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dith Hermann1 유디트 헤르만작 <여름 별장, 그 후> 민음사 햇살을 등에 업은 눈발이 하나 둘 흩날리다 사라진다. 바람도 불지 않는데 눈발은 스스로 춤을 추는가, 내 시선은 그저 그것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황홀하다. 어디선가 아침 고요를 뚫고 길냥이의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배가 고프다는 것인가, 아니면 이 추운 날에 배경음악이라도 되겠다는 것인가, 입가에 저절로 핀 미소를 머금고 길냥이의 다음 울음을 기다린다. 오랫동안 기다렸는데도 더 이상 들리지 않는다. 왠지 나도 모르게 눈물이 맴돈다. 절대 길냥이의 울음이 들려오지 않는 것 때문이 아니다. 인생이란 이렇게 무엇을 기다리는지도 모르게 기다렸다가 끝내 나타나지 않는 그 무엇 때문에 눈물을 머금는 그런 시시콜콜한 어떤 것들의 짜깁기라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하게 되었다. 여기 특별한 것도 없는 시시한 이야기들을 아름.. 2022. 1. 1.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