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하면?
타이틀:
네가 이따금 내 창문을 두드릴 때
감기 약에 취해
밤새 비몽사몽 뒤척이다
멍한 눈으로
천장을 바라보는 이른 아침,
부고 문자를 받고
또 조금
다른 부고 문자를 받는다.
바람 한 점 차이로
이승과 저승이 갈라치는데
나는 왜 잠들지 못해
유별난 꿈을 지속해서 꿔야만 했는지
누군가의 마음을 아프게 했고
또 나는 그 아픔을 자책하며 아파야 하는지
살아있는 것이
이토록 많은 얼룩을 남겨야 하는 일인지
어제 사놓고
채 마시지 못한
식은 커피를 홀짝이며
한참을 생각한다.
얼마간 이해했다고
혹은 이해할 수 있다고
역지사지의 가능성을 충분히 열어놓는데도
관계란 미로 속으로
자주 더
자주 깊숙이
미끄러지는지 모르겠다.
길을 찾았다 생각하는 순간에
더 어두운
무슨 미궁에라도
훌 홀로 던져지는 것만 같다.
하여
관계짓기를 최소화하며
고치 속에 숨은 번데기처럼
아무런 생각도 먹지 않고
몸과 생각을 웅크려
숨을 할딱이며
견디어 내자고
시간을 씹다 보면
어느 날
허물을 벗고 나비가 되겠지
가만가만
읊조리는 나날들
이따금
네가 찾아와
내 마음을 노크할 때
나는 크게 기뻐하지 않았지만
내 숨이 바로 쉬어진다는 사실을
말하지 못해
안타까웠다.
그러나
이 자리를 빌어
너에게 말하련다.
작은 파문을 그리며
그렁대던
내 마음속 우물에
너의 긴 그림자가
너울대고
네 모습 뒤로
말갛게 펼쳐진
겨울 하늘을 반사할 수 있어 좋았다고
그 하늘로
갈매기 한 마리가 날아들어
소리 없는
곡선을 그리며
내 마음의 파편 한 조각을
가만 물고 가는 것만 같아서
아니
그립다는 엽서 한 장을
너에게 실어 보내는 듯하여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고
이승과 저승의 경계에서
어쩌지 못하여
발을 동동거리며
반쯤 숨이 찬
어느 넋은
긴 숨을 들이켠다.
네가 내 창문을 두드릴 때면
#심심하면
#미로에갖힌
#겨울갈매기
#그립다는엽서한장
#갈매기우체부
#번데기속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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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ttersfromatrave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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