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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

찰스 밍거스(Charles Mingus)

by thetraveleroftheuniverse 2025. 2. 25.
#재즈음악가소개


개인적으로, 나는 많은 재즈 뮤지션들 중에서도 다시 만나고 싶은 인물로 밍거스를 꼽는다. 그의 복잡한 성격과 서정적인 음악성의 간극에서 느껴지는 재미있는 캐릭터는 너무 매력적이다. 그의 둔탁하면서도 카리스마 넘치는 목소리와 음악 속 여정은 많은 영감을 주며, 역경 속에서도 굳건히 자존을 지킨 그의 모습을 생각할 때마다 내 삶을 되돌아보게 된다.




찰스 밍거스(Charles Mingus)는 천재적인 베이시스트이자 작곡가로, 음악뿐만 아니라 강렬한 성격과 기행으로도 유명했다. 그의 삶에는 많은 흥미로운 에피소드가 있는데, 그중 몇 가지를 소개하겠다.

하나는 그의 유명한 ‘피아노 부수기’ 사건이다. 어느 날 그는 집에서 작곡을 하다가 마음에 들지 않자 화가 난 나머지 피아노를 부수기 시작했다. 그런데 부순 후에도 여전히 화가 풀리지 않자, 피아노 잔해를 창밖으로 내던져 버렸다고 한다. 이는 밍거스의 폭발적인 성격을 잘 보여주는 장면이다.

또 다른 일화는 그의 ‘펀치 레슨’ 사건이다. 그는 밴드 멤버들이 연주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가차 없이 해고했으며, 심지어 폭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한 번은 트롬보니스트 지미 네퍼(Jimmy Knepper)를 때려 이가 나가고 입술이 찢어지는 바람에 네퍼는 한동안 연주를 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밍거스와 네퍼의 관계는 크게 틀어졌고, 법적 분쟁으로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밍거스는 단순한 폭군이 아니었다. 그에겐 독특한 유머 감각도 있었다. 한때 그는 ‘밍거스 캐츠(Charles Mingus Cat) Society for Preventing Cruelty to Musicians’라는 단체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음악가에 대한 잔혹 행위를 방지하는 찰스 밍거스 고양이 협회’라는 의미인데, 그는 음악 산업이 음악가를 착취한다고 생각했고, 이를 조롱하기 위해 이런 이름을 지었다. 그는 실제로 자신의 고양이에게 베이스 연주를 가르치려고 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또한, 그는 『Beneath the Underdog』라는 자서전에서 본인이 어린 시절부터 심리적으로 고통받았으며, 자아 정체성을 찾기 위해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책이 사실보다는 허구에 가까운 부분이 많아, 일부 평론가들은 ‘밍거스다운 허풍과 자기 신화 만들기’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러한 일화를 가진 찰스 밍거스(Charles Mingus)의 음악 여정은 재즈 역사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그는 단순한 베이시스트가 아니라 작곡가, 밴드리더, 그리고 재즈의 경계를 확장한 혁신가였다. 그의 음악 여정은 어린 시절부터 다양한 스타일을 흡수하며 시작되었고, 이후 그의 독창적인 음악 세계를 구축하는 과정으로 이어졌다.

밍거스는 1922년 애리조나에서 태어났지만, 로스앤젤레스에서 자랐다. 그의 아버지는 엄격한 군인이었으며, 어머니는 클래식 음악을 사랑했다. 덕분에 밍거스는 어린 시절부터 첼로와 트롬본을 배우기 시작했고, 이후 더블베이스로 전향했다. 그는 듀크 엘링턴(Duke Ellington)의 음악에 깊은 감명을 받았으며, 클래식 음악에서도 바흐와 스트라빈스키 같은 작곡가들에게 영향을 받았다. 하지만 당시 인종차별적 환경 속에서 흑인 연주자가 클래식 음악계에서 성공하기란 쉽지 않았고, 결국 그는 재즈로 방향을 틀게 된다.

비밥과 하드 밥 시대인 1940년대에 밍거스는 재즈 씬에서 베이시스트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그는 라이오넬 햄프턴(Lionel Hampton) 빅밴드에서 연주했으며, 찰리 파커(Charlie Parker), 디지 길레스피(Dizzy Gillespie), 버드 파월(Bud Powell) 등과 함께 연주하며 비밥(Bebop)의 언어를 익혔다. 하지만 밍거스는 단순히 비밥을 답습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자신의 작곡 스타일을 발전시키기 시작했다. 그는 하드 밥(Hard Bop)과 블루스의 강렬한 감성을 결합하면서도, 자유로운 즉흥성과 현대 클래식 음악의 요소를 더해 독창적인 음악을 창조했다.


1950년대 후반부터 밍거스는 본격적으로 자신의 음악적 비전을 실현하기 시작했다. 1956년 『Pithecanthropus Erectus』는 그의 첫 걸작으로 평가받으며, 단순한 연주를 넘어선 서사적 구성과 강렬한 감정 표현을 보여준다. 그는 악보를 정확하게 지시하는 대신, 연주자들에게 자유를 주고 즉흥적인 해석을 강조했다. 이러한 방식은 후에 프리 재즈(Free Jazz)와도 연결되지만, 밍거스는 완전한 무질서보다는 구조와 자유의 균형을 추구했다.

 


그의 가장 유명한 앨범 중 하나인 『Mingus Ah Um』(1959)은 그가 정립한 음악적 정체성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이 앨범에는 "Goodbye Pork Pie Hat"(색소포니스트 레스터 영에게 바치는 곡)과 같은 아름다운 곡이 있으며, 블루스, 가스펠, 그리고 스윙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다. 또한 "Better Git It in Your Soul" 같은 곡에서는 교회 음악과 블루스의 강한 리듬감을 결합한 특징이 두드러진다.



더불어 밍거스는 단순한 음악가가 아니라 사회 문제에 적극적으로 반응하는 예술가였다. 그는 인종차별과 사회적 불평등을 음악을 통해 강하게 비판했다. 『Mingus Presents Mingus』(1960) 앨범에서 발표한 "Fables of Faubus"는 아칸소 주지사 오벌 포버스(Orval Faubus)가 흑인 학생들의 등교를 막았던 사건을 풍자한 곡이다. 원래 이 곡에는 강한 정치적 가사가 있었으나, 음반사에서 이를 거부해 결국 연주곡으로 발매되었다. 후에 그는 자신의 레이블을 통해 원래 가사가 포함된 버전을 발표했다.



1960년대 후반부터 밍거스는 건강 문제와 재정적 어려움으로 인해 활동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실험적인 음악을 시도했고, 1972년에는 『Let My Children Hear Music』이라는 대작을 발표하며 자신의 작곡 스타일을 오케스트라로 확장했다. 1977년 그는 근위축성 측색경화증(ALS) 진단을 받았고, 점차 연주가 불가능해졌다. 하지만 그의 음악적 열정은 끝까지 식지 않았고, 그는 피아니스트 조르지 루이스 보르게스(Georges Louis Borges)와 협력해 새로운 작품을 남기려 했다.

그는 1979년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음악은 여전히 현대 재즈와 클래식 음악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밍거스는 단순한 베이시스트가 아니라, 재즈의 형식을 확장하고 자유로움과 구조의 균형을 탐구한 독창적인 작곡가였다. 그의 음악은 오늘날까지도 끊임없이 재해석되며, 재즈를 넘어선 예술적 유산으로 남아 있다.


내 개인 취향으로는 Mingus Plays Piano(1963년)라는 Charles Mingus의 유일한 피아노 솔로 앨범을 특히 좋아한다. 위처럼 혹독한 성깔을 가진 뮤지션이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운 선율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감상하면서도 지절로 미소가 삐져나온다. 물론 그의 최고의 앨범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지라도.



이 앨범은 오리지널 7곡과 재즈 스탠더드 4곡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첫 번째 트랙 “Myself When I Am Real"은 진정한 자아를 탐구하는, "진짜 나일 때의 나는 어떤 모습일까"라는 의문에 대해 대답하는 곡처럼 느껴지며, 밍거스의 내면의 감수성과 서정성을 모두 드러내는 것 같아 애틋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이는 그에게만 한정된 것이 아닐 것이다. 나를 포함한 우리 모두가 겉모습으로 드러나지 않는 내면의 진짜 모습을 느끼고 인정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고개를 끄덕끄덕하며, 시공간을 초월해 그와 마주 앉아 긴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마음이 든다.

두 번째 곡인 "I Can't Get Started"와 세 번째 곡 "Body and Soul"은 각각 다른 작곡가들의 곡이지만, 밍거스 특유의 해석과 감성을 통해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온다.

"Roland Kirk's Message"와 "Meditations for Moses"는 짧은 트랙이지만, 강한 인상과 감동을 주며, 그의 오리지널 "Orange Was the Color of Her Dress, Then Silk Blue"의 중반부에서는 잠깐 그가 타인을 향해 소리 지르는 것이 아닌, 자신의 연주에 취해 발현되는 흥에 겨운 보컬을 경험할 수 있다. 매혹적인 하모니와 강렬한 감정 표현이 인상적이면서도 다양한 색감을 통해 여성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며, 중반부의 발랄한 보컬이 듣는 이에게 즐거움을 준다. 이는 감상자에게 깜짝 선물과도 같다.

또, "Old Portrait"에서는 조용히 명상을 하듯 펼쳐지는 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한 인간의 내면의 아름다움과 감상자의 내면의 아름다움이 만나는 순간을 경험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Compositional Theme Story: Medleys, Anthems and Folklore"는 밍거스의 복잡한 음악적 사유와 창의성을 잘 보여준다.

이처럼 밍거스의 음악은 단순한 음향의 조합이 아니라, 우리 내면의 감성을 일깨우는 통로가 되어준다. 음악을 듣는 것이 단순한 감상이 아닌, 특히 나에겐 나 자신과의 대화를 가능하게 하는 경험으로 다가온다. 이러한 순간들이 켜켜이 쌓여 오늘의 나가 된 것같고 나의 삶이 풍부해졌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Charles Mingus의 스튜디오 앨범 Mingus Plays Piano(1963년)

레이블: Impulse
녹음일: 1963년 7월 30일
발매년: 1963년
길이: 50:03
스타일: Post-Bop/ Avant-Garde Jazz
프로듀서: Bob Thiele

Track listing(괄호 안에 표기되어있지 않는 것은 모두 Charles Mingus의 작곡)
1. "Myself When I Am Real" – 7:38
2. "I Can't Get Started" (Vernon Duke, Ira Gershwin) – 3:43
3. "Body and Soul" (Frank Eyton, Johnny Green, Edward Heyman, Robert Sour) – 4:
4. "Roland Kirk's Message" – 2:43
5. "Memories of You" (Eubie Blake, Andy Razaf) – 4:37
6. "She's Just Miss Popular Hybrid" - 3:11
7. "Orange Was the Color of Her Dress, Then Silk Blue" – 4:18
8. "Meditations for Moses" - 3:38
9. "Old Portrait" - 3:49
10. "I'm Getting Sentimental Over You" (George Bassman, Ned Washington) – 3:46
11. Compositional Theme Story: "Medleys, Anthems and Folklore" – 8:35


Personnel
Charles Mingus - piano, vocals



1. "Myself When I Am Real" – 7:38

https://youtu.be/QCftCgKEB4o?list=OLAK5uy_nPstgA-D-xKxJSbJ7gdS9ITQVWHIAA1q8



2. "I Can't Get Started" (Vernon Duke, Ira Gershwin) – 3:43

https://youtu.be/OuWaWgFZt4w?list=OLAK5uy_nPstgA-D-xKxJSbJ7gdS9ITQVWHIAA1q8



3. "Body and Soul" (Frank Eyton, Johnny Green, Edward Heyman, Robert Sour) – 4:

https://youtu.be/G0wOR66OJjo?list=OLAK5uy_nPstgA-D-xKxJSbJ7gdS9ITQVWHIAA1q8




5. "Memories of You" (Eubie Blake, Andy Razaf) – 4:37

https://youtu.be/GpzkClIj2No?list=OLAK5uy_nPstgA-D-xKxJSbJ7gdS9ITQVWHIAA1q8



7. "Orange Was the Color of Her Dress, Then Silk Blue" – 4:18

https://youtu.be/l70mOWjU7aU?list=OLAK5uy_nPstgA-D-xKxJSbJ7gdS9ITQVWHIAA1q8




10. "I'm Getting Sentimental Over You" (George Bassman, Ned Washington) – 3:46

https://youtu.be/RzWTsAdQnCI?list=OLAK5uy_nPstgA-D-xKxJSbJ7gdS9ITQVWHIAA1q8



11. Compositional Theme Story: "Medleys, Anthems and Folklore" – 8:35

https://youtu.be/M4hO6Q2MLcs?list=OLAK5uy_nPstgA-D-xKxJSbJ7gdS9ITQVWHIAA1q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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