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戀書시리즈 - 독후감

戀書 - 77 - 부두에서 일하며 사색하며

by thetraveleroftheuniverse 2012. 8. 12.

 

“1959.2.23

 

 

46B 부두, 올드 콜로니 호에서 8시간 작업. 50퍼센트 초과 근무 수당을 받는 일이라 쾌조의 한 주를 시작했다. 마음 한편으로는 왜 일주일에 4-5일을 계속 일해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 내가 정작 해야 할 일은 책을 쓰는 일이다. 그러나 난 일상에 얽매인 포로가 되었다. 올해 부두에서 일하고 번 돈을 한 푼도 저축하지 않았는데도 수중에 있는 돈은 겨우 140달러. 노르웨이와 폴란드 사회학자 친구들에게 저녁을 대접하려면 적어도 30달러는 들 것이다. 매달 1일에는 집세와 각종 잡비, 에릭의 유치원비를 합쳐 고정적으로 62달러가 나간다. 따지고 보면 꼭 필요한 생홀비 외에 추가로 벌어들이는 돈이 고작 20달러 정도 밖에 안 된다. 차라리 일주일에 5일 이 아니라 4일을 일해도 될 것 같다.”

 

 

 

 

 

길위의 철학자 , 20세기의 위대한 사상가 에릭 호퍼가 샌프란시스코 부두 노동자로 일하며 1년간 쓴 일기인 ‘부두에서 일하며 사색하며’를 만났습니다. 에릭 호퍼의 자서전인 “에릭 호퍼, 길위의 철학자”를 읽은 직후에 더 많은 호퍼의 책을 만나고자 시립도서관 구입도서 신청을 했더니 다행히도 몇 권의 호퍼의 책을 구입해 주셨습니다. 우선은 가벼운 그의 일기를 읽으며 나머지 사상서들도 접해보고자 계획하고 있습니다. 자서전을 읽으며 평범한 그러나 진정으로 평범하지 않은 그의 인생을 엿보며 전혀 공교육을 받지 않고 떠돌이 노동자의 삶을 살며 오직 독서와 사람들과의 만남, 단순 노동을 통한 경험으로 방대한 지식을 먹고 소화해 놓은 사상들은 가히 1960년부터 약 30여년간 미국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는 사실 만으로도 나에게 그는 큰 매력 덩어리입니다. 아니 그의 인생과 사상을 쫒아 긴 여행을 시작한다는 것에 대한 설레임이 기쁨이 되고 있습니다.

 

 

 

그의 일기들은 시작 문장들에 열거한 것처럼 지극히 평범한 사람으로서의 일상을 엿볼 수 있기도 하지만 일기라는 특성상 그가 세상을 바라다보고 경험하며 품어내는 그의 사상의 편린들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특히나 ‘자유’를 바라다보는 그의 시선은 내 마음을 끌기에 충분합니다.

 

 

 

“오늘 하루 자유에 관해 두세 문단을 더 썼다. 책, 그림, 음악, 과학 등을 보고 한 사회를 판단한다면 아마 자유에 대해 시큰둥한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문민 지배 계층이 이끌면서 능력을 보상해주고 재능을 높이 사는 통제된 조직 사회는 문화적 창의성에 이상적인 조건일 수도 있다. 오직 대중만이 자유를 통해 활력을 느낀다. 재미있는 건 자유는 기꺼이 일을 하고자 하는 자율적 의지를 위해서는 확실히 필요한 조건이지만, 기꺼이 목숨 바쳐 싸우고자 하는 데는 전혀 필요하지 않다는 점이다. ”자유는 사회라는 몸체에 활기, 힘, 에너지를 불어넣는다. 이들은 만약 자유가 없다면 존재하지 않으며 기적을 낳지도 못한다.“ 자유에 관한 드 토크빌의 명언은 주로 보통 사람들의 능력을 가리킨다. 전적으로 자유롭고 평등한 사회라면 위대한 정신이 담긴 작품이 나올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사회라면 자신이 책을 쓰는 작가라고 해서 거리를 청소하거나 책을 인쇄하고 제본하는 사람보다 훨씬 우월하다는 생각을 가질 이유가 없다. 문제는 어떤 사람은 혼자 남는 것을 원치 않으며, 혼자 남았을 때 중압감을 느낀다는 점이다.”p178

 

 

 

"자유와 권력의 상반성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열망과 성취라는 인간의 고유성을 가늠할 때, 여러 인간사와 비인간적인 본성의 차이를 얼마나 두드러지게 드러냈느냐에 따라 판가름해야 한다면, 자유를 향한 열망은 인간적인 모든 발현 중에서도 가장 인간다운 것이다. 자유란 인간을 사물로 바꿔놓고, 수동적이고 예측할 수 있는 대상으로 전락시키는 권력과 환경으로부터의 자유를 의미한다. 이런 기준으로 보면 절대 권력은 인간의 고유성에 가장 위배되는 표현 수단이다. 절대 권력은 사람을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는 찰흙으로 전락시키려고 한다.

 

 

중요한 사실은 자유의 도움으로 많은 것을 이룰 수 없는 사람들, 자유가 맞지 않는 사람들이 권력에 목말라 한다는 점이다. 자유에 대한 욕망는 전형적으로 ‘가진 자’의 속성이다. 이런 사람들은 ‘날 내버려둬. 난 스스로 성장하고 배우며 내 역량을 발휘할거야’라고 외친다. 그렇다면 권력에 대한 욕망은 기본적으로 ‘가지지 못한 자’의 속성이라고 할 수 있다. 만약 히틀러에게 진정한 예술가의 재능과 기질이 있었다면, 스탈린에게 일류 이론가가 될 만한 능력이 있었다면, 나폴레옹에게 위대한 시인이나 철학자의 소질이 있었다면, 이들 모두 절대 권력에 온 힘을 다해 매달리지 않았을 것이다.

 

 

자유는 우리에게 인간적이고 독립적인 고유성을 실현할 기회를 준다. 절대 권력도 고유성을 부여할 수 있다. 절대 권력을 가졌다는 것은 주변의 모든 사람들을 꼭두각시나 로봇, 장난감, 동물로 전락시키고 겉모습만 인간으로 남겨놓을 수 있는 힘이 있다는 뜻이다. 절대 권력은 다른 사람의 인간성을 박탈해서 고유성을 획득한다.

 

한마디로 말해 자유로운 환경에서 마음껏 성취할 수 있는 역량이 부족한 사람은 권력을 쟁취하기 위해 억척을 부린다.”p194

 

 

 

또한 변화에 대한 문제에 접근하기도 합니다.

 

 

 

“변화의 문제가 마음속에서 인간과 자연의 문제와 섞이고 잇다. 급격한 변화에 맞춰 적응하다 보면 인간성은 어느 정도 박탈될 수밖에 없다. 어떤 의미에서 유연한 인간이 되기 위해서는 이 모양 저 모양 마음대로 만들 수 있는 찰흙 같은 물질이 되어야 한다. 따라서 급격한 변화는 앞으로 발전하는 변화라 할지라도 원시화를 초래하며, 결국 사회는 자연을 돌아가게 된다. 또 절대 권력은 인간을 물질로 만드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절대 군주는 변화의 그림과 딱 어울린다.

 

 

한가지는 확실하다. 절대 권력을 가진 자는 신의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의 역할을 한다. 신은 진흙으로 사람을 만들었지만 절대 군주는 사람을 진흙으로 만들기 때문이다.”p 197

 

 

 

그가 쓴 일기에서 그의 사상들의 편린들을 주워 담으며 노동자로서의 지극히 고단하고 평범한 일상을 대하는 법, 힘들고 단순한 노동을 하는 틈틈이 글을 쓰고 그의 사상의 토대를 만들고 정리하는 그의 모습을 엿보며 인간 누구나가 가지고 있는 창조성을 발휘하느냐 그렇지 못하느냐는 다분히 개인의 선택과 의지의 결과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됩니다.

 

‘부두에서 일하며 사색하며’를 읽으며 내 마음에 다가왔던 것 들 중의 하나는 한 주제를 가지고 힘겹게 나아가며 일단 원고를 쌓아놓으면 그 다음은 일이 저절로 진행된다. 라는 저자의  고백이었습니다.

 

 

또한 “나의 관심을 끌고 주의를 한곳으로 모으며 생각이 거침없이 떠오르도록 자극하는 것은 무엇일까? 적절한 칭찬? 꼭 그렇지는 않다. 나의 이론과 예감의 적중? 아마 그럴 가능성도 높다. 하지만 가장 오래가고 효과적인 자극의 원천은 계속 써 내려가야 할 두둑한 원고 뭉치이다.”라고 자신을 다스리는 자세이기도 합니다.

 

 

 

자신의 삶을 자신의 고유의 색깔 데로 하루하루 충실히 살아내는 것, 그러한 자세를 당당히 견지해 나갈 수 있는 힘을 얻었다고나 할까? 길 위의 철학자 에릭 호퍼를 통해서 말입니다.

 

 

 

 

 

 

 

 

 

 

 

 

 

 

 

'戀書시리즈 - 독후감' 카테고리의 다른 글

戀書 - 79 - the dip  (0) 2012.08.17
戀書 - 78 - 나는 왜 눈치를 보는가  (0) 2012.08.14
戀書 - 76 - 창조적 글쓰기  (0) 2012.08.03
戀書 - 75 - 만남  (0) 2012.08.01
戀書 - 74 - 사랑이라니, 선영아  (0) 2012.0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