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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유붕자원방래 불역낙호(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 !

by thetraveleroftheuniverse 2012. 8. 27.

그녀들이 왔다.  여혼여에서 만난인연으로  광주에서 임실에서 서울에서...은*님, 제**님, 하*님... 오직 나를 보기 위해 번거로움을 즐거움으로 안고 날아온 그녀들을 위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주방장의 솜씨 발휘... 지난 번 지리산에서 만났을 때 한 약속을 잊지 않았는 고로 그래 파티를 열어 주는 거라,,, 상상만으로도 즐겁다. 갑자기 금요일에 전활해서 토요일 납신다하시니 시간이 없다. 지난 번 군산게장 맛에 반한 그녀들을 위해 게장이라도 담가야 하는데... 게장은 적어도 3,4일은 익혀야 되고... 오메 무슨 이런 일이... 마침 구불길 길벗님들이 오셔셔 게요리 이야기를 하던 참에 사정을 말했더니,,,ㅋㅋㅋ 로즈마리님이 토요일 아침 게장협찬의 고마움을 베풀어 주셨는거라... 이런 횡재가...

 

암튼 내가 독서회 모임에 갔다 온 사이 속속 그녀들이 도착했고, 과일이며 굴비짱아치와 창평 엿을 들고 날 기다리고 있었다.

 

가만 생각해 보면 나의 어린 시절은 온통 꼬질꼬질한 현실에서 상상의 세계로의 도피, 그런 달콤한 중독이    오늘 날의 나를 만들었지 않았을까 가끔 생각하며 혼자서 피식거려 본다. 우리 엄마와 아빠 형제들은 그리 많지 않아서 이모 한분, 작은 아버지 한분이 고작이셨는데... 가끔씩 이모님이 찾아오시는 일 이외엔  친척들이 찾아오는 날이 거의 없었다. 작은 아버님은 멀리 성남에 사셨는데 사시는게 팍팍했는지 오년에 한 번 뵈올까 말까 그래서 늘 집안이 좀 적적한 편이었다. 특히나 명절날이 되면 이웃집들은 친척들로 번잡했지만 우리 집은 언제나 적막했다.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같은 동네에 사시는 오촌 아저씨댁에 들러 인사하는 것이 고작... 그래서 늘 누군가 우리 집을 찾아오는 사람들에 대한 막연한 환상을 가지기도 했다. 누군가가 우리집에 와서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고 맛있는 과자 같은 선물을 안고 오시는 상상!!! 그런 상상은 늘 달콤하기도 했지만 현실성이 없었기에 묘한 아쉬움 내지는 그런 그림들에 대한  환상을 아직도  버리지 못하고 있는 듯 하다.

 

그래서 인가, 이 나이가 되어서도 누군가가 멀리서 날 찾아온다고 하면 그 날을 꼬박 꼬박 셈하기도 하고  즐거운 시간에 대한 기대감에 온통 설레이기만 한다. 그녀들의 이번 방문은 ㅋㅋㅋ 우리집 집들이란다.  우선 무엇을 먹이고 보일까 생각하는 시간은 쏜살같다. "그래 이번은 월남쌈으로 시작하자."

 

 

 

 

 

우선은 갖은 야채를 썰고 닭가슴살 대신에 오늘은 삽겹살, 월남쌈은 삽겹살을 넣어먹어야 제 맛!!!

내가 좋아하는 싸고 맛있는 G7을 반주삼아 밤 늦도록 수다가 끝일줄 모른다. 아, 내일 아침 새만금이든 미소길이든 함께 걸어야 하는데...

 

다음 날 아침, 햇빛이 넘 짱짱, 도보여행을 포기하고 누룽지와 들고온 굴비짱아치로 아침을 때우고, 일요점심 손님 예약에 맞춰 출근, 평소에는 일요일엔 예약손님이외는 거의 없는 편인데, 이번 따라 예쁜 아가씨들의 왕림을 아셨는지, 가게가 꽉 찰 정도로 손님들이 붐볐다. 나는 조리사, 그녀들은 서빙담당, ㅋㅋㅋ

왜 멀리서 손님들이 오기만 하면 가게가 붐빌까? 점심먹고 청암산행도 포기, 모두가 녹초되어  불편한 소파에서 오수를 즐겼다. J는 그 틈에 영화 한 편 때리고...

 

그렇게 멀리서 여행삼아 온 그녀들은 의도되지 않은  식당서빙과 주방보조경험을 즐겼을까?ㅋㅋㅋ 난 덕분에 돈도 벌었는데 ...저녁 무렵 그렇게 그녀들은 떠나갔다. 그리고 내 작은 방에 그녀들의 마음을 놓고 갔다. 이렇게 커다란 화분을...

 

 

 

다가올 가을 여행도 내년 봄에 계획된 방콕 배낭여행도 그녀들과 함께라면 얼마나 즐거울까? 벌써 마음은 그곳으로 날아가고 있고 날마다 조금씩 조금씩 그 날을 향한 상상은 날개를 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