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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우리 시대의 문화 사기꾼은 누구인가?

by thetraveleroftheuniverse 2024. 5. 17.

 

 

 

 

우리 시대의 문화 사기꾼은 누구인가?

 

 

휴 잭맨 주연의 뮤지컬 영화 “위대한 쇼맨”은 라라랜드 음악팀이 참여해 영화의 OST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 영화의 OST는 2018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앨범에 올랐고, 제75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 주제가상을 수상하고, 제90회 아카데미 시상식 주제가상에 노미네이트 되기도 하며 영화는 본 내용보다 그밖의 것들에 의해 더 주목받은 영화가 되었다.

 

나는 '영화와 철학'이라는 수업 시간에 학생들에 의해 선택된 이 영화를 감상했고 이 영화의 주제들을 고르며 나름의 영화에 대한 의의를 찾았다.

 

영화는 근대적 서커스의 창시자인 피니어스 테일러 바넘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는데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는 정체성, 자기 수용, 꿈의 추구, 영향력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의 책임, 인간의 인정욕구 등 다양한데 어젯밤 ‘인간의 인정욕구’에 대한 짧은 에세이를 쓰며 영화를 되집어 보다 영화 속 등장인물인 해럴드 신문사 소속의 공연 평론가인 제임스 고든 베넷(폴 스팍스 분)이 집요하게 주인공 바넘을 비판함에 주목하게 된다.

 

그는 바넘의 서커스를 보고는 천박한 속임수, 사기라며 엄청난 혹평을 하며 바넘에게 당신은 사기꾼이라고 대놓고 비판하지만, "베넷 씨. 마지막으로 활짝 웃어본 것이 언제입니까? 공연을 즐기지 못하는 공연평론가, 그것이 진짜 사기꾼 아닌가요?"라는 바넘의 말에 무언가 느낀 듯한 표정을 짓기도 한다. 이후 바넘이 제니 린드와의 동업이 파탄나고 공연장은 화재 때문에 전소해 파산한 바넘 앞에 나타나 그는 "당신의 공연은 절대로 예술은 아니다. 하지만 피부색도, 외모도, 사이즈(몸집)도 상관하지 않고 동등하게 무대에 세우는건.... 다른 비평가라면 훌륭한 인간애라고 평했을 겁니다."라며 간접적으로 응원해 주기도 하며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는 재기에 성공한 바넘의 서커스 공연을 신나게 활짝 웃으며 관람하는 모습으로 등장하는 인물이다.

 

그럼 그가 바넘의 서커스를 사기라고 혹평한 것은 단순히 특정 신체 부위가 비정상적으로 크거나 작은 신체 이형을 가진 사람이나 장애인 등의 사회적 소외 인물들을 모아 기형쇼(freak show)를 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바넘이 남중국해에 침몰해 있는 무역 선단 권리 증서로 은행에 담보로 맡기고 1만 달러의 대출을 받아 '바넘의 호기심 박물관'을 세웠다는 사실을 염두에 둔 것일까? 아니면 하급 문화라고 일컬어지는 서커스단의 활약에 대한 고급 문화의 일원으로서의 비판일까를 생각하게 된다.

 

물론 영화 속에서 베넷은 바넘이 어떻게 박물관을 구입했는지 그가 알고 있다는 설정을 보이지 않아, 바넘의 서커스단이 기형쇼를 하고 있다는 것에 의한 비판일 것이라 판단되지만 여하튼 그가 끊임없이 바넘을 향해 “사기꾼”이라고 외쳤던 것에 대해 주인공 바넘을 응원하며 영화를 보는 관객의 입장에서는 좀 짜증스럽기도 했음을 부인하지 않겠다.

 

그러나 짜증에 앞서 나는 그의 비판이 일부 바넘이 자신의 열등의식을 벗어나기 위해 사력을 다하는 것의 단초 중의 하나가 되었음을 부정할 수는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오늘 이 글을 쓰고자 하는 진짜 목적을 밝히려 한다.

 

바로 우리 시대의 문화 사기꾼은 누구인가? 라는 주제이다.

 

나는 오랜 시간 고향을 떠나있다 40대에 군산에 돌아와 가장 먼저 한 일은 시민문화회관이나 그 밖의 공공장소에서 열리는 ‘시민교육 강좌’를 듣는 일이었고 그 후로 학교에 진입하기까지 수많은 강좌를 꾸준히 참석해 왔다.

 

특히 근래에 들어 무상으로 엄청나게 질이 좋은 강좌를 들으며 꽤 높은 만족도를 느꼈던 적도 많아서 ‘우리나라, 참 좋은 나라’구나 마음으로 대한민국의 국민이 되어 동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에 나름 만족도 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시민교육 수업에 참석하며 가장 먼저 보였던 것은 이 시민교육의 허와 실이었다면, 내가 너무 냉정한 시선으로 공공교육을 폄하하는 것일까?

 

물론 아니다. 내가 비판하고 싶은 것은 눈뜨고 아웅하는 일부 교육단체와 담당자, 혹은 무상이라는 조건 때문에 의욕에 앞서 신청한 과목들에 대한 충실도가 낮은 참여자들에 대한 비판일뿐이다.

 

문화강국을 위해 정부는 우리가 낸 세금들을 세분해 적재적소(適材適所)에 쓰기 위해 노력하는데 문제는 그 자금들의 일부가 과연 올바르게 쓰여지고 있는가에 대한 우리의 관심이 비교적 허술하다는 데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닐까, 특히 정부자금을 받아 문화 공공사업을 하고 있는 각종 단체들, 그 단체에 소속된 직원들, 그 단체의 자금을 받아 직접 교육을 담당하는 강사들, 그 카테고리에서 과연 정부가 혹은 지자체가 목표로 하는 진정한 시민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는가에 대한 물음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이곳은 지방 소도시인 까닭에 많은 지인들이 각종 단체에 소속되어 직접 활동하는 것을 눈여겨보며 나는 이런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딱 꼬집어 자신들의 경제적 수입을 위해 일반 시민들을 혹은 국가의 세금을 노리는 것은 아닌가, 그것도 명예욕이라면 어느 정도 이해도 못할 바 아니고, 생계를 위한 궁여지책이라면 어느 정도 수긍하지 못할 바도 아니다.

 

그러나 이런 이유가 아니라 단순히 자신의 주머니를 채우기 위해 혹은 용돈 나부랭이를 위한 것이라면 어떨까?

 

또한 일반 시민을 가르칠 만큼 그들은 자신들의 실력을 갖추고 양심적으로 노력하고 있는 것일까? 수업 시간에 할당되는 조그마한 수입 때문에 시간 때우기 식의 정신으로 수업에 임하는 것은 아닐까?

물론 문화사업을 수행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은 나의 이러한 물음에 서슴없이 자신을 돌아보며 당당해 할 사람들도 많을 것이고 그 덕분에 교양에 목마른 일부 시민들의 갈증을 채워주는 보람을 느낄 분들이 훨씬 많을 것이다.

 

그럼에도 오늘 나는 일부 현시대의 문화 사기꾼이라는 이름 아래에 모일 몇몇 얼굴들이 스쳐감에 나조차도 낯 뜨거울 지경이다.

 

특히 국가나 지자체의 자금을 받아 하청식으로 강사에게 책임을 떠맡기며 자신들의 서류 작업을 위해 막무가내로 사업 성과를 형식적으로 채우려 하는 모습이나, 가르칠 자격도 없는 강사들이 노력도 없이 짜맞추기식 서류를 작성하고 인맥을 이용해 자신의 실적을 부풀리는, 일부 몰지각한 문화 사기꾼들이 우리 주변에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대목에서 나는 또한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러면 당신은 그들을 비판할 자격이 있나?” 그리고 이렇게 대답한다. “나는 세금을 내고 있는(물론 남편이 내고 있지만) 한 시민으로서 정당한 권리이자 의무이다.”라는 말을 덧붙인다.

우리는 모두 함께 잘 살아보자, 는 기치 아래 모인 대중들이다. 이 ‘모두 함께’라는 중요성을 잊지 않고 더불어 살기 위해 좀 더 나은 방향의 사회가, 우리가 되기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쓰고 있다.

더불어 이 글은 누구를 꼭 집어 비판하는 말은 아니라는 변명을 하고 싶다. 정부나 지자체의 도움으로 무상 교육을 많이 받는 일반 시민들도 자신이 참여한 수업에 충실할 것을, 그 수업에 임하는 모든 강사들 또한 노력하는, 진심인 모습으로 교육을 담당하기를, 자신의 주머니 채우기 식의 문화 기획이 아니라 끝까지 책임지는 단체들의 노력을 기대하는데 어쭙잖은 이 글을 쓰며 나는 5월의 봄처럼 반짝. 반짝 빛나는 시대, 공동체를 꿈꿔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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