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내리 몇 시간을 잤는지... 전화벨 소리에 잠을 깨니 오후 한시 가까이...ㅋㅋㅋ 가뿐해진 몸과 마음으로 가게를 나왔습니다. 차를 타고 나오다보니 완연한 봄 날씨, 기분이 왕창 좋습니다. 이런 날 멀리는 갈 수 없겠지만 그대로 어딘 가 봄볕이 가득 찬 곳으로 나들이를 가고 싶은 맘이었습니다. 가게에 나와서 생각하니 이대로 있을 수 없습니다.
서둘러 김밥 몇 줄과 월남쌈 몇 개를 예쁘게 준비 했습니다. 가끔씩 전화로나마 나의 안부를 걱정해주는 이를 생각하며 마음도 발걸음도 가볍습니다. 전화를 걸어봤지만 묵묵부답, 무턱대고 차에 시동을 걸고 출발 했습니다. 서해바다의 가득 찬 물살에 햇살이 찬란합니다. 산책 나온 사람들의 가벼운 발걸음에 맞춰 콧노래를 부르며 도착했건만 주인은 출타중입니다. 에구, 내 팔자야. 공연히 팔자타령을 하며 돌아오는 길에 병원에 계신 엄마에게 들러 포장해간 김밥과 월남쌈을 슬며시 놓고 왔습니다. 마치 애초 엄마에게 줄 작은 선물인양, ㅋㅋㅋ 나도 가끔씩 누구에겐가 작은 선물을 주고 싶을 때가 있었나 봅니다.
며칠 전 아침밥으로 순대국밥 한 그릇을 때우는 참 이었는데 갑자기 누군가와 함께 순대국밥을 먹었던 기억이 났습니다. 순대국밥 뿐입니까? 콩나물해장국도 함께 먹었던 기억을 되살리며 밥 한 그릇을 같이 먹을 수 있는 것도 상황에 따라 어떤 사람에게는 작은 선물 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날 함께 먹었던 순대국밥도 콩나물 해장국도 생각해보니 나에게 작은 선물 이었구나 그런 생각을 하니 눈시울이 뜨겁고 순대국밥에 목이 메었습니다. 장사를 시작하고 나서부터는 밖에서 밥을 먹을 기회가 거의 없어서인지 왠지 센치해진 기분이 들었었나 봅니다.
참으로 오랜만에 시장에서 2000원 어치 후레지아꽃 한 다발을 사갖고 온 날의 작은 감격이 생각납니다. 몇 년 만에 나를 위한 꽃다발인지... 셈이 되지 않습니다. 오로지 하루 하루를 위해 정신없이 살아온 지난 2여년이 잠시 주마등처럼 스쳐갔습니다. 이제 좀 내 자신을 위한 작은 선물과 같은 해찰을 해 볼 수 있는 여유를 가지고 싶단 생각을 했습니다.
“인생을 꽉 움켜질 수 있는 비결은 매 순간 겪는 경험에 꾸밈없이 순수하게 경탄 하는 것이다.”라는 구절을 읽은 기억이 납니다. 순간 순간 나도 모르게 스쳐가듯 지나는 일상들에 애써 의미를 부여하고 싶은 기분 좋은 일요일, 내 마음에게도 작은 선물이 배달된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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