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꼬리를 끌며 부산한 저녁이
꼬방동네 토방에 내려 앉는다.
저녁꼬리에 몰린 신발들이
서둘러 집으로 향할 때
하루의 그리움이 저녁 밥상을 차린다.
아버지의 깊은 한숨이 한 잔의 소줏잔속에 녹아 내리고
어머니의 동여맨 허리끈이 된장찌게 속에 앉을 때
새끼들의 허기짐이 수저를 춤추게 한다.
허기진 저녁이
배부른 포만감에 나른해질 무렵
토방위 뒤 엉킨 신발들이
고단한 하루를 나누고
보다 나은 내일을 그리고
살망한 꿈을 꾸러 간다.
(2009년산 졸시 토방위로 돌아온 신발들이)
어스름 저녁 땅거미에 도시가 물들 때면
난 항상 마음이 따뜻해져 온다.
사는 일에 고단한 사람들 조차도
이제 잠시의 휴식을 위해 따뜻한 세계로의 귀환을 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오래된 전신주가 비스듬히 시간을 내려뜨리고
삼십 년도 넘은 세월을 품은 땟국물 진 건물들도
모다 모다
고단 했던 하루를 마감할 시간,
그 시간이 있기에
세상은 아직 아득한 그리움을 품고 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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