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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이건 뭐꼬? - 日常茶飯事 21 탄

by thetraveleroftheuniverse 2013. 1. 13.

 

뭔가 내 내부의 장기들 한 쪽이 휑하니 도망친 것 같은 이 기분, 토요일, 삼개월에 걸친 여정으로  꽃무릇 그녀를  서둘러 보내고 나서 토요일 하루 종일, 오늘까지도 우울모드. 모처럼 만에 사람들 속에 섞여 있고 싶어서 하하 호호 함께한 도보 길에서 돌아와 한 숨을 고르고도 풀리지 않는 이 기분이란 뭐꼬?

 

 

작년 9월 **님과 함께 우연히 마주친 동국사 꽃무릇들, 화려한 색상의 꽃무릇 무리들을 보면서 어떤 헤픈 여자의 모습을 보았었다. 헤픈 웃음으로 헤픈 정을 뿌리는 여자들을 딴에는 경멸에 가까운 시선으로 보아 온 나, 어느 날 그런 이야기를 가짜 심리학 박사인 친구와 나누다가 갸가 그러더라.

 

 

“네 내부에 그렇게 헤픈 웃음과 정을 품고 있는데 고걸 네가 무의식속에 가두고 있는겨. 그래서 다른 여자들이 헤픈 웃음과 헤픈 정을 자연스레 밖으로 표출할 때 네 무의식속에 있는 네 모습에 대한 열등감이 일종의 질투의 형식으로 배출 되는겨, 가시네야.”

 

 

이런 핀잔을 듣고 뻘쭘 했던 기억이 난다. 참말로 내 무의식 깊은 곳에 도사리고 있는 헤픈웃음, 헤픈 정이 세상 밖으로 나오고 싶을까? 남들처럼 그렇게 자연스레 흘릴 수 있을까? 아마도 어느 날 인가는...

 

 

 

정말 말이다. 그녀들의 그 자연스런 꾸미지 않는 헤픈 웃음과 헤픈 정이 부러웠다. 늘 뭔지 모를 강박증으로 내 가슴속의 많은 것 들이 자연스럽게 흐르는 것을 억누르며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헤픈 웃음을 흘리고 헤픈 정을 뿌리는 세상의 많은 여자들이 있어 아직도 세상은 살만하지 않을까? 요즈음은 나이 탓인지, 자꾸 그런 생각이 든다. ‘헤픈’이란 말속의 어감이 참으로 좋은 느낌이 드는 것 또한 나이 탓인가?

 

 

꼭 빨간 등불 아래 모여 있는 여자들만이 헤픈 것은 아니다. 울 엄마도, 울 시골 동네의 칠 순 팔순 된 내 어릴 적 동네 엄마들 모다 뭔 웃음이 그리 헤프고 내미는 정이 그리 뜨뜻한지,

 

 

그런 생각으로 꽃무릇 그녀를 쓰기 시작했다. 내 가슴속에서 세상 밖으로 나오길 애타게 갈구하는 헤픈 웃음과 헤픈 정을 이렇게 해서나마 달래고 싶었을까? 어느 만큼 쯤 내 인생을 살아야 나는 나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자연스런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열린 마음으로 열린 세상을 살고 싶은 나는 진정 꿈을 꾸고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