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戀書시리즈 - 독후감

戀書 - 6 - 명지와 이명

by thetraveleroftheuniverse 2012. 3. 15.

 

나이 탓이려나, 자꾸만 내 살아온 과거를 반추하는 시간이 늘어 갑니다. 잘했고 좋았던 기억은 자랑으로 남아 있지만 잘못했고 좋지 않았던 기억은 씁쓸하기만 합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후회되는 일 중의 하나가 오만의 극에 달했던 자신의 생각이 옳다는 편견이 너무 심했던 장면들입니다.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생각의 충돌은 필연적이련만 그 충돌을 치러내야 할 때마다 내 생각만이 옳 곧다는 주장이 얼마나 터무니없었는지 부끄럽기 짝이 없습니다. 한 때는 그런 생각 때문에 잠도 못 들고 아무리 상대를 이해하려고 해도 이해되지 않았던 원인 중에 하나가 바로 내 생각만이 옳다는 아집이었습니다.

 

 

오늘 장자를 읽으면서 그동안 내 살아온 여정을 돌이켜 보며 각자의 고유한 본성을 인정하고 좀 더 넓고 크게 볼 수 있는 마음으로 살아가보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음을 열어주는 위대한 우화 ‘장자’에서 인용한 글입니다.

 

 

명지(明之)는 불가능하다.

 

여기서 ‘밝히다’라는 뜻의 명지는 이명(以明)과 구별된다. 이명은 ‘존재의 본래적 밝음’, 즉 자연의 고유성에 의거한다. 그리하여 별도의 주재자가 없는 장場에서 각각의 개별자들이 자신만만의 고유성을 가지고 거래한다는 점을 인정하고, 그들 각각의 고유성은 다른 개별자들이 존재하는 데 상호 필수적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또 각각의 존재방식에는 수직적인 구조나 서열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인정한다. 이것이 곧 만물의 가지런하고 고른 상태를 뜻하는 제물齊物의 평등이다.

 

 

반면 명지는 인위적으로 ‘밝히는 것’인데, 이는 곧 ‘내 생각’을 명료화하여 다른 사람들을 설득하고 그들의 생각을 ‘내 생각’과 동일하게 만들려는 것, 나아가 상대의 생각을 지배하려는 것이다. 그러므로 명지는 제물의 평등과 달리 획일劃一의 평등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아무리 훌륭하고 아무리 완전하게 보일지라도, 자기의 생각과 동일하게 만든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내 생각’은 어디까지나 ‘내 입장’에서 세운 옳음이기 때문에, 상대의 생각은 결코 나와 동일한 옳음이 될 수 없다. 이것과 마주하는 저것이나 옳음과 맛서는 그름이 될 뿐이다. 더욱이 자신의 생각을 명료화하면 할수록 상대와 나의 분리는 더더욱 강화된다.

 

명지의 가장 두드러진 사례는 바로 가르침이나 전수에서 나타난다. 그렇다고 세상의 모든 가르침이 독선적이고 불합리하다는 뜻은 아니다. 문제는 자신의 생각이나 앎을 그 자체로 고스란히 완벽하게 전달하고 전달 받을 수 있다고 여기는 태도에 있다. 설령 우리가 공동의 인식에 기초한 공동의 진리를 공유하고 있다고 생각할지라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아주 제한적인 범위에 한정된 합의에 지나지 않는다.

 

 

 

아무리 뛰어나고 완벽하게 보이는 앎일지라도, 그것으로 세상을 바로잡거나 상대를 오롯이 설득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신의 기준으로 다른 사람들과 세상을 제단하지 않는 것, 그러기 위해 자신의 기준이 가지는 절대성을 버리는 것, 그리고 동시에 다른 기준을 동등하게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을 현혹시키는 빛을 성인은 없애려 한다. 화려한 이론이나 그럴듯한 논변을 경계한다. 그러기에 이것이냐 저것이냐 분별하려 하지 않고, 자신이 옳다고 여기는 것으로 상대를 밝히려 하지 않으며, 상대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인 각득각의에 맡긴다 . 이것을 일러 고유한 본성에 따라 비추는 이명以明 이라고 한다.

 

 

오늘은 보고 싶은 그대에게 잠시 푸념을 하고 싶습니다.

 

나한테는 아직도 풀지 못한 관계의 숙제들이 많이 있답니다. 오늘 장자를 읽으면서 내 마음에 남아있는 아집은 많이 버린 듯한데 사람 사는 세상사는 내 생각 데로 만 풀릴 수 없음이 안타깝습니다. 너무 쉽게 버리고 너무 쉽게 취하는 인간사가 야속키만 한데 그 야속한 맘조차 나만의 판단이지 않을까 되집어 봅니다. 참 잘 살기가 어려운 세상입니다. 살면 살 수록 세상살기가  왜이리 어려운지... 잘 사는게 이 길인지, 저 길인지...

남들은 오십에 지천명知天命 한다는데 나는 오십이 넘었건만  지인명 知人命도 못하는 듯 해서 오늘의 날씨만큼이나  우울합니다. 금방 비라도 쏟아질 듯 하늘은 잿빛입니다.  왕창 한 여름 소낙비처럼 그렇게  시원스레 쏟아졌음 바라게 되는 저녁입니다. 

 

오늘도 하루가 이렇게 가고 있고 그대를 그리워 하는 마음은 시속 150Km속도로  마음  본래의 속도를 추월하고 있습니다. 아마 그런 속도로 내 닿다가는 필경 교통위반 딱지를  몇장이나 끊을 수 있을 지... 쉬엄 쉬엄 국도를 달리며 산천초목 여유롭게 유람하는 그런 모습으로 달리고 싶다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그러다가도 다 부질없다 부질없다 고개를 저어보기도 하고...

 

소풍 끝나는  날까지 그냥 이렇게 살다 갈 것만 같아 괜실이 마음이 조급해 지기도 하고...

 

부디부디 몸도 마음도 건강한 하루하루가 되기만을 빌어봅니다.

 

이만 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