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戀書시리즈 - 독후감

戀書 - 78 - 나는 왜 눈치를 보는가

by thetraveleroftheuniverse 2012. 8. 14.

 

 

8월 14일 , 아직 휴가철이자 물폭탄의 휴우증인지 하루 종일 가게가 한산합니다. 더불어 편한 마음으로 누웠다, 섯다, 앉았다를 반복하며 소세키의 ' 나
는 고양이로소이다'를 읽고 있는데 지독히 지루하답니다. 고양이의 눈으로 보는 인간상, 소세키의 문학의 출발점이라고 해서 애써 끝까지 읽어보렸는데 ...그냥저냥 쉬엄쉬엄 읽어야겠다 책을 내려놓고 이번차의 '공감' 필독서인 '나는 왜 눈치를 보는가'를 집어 듭니다.

 

오랫동안 내 심리적인 문제로 그야말로 닥치는 데로 읽었던 심리학책들을 졸업했구나 생각하고 있었는데 다시 나를 발견하는 심리학이라는 문구를 접해 보니 호기심이 입니다. 천천히 음미하듯, "그랬었지, 맞아. 이제 이쯤은 나도 알거든, 그렇다고 하더라고...등등의 취임세를 넣어가며 읽고 있는데 읽으면 읽을 수록 솔솔 재미가 있습니다. ㅋㅋㅋ

 

왜 사람은 작은 이유로 상처를 받는가? 왜 나는 작은 이유로 상처를 받을까? 너무많이 나 자신에게 묻고 또 물었던 문제였죠. 결국 그것은 '나 자신에게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라는 사실을 깨닫고 '내 문제가 무었일까?' 그 답을 찾아 헤멧던 순간들이 스치고 지나갑니다.  그때 얼마나 흥분했었는지... 그리고 그 흥분했던 순간부터 나를 스스로 치유할 수 있었던 출발점이 되었었다는 것을 기억합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내가 상처받는 것에 대해 남의 탓을 하지 않는 지혜를 배웠고 이제사 소소한 일에는 상처받지 않는 나름의 비법도 익히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상처 받는다는 것에 대해 다소 의연해 질 수가 있게 되어서 스스로도 놀라고 있습니다. 내 자신이 어쩔 땐 자랑스럽기까지 할 정도로 말이죠.

 

고지식한 사람은 진정한 사랑을 얻지 못한다라는 챕터에선 '그래 나는 고지식한 사람이지.'라는 배경을 깔고 사랑을 얻지 못하는 이유에 접근해 갑니다.

 

"자신의 욕구를 억누르고 자제하면서 고지식하게 행동하는 사람은 인간적인 매력이 없다. 왠지 모르게 끌리는 그런 구석이 없다. 동성이든 이성이든 언제 헤어져도 그리 아쉽지 않은 사람일 뿐이다. 자신의 인생에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 지금까지의 삶을 반성할 수 있게 해 주는 사람, 가치관이나 사고방식에 영향을 주는 사람, 그리고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도록 깨달음을 주는 사람은 단순히 고지식하기만 한 사람이 아니다. 자신의 내면 욕구를 충족해 가면서 성실하게 사는 사람은 남에게 위축되지 않으며, 이런 사람들에게는 인간적인 매력이 있다. 인간적 매력이란 상대에게 그만의 독자성을 느끼게 하며 그가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의미를 부여하게 하는 힘이다." p25

 

이런 구절을 접해보니 나 자신의 지금까지의 삶을 반성할 수 있게 해 준 사람, 가치관이나 사고방식에 영향을 준 사람 그리고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도록 깨달음을 준 사람, 인간적인 매력을 느꼈던 어떤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 물밀듯이  몰려들기도 합니다. 한편으로 나 자신도 나의 내면 욕구를 충족해 가면서 성실하게 살아감으로써 어떤 사람에게는 인간적 매력이 넘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은 열망이 앞서기만 합니다. 그리고 나도 조금은 인간적인 매력이 있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음에 자화자찬을 하며 부끄럽지만 슬며시 미소를 띄어보기도 합니다.

 

언젠가 나도 모르게 심한 집착에 빠진 적이 있습니다. 그런 순간들이 한참을 지나 지금은 차분히 나를 바라다 볼 수 있게 되었지만 그때 당시에는 주체할 수 없는 마치 정신이상자처럼 한 사람을 향한 집착의 열망이 그만 도를 넘어서고 있구나 하는 두려움에 떨던 시간들...

바로 그 이유는 나의 유아적 의존 욕구를 억누르는 데서 비롯된 것임을 이제는 알겠습니다.

 

"어리광 피우고 싶은 욕구를 억압한 채 어른이 되고 만, 집착성향이 강한 사람의 심리에 대해 생각해 보자. 그는 겉으로 보기에 고지식하고 사회생활에도 잘 적응한다. 또 남의 기대에 부응하려고 노력하며 무슨 일이든 남을 탓하기에 앞서 자신을 탓한다. 집착증의 특징 중 하나는 책임감이 강하다는 것이다. 이 또한 기대고 싶은 욕구를 억압하는 데서 오는 반동형성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규범의식의 비대화 또는 남에게 기대려는 사람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규범을 무시하고픈 욕구를 억압하였기에 나타나는 반동형일 것이다. 이러한 반 작용들이 남에게 잘 보이려는 목적과 어우려져 그 같은 성격을 만들어 냈을 것이다." p39, 40

 

인생에 대한 사소한 의문점들은 딱히 묻고 싶어도 물을 수 없는 문제들이 있는데 가끔씩 이렇 듯 우연히 마주치는 것들에 의해 한 방에 해결되어지는 상황을 만날때의 기쁨이란...

 

"왜 다른 사람들은 일을 놓아도 불안해하지 않는데 자신은 불안해 하는가 하는 의문에서 출발하면 된다. 당신은 자기 본연의 감정에 죄의식을 느끼고 있다. 그래서 인위적인 감정에서 헤어날 수 없는 것이다. 남에게 기대고 싶은 유아적 욕구를 억압했기에 자연스런 감정대로 살 수 없었고, 그 결과 마음에 커다란 구멍이 생기데 되었다. 이를 깨달았다면 끊임없이 뭔가를 성취하며 살려고 하지 말고 여태껏 외면 해 온 자기 본연의 감정과 어떻게든 마주 서려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p45

 

그렇습니다. 오랫동안 나는 나의 유아적 욕구, 본능을 억압해며 살아왔던 것 같습니다. 내 자연스런 감정에 대한 죄의식에 얽메여 뭔가를 성취하도록 끊임없이 나 자신을 독려해 온 피곤한 삶을 살아 온 듯합니다.. 더이상 이런 나를 견딜 수 없는 시점에서 내 자신의 본연의 감정에 충실해지려고 지금은 노력중 입니다.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이 나이에도 나는 끊임없이 공상의 세계에 빠지곤  합니다. 현실 속에서 성취될 수 없는 것들에 대한 상상은 무한한 기쁨을 줍니다. 이룰 수 없는 사랑, 애인과 함께 하는 시간들, 가지고 싶은 물건들, 있고 싶은 공간들, 쓰고 싶은 이야기들, 만들고 싶은 작품들에 대한 공상을 하는 순간들의 달콤한 유혹은 중독성이 아주 강해서 좀 처럼 벗어날 수 없습니다. 그러한 것들의 성취속에 있을 때는 세상 누구보다도 행복한 순간들을 맛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책을 읽다보니 이 현실에서 채워지지 않는 욕구를 공상을 통해 간접적으로 충족하고 있는 이 사실은 무의식 세계의 애정결핍에 지배되고 있다는 지적을 합니다. 즉 자신의 충족되지 못한 유아적 욕구에서 비롯됨을 지적합니다. 아뿔사 지금까지의 나의 삶의 방식중의 하나가 이런 것이었다니...

 

"자기 존재감을 잃어버린 사람은 늘 자신을 확인하고 싶은 생각에 초조해 한다. 살아 있다는 확실한 느낌을 원한다. 그리고 그 느낌을 얻고자 뭔가에 매달린다. 자신의 존재를 증명해 줄 만한 뭔가를 찾아내 그것에 의존해 살아가려 한다."p54

 

고 지적하며  그것들에 대책으로 끊임없이 뭔가를 성취하면서 자신의 삶이 순조롭다고 만족하기보다, 친밀한 인간관계를 통해 삶의 의미를 느끼고 마음의 안정을 찾도록 충고합니다.

 

몇 년 동안 심리학책들을 접하면서 이루었던 치유중의 하나는 예민하고 상처를 잘 받으며 지나치게 규범의식이 강해 융통성이 부족한 내가 조금씩 무뎌지고 스스로도 놀라울 만큼 마음의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는 자각입니다.  이러한 자각을 깨달으면서 나 자신의 억압에서 서서히 벗어나고 있음을 느낍니다. 이 책의 저자도 그런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고 하는 고백을 읽으니 공감에 대한 위로를 받습니다.

 

 

이 책을 읽어가면서 동시에 얼마 전에 에리카.J초피크와 마거릿 폴의 "내안의 어린아이"라는 책을 읽고 내 안에 있었던 어린아이적인 요소에 대한 인식과 함께 내 심리의 모든 문제점들은 바로 '내면의 어린아이'가 제대로 치유되지 못한 것들이 원인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자신의 내면에 이런 유아적 욕구가 있다는 것을 순순히 인정하게 되니 앞으로 어떻게 채워나갈지에 대한 고민을 하고 절대 자신을 합리화하지 않는 진정한 어른으로 살아갈 수 있는 힘이 생김을 그때서야 비로소 알게 되었던 순간들의 기쁨을 다시한번 기억하게 됩니다.

 

한편으로 자신의 내면아이에 대한 자각과 대처를 하면서도 때때로 우리는 이유도 없이 불쾌해지는 경우를 종종 만나게 됩니다. 이렇 듯 도저히 설명할 길이 없는 자신의 감정은 대개  숨어있는 유아적인 욕구를 외면하고 있는데서 오는 것이랍니다.

 

이런 이야기들을 읽고 있노라면 어느 덧 유아기 시절이 남은 인생의 행과 불행을 갈라놓는 최고로 중요한 시기이구나 하는 인식의 길에 이릅니다. 더불어 엄마가 되어서 어떻게 아이들과 함께 하는 삶을 누릴 것인가 라는 그림을 확실히 그릴 수 있게 됩니다. 나이 오십이 되어 겨우 이런 사실을 깨달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어쩜 평생 엄마가 될 수 없었던 나의 운명이지 않았을까하는 이상한 비약까지 이르게 되는 군요. ㅋㅋㅋ

 

근자에 들어 풀고 싶었던 문제중의 하나이지만 아직 풀리지 않는 것중에 바로 '사랑한다는 것, 사랑받는 다는 것'의 혼돈입니다. 평생 제대로 된 사랑 한 번 해보지 못하고, 혹은 사랑받아보지 못하고 이승을 떠난다는 것은 얼마나 애석한 일이 될까 안타깝기만 합니다. 오십평생 살아오면서 아마도 사랑하거나 사랑받을 수 있는 기회가 분명 있었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러나 반추해보면 부끄럽게도 아직까지 이렇다할 사랑을 경험하지 못했음이 아쉽기만 합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겠지만 아마도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나의 유아기적의 충족되지 못한 애정결핍에 대한 결과물로써 올바른 자아를 성립시키지 못하고 어른이 되어버린 그런 이유때문이겠지요. '우리는 영원히 어른이 되지 못한다.'라고 한탄하며 공감했던 순간들이 지나고 나니 지금쯤은 정말 사랑다운 사랑을 할 마음의 준비가 되었는데...하며 기대감을 다가올 사랑에 대해 가지게 됩니다.

 

"사랑받는 다는 것은 상대가 자신에게 만족해 한다는 뜻이다. 아무 것도 해 주지 않아도 자신과 함께 있는 것만으로 흡족해한다는 뜻이다. 마음 속으로 자기 자신에게 만족하지 않는 사람은 상대가 단지 자신과 있는 것만으로 만족해한다는 것을 상상하지 못한다."

 

라는 구절을 읽으며 지나간 인연들에 대한 여러 생각들이 겹칩니다. 나를   사랑하고자 했던 사람들, 내가 사랑했던 사람들의 마음이 분명 저러했을 텐데...

 

그에 대한 해결책으로 제시하는 자세는 다음과 같습니다.

 

"자기 자신에게 만족하지 않고 있음을 깨닫고 스스로를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만족할 수 있도록 노력하면, 비록 내게 결점이 있을지라도 다른 사람 또한 내게 만족한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p147

 

이제 부터라도 사랑을 받아도 사랑받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사랑받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하는 그러한 愚를 범하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세상에 완벽한 사람도 없고 완벽할 가능성도  분명이 없습니다. 나의 결점, 상대의 결점을 인지하면서도 사랑할 수 있는 마음, 사랑받을 수 있는 마음에 대한 확신을 어느 날 분명히 느낄 날이 올 것입니다. 그날을 위해 상대의 마음을 이해하며 나누는 간접적인 애정을 표현할 수 있는 내가 되었으면... 하는 기원을 해 봅니다.

 

 

어제, 그리고 오늘 내내 '나는 왜 눈치를 보는가'를 읽으면서 내린 결론은 그렇습니다.

 

"실제의 나와 내가 생각하는 나 사이의 차이를 깨닫고 자기 본연의 감정과 마주 하며 스스로 어루만지며 나 자신을 사랑하는 태도만이 정서적인 성숙을 이루며 타인을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는 길임을 그래서 종국에 내가 행복해지는 길임을 명심하자 뭐 그런 것이 아닐까요?

 

책을 읽는 내내 행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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