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을 그만둔다면 나는 숨이 막혀 죽어 버릴지도 몰라요. 확신은 아니지만 내가 오로지 그 노력 덕분에 버티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느낌이 드네요. 일하기 위해 노력하고, 웃기 위해 노력하고, 다른 사람과 똑같이 살아가는 척 그렇게 있는 척 없는 척하기 위해 노력하고, 노력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그렇게 노력하며 살아가는 거죠. 우울증과 의기소침함이 어느 날 갑자기 불거질까 봐, 살기 싫어지고 삶에 지쳐 버릴까 봐, 이에 대한 끊임없이 울타리와 제방을 쌓느라 진이 다 빠진 듯한 느낌이 들 때도 있어요. 물론 가끔은 이에 대해 생각을 하지 않고, 그 같은 노력에 대해 무의식적이 될 때도 있고, 왠지 마음이 가벼워진 듯한 느낌이 들 때도 있어요. 드물지만 그런 때가 되면 그간의 노력을 보상받은 것 같고 ‘그렇게 하면 되는구나, 그럼 잘 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나 자신의 일부는 내 마음이 절망의 늪에 빠져들지 않도록 중대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그 외의 나머지는 이를 잊으려 노력하고 있어요. 이게 ‘우울증 위험’인가요? 상대적으로 내가 편하게 지낼 수 있는 건 오로지 꾸준한 노력 덕분에 가능한 일이 아닐까요? 하지만 내가 페달을 멈춰 버린다면 그만 넘어져 버리지 않을까요? 내 작은 허상의 세계가 전부 다 나와 함께 무너져 내리지 않을까요? 피난처를 꿈꾸던 때도 있었어요. 종교를 갖고 거기서 말하는 확신으로 도망쳐 버릴까, 수도원의 보호 아래 들어가는 것이죠. 제게는 경계를 늦출 필요가 있어요. 존재로부터 보호를 받아야 해요. 나 자신의 허약함에 그 어느 때보다도 지쳐 있는 상태예요. 결국은 살아가기에 내가 너무 여렸던 걸까요?”
살아 있는 존재의 취약함을 여실히 드러내놓고 있는 글들이다. 본질에서 살아 있는 모든 것은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약하다는 것의 가장 큰 장점, 혹은 스스로 무력함을 의식하는 것의 가장 큰 장점은 그런 약한 부분이 ‘내겐 아무 일도 없을 거야.’라는 전능함의 환상으로부터, 그리고 ‘모든 게 다 쉬울 거야’라는 식의 어떤 믿음들로부터 우리를 보호해 준다는 점이다. 약하다는 사실이 주는 또 다른 장점은 우리에게 통찰력을 가져다준다는 점이다. ‘인생이 무한하기라도 한 것처럼 행동하지 말자, 내게 또 다른 인생을 주기라도 할 것처럼 굴지 말자, 내가 뭘 해도 끄떡없고 영원한 존재인 것처럼 살지 말자.’ 즉 무력함과 통찰력 덕분에 현명함이 발휘된다.
무력함에는 또 한 가지 장점이 있다. 세상에 눈을 뜨게 해 준다는 점이다. 일단 생존을 확보하기 위해 우리는 세상을 감시했다. 더 나아가 감시하지 않고도 바라보는 법을 배운다. 당장은 위험이 없더라도, 심지어 위험에 맞서는 법을 배웠더라도, 세상을 바라보는 안목은 유지할 수 있다.
여린 사람들이 삶에서 느끼는 행복은 언제나 더 강렬하다고 생각되는데 그 비교 대상은 누가 될까? 가장 유력한 후보는 무력함을 이겨낸 사람이 아닐까? 이들은 한 단계 발전한 나약한 사람이 아닐까. 여기에서의 발전이라 함은 약한 부분을 모두 없애고 강해진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나약하고 취약한 부분 때문에 너무 과도하게 혹은 너무 자주 괴로워하지 않으면서도 이를 함께 끌어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스스로 무력함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힘이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 외에, 우리 안에 약한 부분을 품고 살아가는 것 외에 달리할 수 있는 건 없을까? 자신이 약하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면서 우리는 무의미한 싸움을 피할 수 있고, 필요할 때에 싸움하기 위한 힘을 비축해 둘 수 있다. 스스로 약한 부분을 받아들이고 나면 우리는 다른 데에서 자주 피신처를 찾을 필요가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조용하게 은신하고, 뒤로 물러나며, 명상에 잠기고, 이따금 세상과 관계를 끊어 보거나 하는 것이다. 즉 숙고, 과도한 자극으로부터의 거리 두기, 정말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자문해 보기, 자신이 진정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되물어 보기 등…. 약하기 때문에 남보다 이를 더 자주, 더욱 잘해야 할 뿐이다. 이 같은 점을 잘 이해하고 실천에 옮긴 사람은 스스로 약한 부분이 우리로 하여금 본질에 더 가까이 있도록 강제한다는, 아니 그러도록 우리를 도와준다는 점을 알게 된다."
위의 글들은 크리스토프 앙드레 지음, 배영이란 옮김의 ‘화내도 괜찮아, 울어도 괜찮아, 모두 다 괜찮아.’ 중의 일부를 발췌한 것이다.
참 신기하게도 내가 끊임없이 나 자신의 여림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살아가는 중에 나를 위로해주는 글들을 만나게 될 때마다. 그렇구나, 다른 사람들도 세상을 살아가는 데 나와 비슷한 두려움과 자아상을 가지고 있구나, 깨달으며 나 혼자만이 아니구나 하는 위로와 격려를 받는다. 한때 나는 그러한 두려움을 이기기 위해 수녀원에서 살기를 꿈꿨던 적도 있었고 차라리 죽어버릴까 하는 극단적 상황에 빠지기도 했었다. 그러나 지금 이렇게 잘도 살고 있다. 내가 이렇게 잘살고 있는 것은 나의 약한 부분을 모두 없애고 강해진 내가 아니라, 나의 나약하고 취약한 부분 때문에 너무 과도하게 혹은 너무 자주 괴로워하지 않으면서도 이를 함께 끌어안고 살며 나의 장점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추진하려는 에너지를 모을 수 있었던 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 실천 방법으로써 조용하게 은신하고, 뒤로 물러나며, 명상에 잠기고, 이따금 세상과 관계를 끊어 보거나 하는 것이다. 즉 숙고, 과도한 자극으로부터의 거리 두기, 정말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자문해 보기, 자신이 진정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되물어 보기 등…. 오늘도 나는 내 주어진 환경에 감사하며 끊임없이 나 자신이 진정 원하는 삶이 무엇인가를 생각하며 이 순간을 즐길 수 있는 내가 되어서 참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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