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戀書시리즈 - 독후감

戀書 - 61- 살아가는 동안 나를 기다리는 것들

by thetraveleroftheuniverse 2012. 6. 29.

 

인생이 어떤 것인지, 인생의 의미가 무엇인지 아직도 헛갈리는 나는 지금도 혼돈의 세계에 머물러 있는 듯하다. 내가 나이를 먹어가며 신체적인 기력이 점점 쇠잖아가는 것을 느끼기는 하지만 아직도 인생에 대한 많은 욕망과 그 욕망을 충족키 위해 나를 혹사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말 그대로 맘대로 되지 않는 인생에 휘둘리며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할 필요성을 느끼는 즈음, 거대한 인생 앞에서 한참을 살아본 사람들이 삶의 끝에서 어떤 고백을 하는지 알게 된다면 산다는 건 생각보다 훨씬 더 쉽고 멋진 일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안고 읽기 시작한 책, 웬디 러스트베이더의 '살아가는 동안 나를 기다리는 것들'이다. 읽으면서 숱한 구절들을 옮겨 놓으며 두고두고 생각을 거듭해 보고 싶고 혼돈된 내 생각의 꼬리들을 과감히 자르고 가지런히 정리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세월이 흐르면서 우리가 쓴 가면은 균열이 일어나서 서서히 벌어진다. 우리는 가끔 서로 내면의 참모습을 훔쳐본다. 친구가 지닌 마음의 부담, 기차에서 만난 이방인과 나눈 허심탄회한 대화, 마음에 와 닿는 소설의 한 구절등 다른 사람의 사연에 마음이 움직여진다. 심지어 마음 깊이 숨겨 두었던 부끄러운 일도 나눌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의심했던 것이 별난 일이 아니었음을 깨닫고 안도한다.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식으로 갖은 애를 쓴다는 것을 알고 자학하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고 느낀다.

 

나이를 먹으면 불안함이 힘을 잃고 우리를 자유롭게 놓아준다. 나이가 들면 눈에 띄지 않게 모두가 겪은 어려움에서 뭔가를 배운다. 누구도 절대적인 자신감을 갖고 태어나지 않았으며 처음에 품었던 목표를 그대로 유지하는 사람도 별로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꿈을 두고 타협하는 것이 패배가 아니라는 것, 희망에 관련한 유연함이 포기가 아님을 알게 된다. 보이지 않는 것에 적응하고 자신을 새로운 방향으로 이끈 우연한 변화에 내맡길 줄 아는 것도 얼마나 중요한지 이해하게 된다.

 

 

이젠 더 이상 제가 누군지 관심 없어요. 사실 내가 어떤 사람인가를 알아야 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해요. 그런 문제로 고민하지 않죠. 난 진흙처럼 평범하다는 게 정말 좋아요. 남들로부터 지켜야 할 것도 없고, 마음도 편하죠. 제가 전혀 특별하지 않다는 것, 모래알처럼 많은 인간 중 하나라는 사실을 깨달으니 날아갈 것 같은 해방감을 느꼈답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결국 '나는 누구인가'라는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여러 가지 답을 찾으면서 살다 간다. 자신이 누구인지 알려면 어린 시절 상처로 생긴 잘못된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자신의 관심사와 본질을 다양하게 파악해야 한다. 그러려면 현실적인 것을 좇아 한 방향으로만 달려왔던 삶에서 벗어나야 한다., 가끔은 정말 확신에 찬 길을 더듬어 찾아야하는 불확실한 시기를 견뎌야 한다. 과거를 돌아보면 답이 보일 수도 있다. 사랑을 해봐야 사랑하는 사람을 찾을 수 있고, 시도를 해봐야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알 수 있으며, 이루지 못해 괴로워해 봐야 무엇이 필요한지 알 수 있다.

 

나이가 들면 외부 명령을 따라야 할 필요가 없어진다.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못하는지 털어놓고 드디어 '이게 나야'라고 자신있게 말 할 수 있다.

 

한 사람의 삶은 가까이서 보면 짧은 붓질이 어지럽게 난 인상주의 화가의 그림과 같다. 하루하루 열심히 사는 데 급급하다 보면 인생에 대해 잘 모르고 놓치는 것이 너무 많다. 많은 사람이 나이가 들어서야 한참 뒤로 물러나 인생 전체를 보게 된다. 인생 전체의 그림은 흘러버린 시간만큼 멀리 떨어져 봐야만 눈에 들어온다. 특히 쓰라린 경험은 나이를 먹고 되돌아볼 때 선명하게 보인다. 나이가 들면 포기했거나 오해했던 인간 관계 오래전에 정리했다고 믿었던 상처와 실망도 새롭게 되짚어보고 싶어진다. 이러한 관조적인 시각은 노년이 주는 선물 중 하나다.

 

젊음과 늙음을 절대적인 기준으로 나누는 건 잘못이네. 우리는 시시때때로 젊어지기도 하고 늙기도 하지... 내면의 현자는 음산한 죽음의 신이 아니라 끝없이 새로워지는 생명의 본질이라는 것을 알게 될 걸세.

 

나이가 들면 자신이 원했다면 더 많은 것을 누릴 수 있었는데도 겉으로 보이는 것만 의식하며 살아왔음을 깨닫게 된다. 많은 사람이 속마음은 말하지 않으면서 사랑받기 위해 어느 한계까지만 자신을 드러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자신이 잘 안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을 얼마 나 더 많이 사랑할 수 있었는지 깨닫게 된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받아들이는 여유가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고 싶은 바람과 남들에게 이해받고 싶은 희망이 미묘하게 작용을 하는 가운데 생겨난다.

 

기다리는 법을 배우는 것은 행복하게 살기 위한 기본 태도다. 또 흘러가는 시간과 동맹하는 것을 의미한다. 지연되는 상황에서도 너그러워지려면 특정한 기본 전략이 필요하다. 노력을 기울이는 것, 더 잘 될 거라고 믿는 것, 목표를 똑똑히 바라다보는 것이 그것이다. 그런 전략이 없으면 인내심은 사라진다. 또 인간관계가 힘들어지거나 일이 어려워지면 너무 쉽게 포기하게 된다. 목표를 늘 마음에 간직하고 기다리면 보람이 있을 거라고 확신하며 보상을 그려보는 일에 익숙해져야 한다. 나이가 먹을수록 욕구가 충족되지 않더라도 심사숙고하며 기다리는 능력이 생긴다. 충동적으로 행동하기보다 생각을 털어놓고 시간을 두고 난관을 헤쳐 나가게 된다. 심지어 현재의 어려움이, 지금보다 미래에 훨씬 더 나은 디딤돌이 될 것을 안다. 마치 힘든 지금 상황이 별것이 아니게 될 미래 어느 시점에서 돌이켜보는 듯 궁지에 빠진 상황에서도 훗날에 미칠 여파까지도 그려볼 수 있게 된다.

 

62세의 하버드 교수 새러 로렌스 라이트풋은 인생 후반기의 가장 큰 난관은 '느긋함과 부지런함, 애써 얻은 인내의 장점과 쏜살같이 빠른 시간의 소중함 사이에서 적정선을 찾을 줄 아는 것'이라고 했다. 시간과 인생자체에 의미가 있는 것은 죽음이라는 자극 때문이다. 후회없이 잘 살려면 그저 시간의 가치를 기억하기보다는 인간의 유한성과 나이듦을 모두 자각해야 한다.,

 

나이가 들면서 얻는 수확 중 최고의 것은 다른 사람의 인생 경험에 쉽게 공감하게 된다는 것이다. 자신 역시 힘든 세월을 겪어보았기에 남들의 곤경을 전과 다른 눈으로 보기 때문이다. 살면서 알게 된 사실을 자신의 역사에 대입해보면 예전에는 공감하지 못했던 일이 문득 이해되곤 한다. 다른 사람의 처지를 이해하고 하면 삶이 너그러워진다. 공감하는 수준이 높아져서 다른 사람의 무지라든가 무신경해 보이는 행동도 이해 할 수 있게 된다. 한때는 용서할 수 없었던 일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도움이 꼭 필요한 친구를 왜 모른 척했는지, 부모님은 왜 매몰찬 반응으로 감정을 악화시켰는지 이유를 깨닫게 되기도 한다. 다른 사람을 비난하는 강도가 약해지면 자신에게도 너그러워진다. 이처럼 시야가 넓어지면 지혜의 눈이 생긴다.

 

 

자신을 발전시키는 고통을 피하는 한 삶은 나아지지 않는다. 감정을 끌어안지 않고 차단해버리면 정서적으로 성장하지 못한다. 자신을 숨기는 사람은 남들과 쉽게 친해질 수 없다. 도전을 피하고 자존감을 기르지 않으면 자신감을 키울 수도 없다. 인생이 주는 선물을 받는 데 지름길이란 없다.

 

자신을 존중하는 것과 남을 용서하는 것은 같은 뿌리에서 나온다. 그 뿌리는 인간의 고난에 대한 보편성을 이해하는 것이다. 자신이 씨름하는 많은 문제가 자신만 겪는 게 아님을 알게 되면 마음이 편해진다. 이런 생각은 우리를 자유롭게 하며 오래 전부터 간직해온 불만을 솔직하게 바라보게 해준다. 또한 똑같은 실수를 한 남들에게도 연민을 느끼게 해준다.

 

 

나이가 먹는 다는 것은 본질에 도달할 때 까지 거추장스러운 것을 자꾸 벗는 것을 의미해요.

 

내과 의사이자 교수인 진 코헨은 '발상의 전환은 나이가 들수록 학습되며 향상되는 특성이 있다.' 우리 뇌는 나이가 들수록 경험으로 발전시킨 다양한 전략을 축적한다.'고 말한다.

 

배낭을 메고 가파른 숲길을 걸어 올라갈 때면 나는 자벌레처럼 천천히 움직인다. 횡경막이 좁은 갈비뼈 바로 아래 붙어 있어서 폐가 충분히 확장되지 못하는 신체 구조 때문이다. 나는 헉헉거리며 주문을 왼다. ' 한 번에 한 걸음 씩' 그보다 더 나은 방법을 모르기에 초조해 하지 않는다. 그렇게 가면 목표에 도달한다는 것을 알기에 그냥 끝까지 갈 뿐이다. 나에게 중요한 것은 모든 순간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한 해 한 해 열심히 산을 오르면 지속적인 리듬으로 한 발을 다른 발 앞에 놓는 일이 점점 더 익숙해진다. 여전히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곳, 차라리 가지 않은 게 좋을 자기인식이라는 통로로 들어갈 수밖에 없는 일이 생긴다. 과감하게 그 안으로 들어가려면 그동안 쌓은 담력을 불러내야 할지도 모른다.

 

삶을 바꾸는 통찰력을 원한다고 해서 갑자기 불러낼 수는 없다. 통찰력은 수십 년간 노력하여 조금씩 커지면서 서서히 우리를 변화시킨다. 살다보면 내면에서 여러 가지 힘이 뒤섞이고 커져서 어느 순간 놀라울 정도로 의식에 변화가 일어난다. 성장은 오래 세월 짓눌러온 문제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힘이다. 그만큼 파급력도 강하다. 그때는 그 일이 왜 그렇게 오래 시간이 걸렸는지 의아해질 뿐이다.

 

융은 연금술사들이 사용한 '자연을 거스르는 작업'이라는 개념을 본성을 거스르려는 투쟁이라는 의미로 재포장해서 썼다. 힘든 경험을 하면서 느끼는 강렬한 감정는 삶에 대한 태도를 바꾸고 더 좋은 결과를 이끌어낸다. 상실은 변화를 위한 에너지가 되고, 확고한 태도는 의심을 물리친다. 기꺼이 위험을 무릅쓰고 실수를 통해서도 최대한 배우려 한다면 결국 바람직한 삶을 살게 될 것이다. 그러면 인생 후반부가 그전보다 훨씬 좋아질 것이다.

 

인생 후반기까지 우리는 자기에게 익숙한 수많은 자아 개념과 씨름하기도 하고 더러는 버리기도 한다. 자신을 돋보이도록 하거나 화려하게 과시하거나 외양을 꾸미는 일도 줄어든다. 한때는 자신이 누구인지 나타낼 소품이 필요했지만, 이제는 자신에게 가장 보람되고 본질적인 것에만 신경을 쓴다. 자신을 지지해주는 응원군이 있으면 든든해서 좋겠지만 사실 더 이상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동요하지 않는 내면은 수십 년을 살면서 얻어진 달콤한 과실이다. 이는 모든 의문이 멈췄다는 게 아니라 불확실성을 감수하고 성큼성큼 걸어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살다보면 여전히 좌절도 하겠지만 뿌리째 흔들리는 일은 별로 없다. 작은 실망 따위는 사소하게 여겨질 정도로 평정심이 생긴다. 우리 자신이 천하무적이 아니라는 것은 알지만 한편으로 세월의 시련을 견뎌냈다고 믿는다. 지금까지보다 더욱 단호한 태도로 걱정의 한계를 돌파하고 계속해서 잘 헤쳐 나간다.

 

 

젊은 시절은 실망을 극복하는 방법을 배우느라 대부분 시간을 보낸다. 간절히 원하던 직업을 구하지 못해 절망에 빠져 지내기도 한다. 수많은 이력서를 허공으로 보내고, 조금 모아놓은 돈으로 생활하며 아침, 점심, 저녁을 콘플레이크로 때울 수도 있다. 인생의 고비마다 실패가 도사리고 있을까 두려워하기도 한다. 그러다 합격이라는 연락을 받으면 좌절을 끝낸다. 다시 월급을 받게 되는 새로운 직장은 새로운 방향으로 우리를 이끌어준다.

 

중년이 되면 자신을 증명해야 한다는 압박감으로 회의에 빠지는 일이 종종 있다. 경제적으로 기반을 잡지 못했으며, 직장에서도 인정받지 못하고, 우러러보는 능력 있는 존재가 되지 못했다는 초조감에 시달리기도 한다. 개인적으로는 무언가 실수하는 게 아닐까, 잘못 선택한 배우자와 너무 오래 사는 게 아닐까, 무관심해서 친구를 잃게 되지 않을까 도는 나라는 존재가 이렇게 서서히 사라지는 게 아닐까 하는 두려움에 사로잡힌다. 이런 불안함을 잠재우고 자신에 대한 신념을 지켜나가려면 어느 정도 세월이 지나야한다. 그러는 사이, 실수뿐 아니라 잘 해결한 일에서 얻은 교훈으로 지식은 계속해서 깊고 넓어진다.

 

 

살다 보면 과거 실수를 괴로워하지 않고 인정할 수 잇게 된다. 자기만의 만족 기준을 세워 다른 사람이 하는 판단에 개의치 않을 수 있다. 불확실함도 그렇게 괴롭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고 견디며 다른 면을 보여주게 된다. 하나의 관계를 잃으면 다른 관계를 찾는다. 경제적으로 비틀거리다가도 회복한다. 우정도 위축되었다 다시 부활하는 기간을 겪는다. 젊은 날의 꿈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어도 실망하지 않는다., 가장 바랐던 일을 몇 가지 성취했더라도 그 광채가 예전 같지 않음을 깨닫는다. 나주에 지나온 일생 길을 돌아보며 운명이 원래 정해준 것보다 훨씬 더 잘 살아냈음을 알게 되는 때가 많다.

 

나이가 들수록 자신의 도덕적인 잣대나 행동의 본질이 흔들리지 않는 태도가 정립된다. 그리고 이런 내적이 판단 기준은 평정심의 토대가 된다. 마침내 신념뿐만 아니라 싫어하는 것과 민감한 부분까지도 포함한 자신의 참모습에 편안해진다. 인생 후반에 이르러서야 자신에게 만족 하는 법을 비로소 확실히 알게 된다.

 

나는 자신에게 놀라기도 하고 실망도 하고 흐뭇해하기도 한다. 괴로워도 하고 짜증도 내고 열광도 한다. 이 모든 것이 합쳐져서 내가 된다. 하지만 나 자신이나 내 인생에 대해 판단할 수 있는 것은 없다. 내가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나이가 들면 열린 마음을 갖는 것이 진정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게 된다. 안다고 믿었던 것에 대해 전보다 단호하게 확신하는 일이 줄어 들면서 더욱더 수용적이 된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공부의 출발이다.

 

위험은 삶의 필수 요소다. 위험을 잘 이용하면 그만큼 성장하니까 말이다. 중요한 점은 두려워도 위험을 무릅쓰고 계속 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많은 제약으로 무의미한 일과 싸우곤 한다. 이를테면 끝없이 과제를 하고, 즐겁지 않은 사람들과 시간을 낭비하고, 내일 걱정거리를 붙들고 끙끙대는 따위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 정말 필요하거나 즐거운 일만 하겠다고 결심한다. 나이 듦 자체는 유연함과 만족감을 요구하는 만큼 더 대담한 정신을 선물로 준다. 그래서 풀밭에 벌렁 드러눕지는 못해도 마음 놓고 넘어질 자유가 생긴다.

 

 

인생의 끝이 가까워지면 다음 목표를 향해 돌진하려고 애쓰던 삶이 느려지고 자기 앞에 놓인 것을 감상하는 식으로 바뀐다. 남은 시간이 부족한 만큼 집중력도 생긴다. 또한 삶을 더 쉽고 즉각적이고 즐거운 무대로 받아들이기로 결심한다. 시간이 줄어든다는 생각에 짓눌리기보다 삶의 기술을 되찾으려고 한다. 살아있음을 느끼는 시간을 찬양하며 활력을 얻는다. 아마 모든 일에는 때가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인생을 전체적으로 조명할 줄 아는 것은 아마도 최고의 능력일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그 수명만큼 고통스러운 사건의 전후 관계를 살피는 범위가 넓어진다. 오래 살수록 사소한 것은 더 빨리 인식하고 버리게 된다. 시야가 넓어져서 많은 문제를 축소하고 위안을 얻는 힘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런 능력은 지속적으로 평정심을 주지 못해도 계속되는 불행을 회복하는 힘을 키워준다.

 

결국 그 누구도 남들보다 더 낫지 않으며 그것을 증명할 방법이 없다고 확신하게 된다. 자신의 모습 그대로 받아들이고 살아갈 준비가 되는 것이다. 그 후에는 끝없이 자기 위치를 남과 비교한 대신 자신이 살아온 인생을 받아들인다. 남보다 돋보이려는 노력도 그만둔다. 그저 자신이 지닌 재능을 발휘하고 조용히 기쁨을 만끽하고 싶어 한다.

 

자신이 지닌 능력을 확인하고 가치 있게 생각하면 더욱 향상된다. 살아가는 동안 스스로 자신을 어떻게 파괴하는지 알면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는 방법도 찾을 수 있다. 그러면 도전 할 수 있는 자신감을 얻고 점점 대담해진다.

 

인생을 살아보면 타고난 본성대로 사는 것이 점점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특히 인생 후반기가 되면 남들에게 양해를 구하지 않고 본성대로 살아가는 일이 많다. 발전을 평가하는 자기만의 잣대도 개발한다. 자신이 노력한 것에 찬사를 해주면 만족해하지만 어떻게 사는 것이 가치 있는 삶인지에 관한 특정한 기준을 가지지 않는다.

 

뭔가를 확신하며 이루려고 애쓰다 보면 인생을 사는 데 정도正道는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더 이상 특정한 비전에 맞춰 어떻게 살아야할 지 고민하며 상황을 바꾸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

 

연륜이 생기면 삶의 고삐를 쥐려고 아등바등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깨닫는다. 삶을 통제할 수 있다는 환상도 별로 필요 없다. 우리가 행사할 수 있는 영향력이 줄어들고, 매일 일어나는 예측할 수 없는 수많은 사건에 맞춰 지시할 일도 줄어든다. 과거에 의심했던 일 중에 얼마나 많은 것이 잘못 판명되었는지 알며, 희망대로 모든 것을 이룬 사람도 없다는 것을 안다. 많은 것이 예상대로 되지 않는 것을 보면서 걱정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도 안다. 위대하다고 생각한 목표가 과대평가된 적도 많다는 사실 역시 안다. 결국 하루하루 충실하게 사는 것만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모든 사람이 죽는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그러면 사소한 걱정 대신 가장 중요한 것에 초점을 맞출 수 있다. 우리에게 닥친 상황을 더욱 잘 헤쳐

나갈 수도 있다. 아침마다 현관에 앉아 새들이 노래하는 소리를 듣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관심을 기울이며 함께하는 기회를 놓치지 마라. 살아가는 동안 우리가 행복하고 수월하게 인생을 보낼 수 있는 비결은 더욱 기쁜 마음으로 사는 것이다."

 

 

읽으면서 작가의 생각과 느낌에 수많은 공감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아마도 인생의 3분지 2정도를 산 지점에서 내 살아온 날 들을 반추해보고 또 앞으로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야할 지에 대한 생각들을 점검해본다. 확실한 것은 누가 뭐래도 과거의 내 인생은 온갖 시행착오를 겪기는 했지만 나름 사는 일에 충실했다는 만족감을 주기도 한다. 동시에 앞으로 다가올 생에 대한 불안감 내지는 두려움에 잠시 흔들릴 때 마다 위로와 격려를 줄 글들을 만나게 되어서 잔잔한 기쁨과 작은 감동을 누린 하루가 되었다.  그래 이 책은  오늘 이 무더운 날 내 안에서 작은 오아시스를 발견하는 기쁨을 누리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