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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1편> 원스 어폰 어 타임 – 한 소년을 추억하며

by thetraveleroftheuniverse 2025. 2. 5.

 

10년도 훨씬 전에 작가의 꿈을 꾸며, 뭐든 마구잡이로 휘갈겨 쓰던 시절이 있었다. 어지럽게도 열심히 써 내려갔지만, 소설 같지 않은 소설들, 이제 너무 낡아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들을 세상 빛이라도, 바람이라도 맛보게 하고 싶다는 생각, 내가 낳은 아이들에게 미안해서. 하루에 1,000자 정도의 시리즈물로 리본도 꽂고, 입술도 바르고 나들이 나올 이야기들에 박수를 좀 보내주시길.

 

 

 

 

<1>

 

원스 어폰 어 타임 한 소년을 추억하며

 

 

 

데어 워즈 어 보이 어 베리 스트레인지 언챈티드 보이

베이스의 현을 당기는 묵직한 음이 가수의 목소리에 무게를 주며 공간을 떠돌다 가라앉다를 반복했다. 반백의 여자가 곡의 가사를 따라하듯 입술을 달싹였다.

선생님, 그만 주무시고요. 여하튼 내일 공연은 차질……

젊은 여자가 반백의 여자의 눈치를 힐끗 보다 말을 멈췄다.

걱정 말고, 먼저 자요. 장 선생.”

물기 가득한 여자의 잠긴 목소리가 젊은 여자의 말을 막았다. 젊은 여자가 휴지를 건네며 지그시 상대를 쳐다보다 책상 위 노트북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남아공 6-25 참전용사와 함께하는, 동양과 서양, 베이스와 거문고, 재즈와 판소리. 해양문학의 완결자, 서용수 작가의 모나미 볼펜 - 그를 추모하며.’ 젊은 여자는 두 기사 위에 커서를 올렸다 내렸다를 반복하더니 노트북을 끄고 테이블 위 팜플렛을 들었다.

선생님과 제인씨 어쩌면 이렇게 잘 어울릴까요? 베이스 마스터 제인, 네덜란드에서 케이프 타운이라, 리 코니츠와 협연한 2006년 앨범 미팅 어게인은 최고였어요. 유럽에서 성공 가도를 달리던 그가 가계의 베이커리를 운영하기 위해 케이프 타운까지, 삶의 근거지를 옮기다니,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꾸는 결정적 순간이나, 사건, 성대 수술을 하고도 꿈을 잃지 않았던 선생님, 한 자루의 볼펜 때문에 생명을 유지했다는……

젊은 여자가 말을 멈추며 대화 상대를 힐끗거렸다.

저 먼저 잘게요. 내일 연주 끝나고 바로 공항으로 갈거고요. 작가님의 장례식에 참석하실 수 있을지 몰라요. 이제 선생님도 그만 정착하셔야죠? 저도 이참에 귀국하면. 결국 인생은 사랑받고 사랑하는 일이 전부라니.”

젊은 여자가 겸연쩍게 웃었다.

불 끌게요.”

젊은 여자의 고른 숨결 소리가 들려왔다.

어둠 속에 앉아있던 여자가 여행 가방에서 무엇인가를 꺼내더니 가슴에 꼭 안았다. 같은 자세로 우두커니 앉아있던 여자가 테이블의 조명을 켜고 안고 있던 봉투를 테이블 위에 내려놓으며 또 한참을 들여다보았다. 누렇게 퇴색되고 얼룩진 봉투에서 여자가 책 한 권을 꺼내 들었다. ‘갈매기의 꿈이란 글자가 선명하게 드러났다.

 

 

이야기의 첫 구절인,
“데어 워즈 어 보이 어 베리 스트레인지 언챈티드 보이”는 “예전에 매우 이상한 마법에 걸린 한 소년이 있었지요”로 시작하는 노래, Nature Boy의 첫 구절이며 이 곡은 수많은 곳을 여행했던 소년이 결국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하고 사랑받는 것이라고 설파하는 내용의 가사로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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