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戀書시리즈 - 독후감

戀서 - 55 - 원더보이

by thetraveleroftheuniverse 2012. 6. 25.

 

 

 

                                      

김연수님의 “내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던...”을 읽은 뒤 모름지기 작가는…. 이라는 귀결에 이르게 되었다. 앞으로 꾸준히 그의 글을 읽으며 내가 쓰고자 하는 이야기를 풀어나가는데 많은 참고가 되리라 기대하며 그의 ‘원더보이’를 읽게 되었다.

1984년, 열다섯 살 소년 정훈은 트럭에서 과일을 파는 아버지와 함께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교통사고를 당하고, 정훈이 본 마지막 아버지의 얼굴은 우주비행사처럼 밤거리의 불빛들을 향해 나아가던 그 옆모습이 된다. 사고 후, 아버지는 "애국애족의 마음으로" 남파간첩의 차량을 향해 뛰어든 애국지사가 되어 있고,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대통령 각하 내외분을 비롯한 각계각층 모든 국민의 간절한 기원에 힘입어" 일주일 만에 깨어난 전훈 에겐 사람들의 속마음을 읽는 능력이 생긴다.

이제 정훈에게는 그전과는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자신을 낳다가 죽은 줄로만 알았던 엄마의 존재가 새롭게 떠오르고, 취조당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읽기 위해 매일같이 고문실에 들어가야 했던 재능개발실에서, 자신을 아버지처럼 믿고 따르라던 권 대령에게서 도망쳐 나온 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정혼은 조금씩 어른이 되어간다. '원더보이'는 성장소설이기도 하고 또 그렇지 않기도 하다. "이 세계의 모든 것들이 그렇게 되기로 한 것처럼 스스로 그렇게 되리라는 사실을 그저 믿기만 하면"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은, 대부분의 어른도 아직 모르는 일이니까.

이 소설을 다 읽고 나면 우리는 알게 된다. 우주에 이토록 많은 별이 있는데도 우리의 밤이 이다지도 어두운 것은, "우리의 우주가 아직은 젊고 여전히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서로 껴안은 우리의 몸이 그토록 뜨거운 것은 "그때 우리가 아직은 젊고 여전히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슬픔과 슬픔이 만나면 슬픔이 두 배가 되는 것이 아니라 위로가 되기도 한다는 것을. “나는 글을 쓰게 되어 있다, 그렇게 살게 되어 있는 사람이다.”라고 말하는 그의 작품 속의 낱말들의 씨줄과 날줄의 엮임에 그의 작가정신이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는 듯하다.

“세계의 모든 것은 오직 변할 뿐이다. 나도 변했고 세계도 변했다. 모든 것은 변했지만, 이 세계가 좀 더 살아가기 좋은 곳으로 바뀌어야만 한다는 사실만은 변할 수 없다. 오직 그 이유로 세계는 변한다.”라고 따스하면서도 희망적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그의 넉넉함이 참 좋다. 원더보이를 읽는 내내 다음, 다음 페이지에 대한 기대감을 버릴 수가 없었다. 마지막 장을 읽는 순간까지도, 그리고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 밀려드는 많은 생각을 그의 말처럼 내가 그의 작품을 읽을 때, 바보가 아니고 모법 생도 아니고 천재처럼 글로 표현된 부분 너머, 아직 쓰지 않은 부분까지도 읽어 내려갈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라는 바람을 가지게 되었다.

"인생이란 한강과 같은 것이라고. 해가 지는 쪽을 향해 그 너른 강물이 흘러가듯이. 인생 역시 언젠가는 반짝이는 빛들의 물결로 접어든다. 거기에 이르러 우리는 우리가 아는 세계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세계 사이의 경계선을 넘으리라. 그 경계선 너머의 일들에 대해서 말하면 사람들은 그게 눈을 뜨고 꾸는 꿈속의 일. 그러니까 백일몽에 불과하다고 말하겠지만, 그래서 단 한 번도 그 누구에게도 내가 본 그 수많은 눈송이에 대해서 말한 적이 없었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 인간은 누구나 아이에서 어른으로 자라고, 결국 생의 마지막 순간에 이르러 그 빛들을 경험한다는 사실을…." p199(원더보이)

그의 말처럼 나의 인생도 언젠가는 우리가 아는 세계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세계 사이의 경계선을 넘어 반짝이는 빛들을 경험할 수 있으리라…. 그 순간에 의식이 깨어 있어 그 빛을 인식할 수 있게 되길, 그리고 더불어 우리가 알지 못하는 세계로의 여행을 즐길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