을 주는 것일까 생각에 생각을 거듭합니다. 정말 잘살고 있겠거니 생각했던 그래서 마음 한 편에 그녀를 생각하면 포진 따뜻함이 내 사는 날에 위로가 되곤 하던 친구에게서 모처럼 만에 연락이 왔습니다.

 

참으로 우울한 이야기였습니다. 역시 가슴 아픈 이야기였으며 다만 들어주는 것만이 내가 할 수 있었던 최선의 위로였습니다. 나의 무력감이 그녀의 아픔만큼 나를 아프게도 합니다. 통곡이라도 하고 싶은데 도시 눈물이 나오지 않습니다. 내 일이 아니라서 그럴까 생각돼 당황스럽고 미안하기만 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왜 이렇게 정신은 또렸해 질까요?  정신 바짝 차리고 내가 그녀 뒤에 있음을 생각하니 뭔가 졸가리를 타야만 할 것 같아 한마디 내 던집니다.


"너, 헤어져. 평생 못 고쳐."


미안합니다. 그렇게밖에 말을 못해서. 그렇게밖에 마음이 못 가서. 내가 뭐라고 남의 인생에 이런 말을 던질 수 있을까 부끄럽기도 하였습니다. 늘, 누군가를 새로 만나게 된다면, 그래서 사랑이라는 감정이 생긴다면 상대의 그 어떤 모습이라도 포용하고 함께 울어줄 수 있는 사람이 되겠다고 최후의 방패막이가 되어야겠다고 오랜 시간 변함없이 그렇게 생각해오면서 살았건만 현실 앞에선 나는 그녀에게 이렇게밖에 말할 수 없었다니….

 


정말 사람은 타고난 성정을 바꿀 수 없을까요? 아니 타고난 이라는 말엔 어쩐지 어폐가 따르니 지금까지 자신이 살아오면서 겪었던 모든 일에서 쌓인 성정을 바꿀 수 없을까요?  간절한, 지고지순의 사랑을 보여준 상대에게조차 자신의 부조리한 모습들을 바꿀 수 없다면 과연 인연을 계속해야만 할까요? 묻고 또 묻습니다만 "아니오. 절대 바뀌지 않습니다." 이런 대답을 할 수밖에 없는 안타까움에 생각은, 가슴조차  무겁기만 합니다.

 

다 이해합니다. 상처가 크면 클수록 그 상처의 골은 깊어져 깊은 그늘을 드리울 수밖에 없다는 것을. 사랑했으므로 그 상처마저 보듬고 시작했을 그녀라 하더라도 참을 수 없는 한계 앞에서는 그만 무너질 도리밖에 없음이 너와 나의 모습입니다.  마지막까지는 가지 않았으면 했을 것 입니다. 견디고 견뎌 극복하길 바랐겠죠. 그리고 죽을 힘을 다해 용을 써 봤겠지요.

 

그녀가 견뎠을 시간을 생각하니 답답하고 아립니다. 그리고 앞으로 견뎌야 할 시간을 생각해보니 안타깝기만 합니다. 한계 앞에서 무너질 수밖에 없는 나약함을 탓할 수 없습니다.

 

진정으로 자신을 사랑해주는 사람 앞에서 혹은 자신이 진정 사랑하는 사람앞에서 조차도  자신을 바꿀 수는 없는 것일까요?  자신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은 사랑하지 않는 것일까요? 어디까지 참고 견뎌야만 진정 상대를 사랑한다고 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