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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네가 이따금 내 창문을 두드릴 때

by thetraveleroftheuniverse 2024. 1. 9.

 

 

 

심심하면?

 

타이틀:

네가 이따금 내 창문을 두드릴 때

 

감기 약에 취해

밤새 비몽사몽 뒤척이다

멍한 눈으로

천장을 바라보는 이른 아침,

 

부고 문자를 받고

또 조금

다른 부고 문자를 받는다.

 

바람 한 점 차이로

이승과 저승이 갈라치는데

나는 왜 잠들지 못해

유별난 꿈을 지속해서 꿔야만 했는지

 

누군가의 마음을 아프게 했고

또 나는 그 아픔을 자책하며 아파야 하는지

 

살아있는 것이

이토록 많은 얼룩을 남겨야 하는 일인지

 

어제 사놓고

채 마시지 못한

식은 커피를 홀짝이며

한참을 생각한다.

 

얼마간 이해했다고

혹은 이해할 수 있다고

역지사지의 가능성을 충분히 열어놓는데도

관계란 미로 속으로

자주 더

자주 깊숙이

미끄러지는지 모르겠다.

 

 

 

길을 찾았다 생각하는 순간에

더 어두운

무슨 미궁에라도

훌 홀로 던져지는 것만 같다.

 

하여

관계짓기를 최소화하며

고치 속에 숨은 번데기처럼

아무런 생각도 먹지 않고

몸과 생각을 웅크려

숨을 할딱이며

견디어 내자고

시간을 씹다 보면

어느 날

허물을 벗고 나비가 되겠지

가만가만

읊조리는 나날들

 

 

 

 

이따금

네가 찾아와

내 마음을 노크할 때

나는 크게 기뻐하지 않았지만

내 숨이 바로 쉬어진다는 사실을

말하지 못해

안타까웠다.

 

그러나

이 자리를 빌어

너에게 말하련다.

 

작은 파문을 그리며

그렁대던

내 마음속 우물에

너의 긴 그림자가

너울대고

네 모습 뒤로

말갛게 펼쳐진

겨울 하늘을 반사할 수 있어 좋았다고

 

 

 

 

그 하늘로

갈매기 한 마리가 날아들어

소리 없는

곡선을 그리며

내 마음의 파편 한 조각을

가만 물고 가는 것만 같아서

아니

그립다는 엽서 한 장을

너에게 실어 보내는 듯하여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고

 

 

 

 

이승과 저승의 경계에서

어쩌지 못하여

발을 동동거리며

반쯤 숨이 찬

어느 넋은

긴 숨을 들이켠다.

 

네가 내 창문을 두드릴 때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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