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고등학교때쯤에도 여전히 울 엄마에 대한 불신이 높았다.
짱짱한 목소리가 담을 넘을 때
정의의 사도가 되어 동네아줌마들의 쌈닭을 자처할 때
알록달록 몸빼 바지와 시뻘건 루즈를 바르고 양춤추러 밤 마실을 나설 때
철철마다 동네 아줌씨들 선동하여 방방곡곡 칠랠래 팔랠래 관광 다니실 때
고집 센 나를 이겨보겠다고 동네를 돌고 돌아 나를 뒤쫒을 때
심지어 운동회날 학부모 달리기에 언제나 일등을 하실 때 조차도
나는 "저 분은 결코 내 엄마가 될 수 없어."
눈물 지었었다.
남들이 보면 판박이 모녀사이라고
아니 혹시 이모가 아니냐고 되물을 때 조차도
부끄럽기 짝이 없었던 엄마였다...
그러던 어느 날
라디오에서 나오는 '산장의 여인'을 녹음해 달라고 하셨다.
받침이 달린 글짜를 읽는 것조차 서툴렀던 엄니는
꼭 이 노래만은 기필코 정복혀야겠다고 기를 쓰고 계셨고
나는 그런 엄마가 여자로 보였다.
엄마가 정복한 '산장의 여인'을
나도 따라 부르게 되었다.
처음으로 내가 그녀의 딸임이 뽀듯했다.
나에게 이 노래는 그런 추억이 서렸다.
내일 카페 송년모임에서 난 이노래를 부를 처지에 놓였다.
사실은 내 18번 '찻잔'을 부르는 것이
마땅하건만
카페지기의 선고에 그만
낙장 불입
'산장의 여인'이 낙첨되었다.
오메 어쩌자고 음치, 박치인 내가 노래를 부른다 했을꺼나?
그냥 부르라 해서
이런 곡쯤은 괜찮다고 허심삼아 튕겨봤는데
이제 나는 수세에 몰리고 말았다.
자정이 다 된 시간
나는 다음뮤직에서 이 노래를 내려 받았다.
조용필, 나훈아. 이미자. 조미미, 등등 심지어 양희은 까지 여러가수들이 불렀건만
여릿여릿하며 낭창낭창한 권혜경 오리지날 버젼이
이 노래의 참맛을 느끼게 하더라.
산장의 여인-권혜경
아무도 날찾는 이 없는 외로운 이산장에
단풍잎만 채곡 채곡 떨어져 쌓여있네
세상에 버림받고 사랑마저 물리친 몸
병들어 쓰라린 가슴을 부여안고
나홀로 재생에 길 찾으며 외로이 살아가네
아무도 날찾는이 없는 외로운 이 산장에
풀벌레만 애처로이 밤새워 울고있네
행운의 별을 보고 속삭이던 지난날의
추억을 더듬어 적막한 이한밤에
임뵈올 그날을 생각하며 쓸쓸히 살아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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