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74] 4기 김은 <모리스 블랑쇼의 존재론적 시간>
[원 문장] 『처음 읽는 프랑스 현대 철학』중 모리스 블랑쇼의 중성과 글쓰기, 역동적 파노라마 (김성하 지음)
“블랑쇼가 말하는 ‘밤’은 헤겔이 바라보는 ‘밤’과는 다른 ‘밤’입니다. 낮과 밤의 대립 관계는 더 상 없습니다. 헤겔의 논리에 직선적이고 발전적인 시간 개념이 깔려 있다면, 블랑쇼에게는 이러한 시간의 흐름이 단절되어 있다고 보면 됩니다. 하지만 시간의 흐름이 어떻게 될절될 수 있을까요? 시계 바늘을 맘시 멈추면 되는 단순한 일이 아닙니다. 브랑쇼가 말하는 단절은 이러한 물리적인 의미의 단절이 아니라, 헤겔과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기를 시도하는 읨에서의 단절입니다. 즉 헤겔과 달리 낮과 밤이 직선적이고 발전적인 의미에서 이해되는 것이 아니라면 당연히 직선적인 시간 흐름은 단절되어야 하는 것이겠지요. 그러니 밤은 단순히 낮에 대한 부정도 아니며, 또한 더 밝은 내일의 낮을 위해 있는 것도 아닙니다. 밤은 과거와 현재의 단절을 통해, 또 현재의 미래의 단절을 통해 드러난다고 봐야 합니다.”
나의 문장)
블랑쇼가 말하는 ‘밤’의 개념은 헤겔의 시간 이론과 명확히 다르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 우선 헤겔의 변증법과 그의 시간 이론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헤겔의 변증법은 사상의 역동성을 설명하는 데 사용되는 철학적 도구로, 대립되는 개념이나 상태 사이의 긴장과 그로 인한 합성을 통해 진보가 이루어진다는 것으로 그는 모든 현실이 자기 내부에 모순을 지니며, 이 모순을 해결함으로써 더 높은 수준의 진리로 발전한다고 보았다. 이 과정은 정립(thesis), 반정립(antithesis), 종합(synthesis)의 3단계로 정리된다. 즉, 대립과 긴장을 통해 새로운 통합으로 나아간다.
헤겔의 시간 이론은 이러한 변증법적이고 직선적인 시간 개념을 기반으로 하며, 시간을 역사적 발전의 과정으로 이해한다. 이는 정립, 반정립, 종합의 3단계를 통해 진행되며, 시간의 세 차원—즉 현재, 과정, 영원성—을 중심으로 설명된다. 헤겔에게 밤과 낮의 관계는 단순한 부정이나 준비 단계가 아니라, 더 높은 수준으로의 발전을 포함하는 과정의 일부로 이해된다.
이에 반해, 블랑쇼의 시간 개념은 헤겔의 직선적이고 발전적인 시간 관념을 거부한다. 블랑쇼에게 시간의 흐름은 단절되어 있으며, 이는 물리적인 단절이 아니라 철학적이고 존재론적인 단절이다. 그의 ‘밤’은 낮과 밤의 이분법적 대립이나 헤겔의 변증법적 관점에 종속되지 않는다. 대신, 밤은 낮을 단순히 부정하거나 준비하는 단계가 아니라, 낮을 망각한 상태로 정의된다. 이 망각은 과거와 현재를 단절시키지만, 과거를 완전히 지우거나 사라지게 하지 않는다. 오히려 망각은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며, 현재 속에서 과거를 살아있게 한다.
블랑쇼가 말하는 밤과 낮은 단순히 서로 반대되는 개념이 아니라, 끊임없이 이어지고 서로 영향을 주는 관계로 설명할 수 있다. 시간은 직선으로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계속 만들어지고 다시 만들어지는 순환적인 과정으로 이해된다. ‘밤’은 과거와 현재, 현재와 미래 사이의 단절을 통해 나타나는데, 이 단절은 단순히 시간이 멈추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시간을 바라보는 방식을 새롭게 정의하는 것이다. 블랑쇼의 밤은 특정한 성질이나 감정으로 규정되지 않는 ‘중성’이라는 개념과 깊게 연결되어 있다. 이 중성은 무언가를 알지만 동시에 모르는 상태, 즉 서로 상반된 요소들이 공존하는 역동적인 관계를 의미한다. 밤은 낮을 잊어버린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 망각 속에서 낮이 다시 나타난다. 그래서 밤과 낮은 서로 떨어져 있지 않고, 서로를 통해서만 존재와 의미를 가지는 관계를 맺고 있다. 쉽게 말하면, 밤과 낮은 서로를 필요로 하며, 하나가 다른 하나를 완성시킨다고 볼 수 있다.
블랑쇼가 말하는 ‘밤’은 헤겔의 직선적이고 변증법적인 시간 개념을 거부하며, 시간의 흐름을 단절과 중성을 통해 재구성하는 철학적 접근을 제시한다. 이는 밤과 낮의 관계를 단순한 대립으로 보지 않고, 망각과 재생을 통한 역동적인 관계로 이해함으로써 존재론적 시간의 흐름을 새롭게 탐구한다. 이러한 존재론적 시간 개념은 시간을 물리적이고 객관적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경험, 기억, 기대, 그리고 존재의 본질과 깊이 연결된 시간으로 이해하려는 시도이다. 이는 우리가 단순히 시간 속에 사는 것이 아니라, 시간 속에서 우리 자신을 끊임없이 형성하고 재발견하는 존재라는 점을 강조한다.
이처럼 블랑쇼의 존재론적 시간 개념은 철학적으로 깊은 사유에서 출발하지만, 이를 일상에서 실천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방식도 있다. 핵심은 시간의 흐름을 단순히 지나가는 것으로 보지 않고, 우리의 경험과 관계 속에서 적극적으로 재구성하고 의미를 찾는 태도를 가지는 것이다.
블랑쇼는 단절을 중요한 개념으로 받아들이며 과거와 현재, 현재와 미래는 단절되어 있으면서도 이어진다고 말하는데, 이는 지나간 일에 너무 매달리지 말고, 현재가 새롭게 열리는 순간으로 해석할 수 있어 오늘을 새로운 시작으로 보고, 과거의 실수나 후회를 현재와 단절시켜 마음의 짐을 덜어내는 것이므로 우리는 과거에 얽매이기보다는 "지금 이 순간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스스로에게 말하며 언제든 다시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힘을 얻는 것이다.
또한 블랑쇼는 기억과 망각의 균형 찾기를 권하는데 밤과 낮이 서로를 망각하면서도 그 안에서 의미를 찾는다는 의미이고 과거의 기억을 억지로 붙들지 않고 그 과거로부터의 배움에 더 강조점을 두라는 것으로 때로는 의도적으로 망각을 선택하여 현재의 새로운 가능성에 열려 있는 태도의 중요성을 더 강조한다. 즉 지나간 아픔에 매몰되지 않고, 그 경험이 지금의 나를 어떻게 성장시켰는지 떠올리면 새 출발할 수 있는 추진력을 얻을 것이다.
그리고 블랑쇼의 핵심적인 철학 개념인 "중성" 개념은 판단하지 않고, 열린 상태에서 상황을 받아들이는 의미인데 일상의 사건들에 대해 좋고 나쁨을 바로 판단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의 경험을 받아들이며 예상치 못한 일이 생겼을 때 "이건 나쁜 일이야"라고 단정짓지 않고, 그 상황에서 배울 점을 찾는 중립적인 태도로 현재를 경험하는 것이겠다. 일상 속 반복되는 경험들은 단순히 같은 일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가는 능동성을 말하는 것으로 매일 반복되는 일상(출근, 가사, 운동 등)을 지루하게 느끼지 말고, 작은 차이를 발견하며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라는 권고로 같은 길을 걷더라도 주변의 사소한 변화를 관찰하거나, 새로운 생각을 떠올리면 일상의 활기를 스스로 찾으라는 의미이겠다.
블랑쇼의 밤은 사색과 재생의 시간이다. 밤은 낮의 분주함에서 벗어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 밤을 내면을 돌아보는 시간으로 환원하여 명상, 일기 쓰기, 독서를 통해 자신과 대화하며, 낮 동안 놓쳤던 감정이나 생각을 다시 재정리하며 감사하거나 배운 점을 기록하는 것 또한 내일에 대한 자기 점검이겠다. 더불어 블랑쇼의 시간 개념에서 미래를 열어두는 태도 또한 중요한데 미래가 정해진 것이 아니라 현재의 선택과 경험으로 만들어진다는 것을 인지해 지나치게 구체적인 계획에 얽매이지 않고, 예상치 못한 가능성에도 열려 있는 태도로 하루를 계획하되, 우연히 생긴 기회나 만남을 받아들이는 유연함 유지하는 것도 필요하겠다. 더불어 우리는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시간 경험할 수밖에 없는 존재자이다. 이 말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함께 시간을 만들어 가는 연속이 일상이므로 가족, 친구, 동료와 함께 보내는 시간을 단순히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소중한 경험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블랑쇼의 철학은 문학과 예술에서 자주 논의되는데, 시간의 흐름을 예술처럼 창조적으로 경험하라는 메시지를 준다. 즉 자신의 삶을 하나의 이야기로 보고, 매 순간을 새로운 장면으로 구성한다고 상상하는 것이다. "지금의 나는 어떤 이야기를 쓰고 있는가?"라는 질문과 함께 “예술적 태도는 삶의 작은 순간에서부터 시작될 수 있다.”라는 말로 나의 삶을 예술적으로 새롭게 바라보라는 조언이겠다.
이처럼 블랑쇼의 존재론적 시간 개념은 삶을 더 깊이, 더 의미 있게 바라보는 시각을 제공한다. 우리가 이를 일상에서 실천하는 것은 현재 순간에 더 충실해지고, 과거와 미래를 새롭게 이해하며, 반복되는 시간 속에서 창조적인 태도를 가지게 만든다. 이 철학적 태도를 통해 우리는 단순히 시간을 소비하는 삶에서 벗어나, 시간 속에서 능동적으로 반응하면서도 시간의 흐름을 겸허히 받아들이는 태도를 자각하며 매 순간, 너와 나 함께하는 존재의 순간, 즉 관계 속에서의 공감, 대화, 혹은 함께 시간을 보내는 방식을 통해 충분히 만끽할 수 있는 일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쓰다 보니 내 일상에서 내가 소홀한 것들에 대한 반성이 잇따른다. 특히 함께 하는 시간의 소중함, 관계에서 비롯된 공감의 즐거움이 무엇보다도 귀한 것이라는 자각을 다시 느끼며 오늘도 내 소중한 순간을 즐겨보리라. (끝)
2024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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