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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차별은 감정이 아니라 절차였다

by thetraveleroftheuniverse 2026. 9. 17.

차별은 감정이 아니라 절차였다

 

3주차 뉴욕 베스트셀러 읽기 강의 수업을 받았다. 이번 주에는 《태어난 게 범죄》 2장을 다뤘는데, 지금까지 막연히 아파르트헤이트라는 인종 차별 정책이 있었다는 것만을 알고 있었던 나에게는, 그것이 얼마나 치밀하고 체계적으로 '설계된' 제도였는지 알게 된 시간이었다.

 

아프리카너 정부가 공식 위원단을 꾸려 호주, 네덜란드, 미국 등 다른 식민지 정책을 가진 나라들의 인종차별 사례를 조사하고, 그중 무엇이 효과적이었는지를 연구한 뒤 이를 집대성해 만들었다는 대목에서는 소름이 돋았다. 차별이란 늘 무지나 두려움에서 비롯된 즉흥적인 감정의 결과라고 막연히 생각해왔는데, 오히려 그 반대였다. 원주민 강제 이주, 노예제, 인종 분리 정책 등 각 나라가 개별적으로 저질러온 억압의 역사를 하나의 '참고 자료'처럼 모아 가장 효율적인 형태를 벤치마킹했다는 것은, 아파르트헤이트가 남아공만의 특수한 문제가 아니라 식민지 지배를 겪은 여러 나라들이 공유하고 있던 억압의 논리 위에서 만들어진 체제이며, 동시에 차별이 지극히 이성적이고 관료적인 절차를 거쳐 하나의 '제도'로 완성될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했다.

 

이 장은 결국 저자 개인의 이야기(자신이 '범죄'로 태어난 존재라는)를 본격적으로 풀어놓기에 앞서, 그 배경이 되는 거대한 역사와 구조를 먼저 펼쳐 보이는 도입부다. 개인사를 다루기 전에 이렇게 방대한 제도적 배경을 먼저 설명하는 구성 방식 자체가, 저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단순한 개인적 사연이 아니라 하나의 시스템이 만들어낸 결과로 바라보게 만든다는 인상을 받았다.

 

이번 챕터를 읽으며 남은 질문은 이것이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도, 이렇게 오랜 시간에 걸쳐 '연구'되고 '설계'된 뒤 너무 당연하게 자리 잡아 잘 보이지 않는 구조가 있지는 않을까. 예를 들어 오늘날의 채용 AI나 신용평가 알고리즘, 치안 예측 시스템 등은 겉으로는 '객관적'이고 '기술적'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과거의 차별적 데이터를 그대로 학습해 특정 집단에게 불리한 결과를 반복 생산할 위험이 있다. 아파르트헤이트가 인간의 편견을 법과 제도라는 형태로 굳혔다면, 오늘날에는 그 편견이 알고리즘이라는 훨씬 더 '객관적'이고 '중립적'으로 보이는 형태로 재생산될 수 있다는 점이 더 우려스럽다.

 

다만 아파르트헤이트와 달리, 이러한 위험은 아직 완전히 고착되지 않은 만큼 지금 단계에서 보완할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알고리즘 설계 과정에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을 참여시키고, 학습 데이터에 어떤 편향이 담겨 있는지 주기적으로 점검하며, 그 판단 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해 외부에서 검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어떤 제도나 기술이든 '효율적'이라는 이유만으로 그 이면에 숨겨진 편향을 방치하지 않고, 계속해서 질문을 던지는 태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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