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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년 만에 다시 시작하는 23학번 대학 새내기의 분투기

독서 토론회 –군산대 독서 모임 <필담> - 43년 만에 다시 시작하는 23학번 대학 새내기의 분투기 시리즈 29

by thetraveleroftheuniverse 2023. 4. 27.

 

43년 만에 다시 시작하는 23학번 대학 새내기의 분투기 시리즈 29

독서 토론회 군산대 독서 모임 <필담>

 

 

  어제저녁 7시에 군산대 독서 모임 <필담>의 토론이 있었다. 중간고사가 끝난 후의 만남이었기에 만남 자체만으로도 쌓여있던 스트레스가 확 뚫리는 기분이었다. 동병상련(同病相憐)이랄까? 새 멤버의 출현 또한 멋진 파장을 일으키며 긍정적, 적극적 의견들을 서슴없이 나눴다.

책의 개략적 내용을 훑은 후, 의문이 들었던 부분에서 토론은 시작되었다.

 

1. 빨치산들 중 어느 부류는 전향을 했고 어느 부류는 끝내 전향을 하지 않았는데 그들이 전향을 택하지 않고 북한행을 주        장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A) 사회주의자인 그들의 북에 대한 환상, 즉 사회주의 공화국이 낙원이라는 이상사회에 몰두해 있었기 때문에 그들의 목표      는 그 세계에서 자신의 삶을 누리고자 했을 것이다.

B) 자신의 빨치산 활동의 정당성을 찾기 위해서, 즉 자신의 신념이 옳다는 것을 끝까지 주장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래야만       그때까지의 자신의 신념에 대한 활동들을 스스로 인정할 수 있었을 것이다.

C) 북으로 갔을 때야만 비로소 자신의 빨치산 활동에 대한 어떤 보상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을 것이다.

 

  등등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이러한 사항들은 우리가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추측할 수 있을 뿐이고, 화자의 아버지 의 가짜 전향은 아버지 신념의 결과였고, 결코 그 신념이 틀렸다 말할 수 없는, 아버지만 사정이 있었을 것이라고, 가령 가족을 떠날 수 없는, 동지들을 지켜야만 했던, 이 념 이전에 더 큰 도를 향한 아버지의 선택 앞에 우리가 어찌 옳다 그르다, 말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하는 토론이었다.

 

2. 내가 만일 빨치산이었고 전향을 하느냐, 혹은 하지 않느냐의 기로에 섰을 때의 선택은?

A) 전향을 했을 것이고 빨치산이라는 굴레를 평생 벗지 못해 나머지의 인생은 늘 타인들 의 눈초리와 마음들을 견뎌야만

    했을 것이다. 나머지 인생의 비루함은 선택의 결과이 고 그 결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자기 몫이었을 것이다. 라는 의

   견이 있었다.

 

3. 작가의 말에서 작가의 친구들은 작가를 반성주의자(反省主義者), 혹은 성장애주의자 (成長愛主義者)라고 칭할 정도로        작가 본인은 빨치산의 딸이라는 굴레를 쓰고도 자신의 성장을 위해 최선을 다해왔는데 쉰을 넘어서야 더 멀리 더 높이 나아가지 않아도 된다 는 것을, 행복도 아름다움도 거기 있지 않다는 것을, 성장하고자 하는 욕망이 오히려 성 장을 막았다는 것을깨달았다고 했는데 이 말은 어딘가 맥락적으로 맞지 않는 것은 아 닌가? 라는 물음에,

A) 여기서의 성장이라는 의미는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는데, 외적 성장, 즉 외면적인 사회적 지위나, 명예, 혹은 경제적        성장을 말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의 성장은 내적 성장, 즉 자신의 처지를 긍정하면서도 단단하면서도 유연한 마음을 갖        는 다는 것으로 작가의 의도는 지금까지 자신의 삶은 오직 외적인 성장에 주목을 했던 것을 후회하 는 말로 아버지의 죽      음을 통과하면서 깨달은 것은 자신의 욕망이 내적 성장을 저해 했다는 것이라는 고백이라는 언급이 있었다.

 

4. 멤버 중 하나는 자신의 아버지의 회사에서의 모습과 집안에서의 모습이 확연히 다른 면을 발견했는데, 예를 들자면

   회사에서의 아버지는 농담도 하시고 무척 재미있고 활동적이지 만 집안에서는 과묵하신 점의 차이는 어디서 오는 것일

   까, 한편으론 놀랐고 한편으론 의 문이 들었다는 의견에,

A) 사람의 모습은 상황과 위치에 따라 유연하게 수없는 모습으로 변할 수 있어야 하는데, 아버지로서의 삶, 회사원으로서의

    삶, 친구로서의 삶, 선생의 모습으로서의 삶, 자식의 모습으로서의 삶을 변형시키며 사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언급이        있었다.

 

  *나는 이 말을 듣는 순간 무릎을 치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까지의 나는 어쩌면 다면적인 삶의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없었던, 뭐랄까, 항상 진지하고 도덕적 태도를 고수하고 자 하는 성향에 의해 타인들과의 관계 형성이 무척 미숙했을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 다. 아마도 수십 번 이런 글들을 읽었을 법도 한데 왜 이 순간, 나는 삶의 도(), 즉 지혜 롭지 못했을까, 나의 강직한 성품은 그저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한 방도에 불과했음을 느끼 다니, 마치 공자님의 朝聞道夕死可矣(조문도석사가의/아침에 도를 들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라는 말처럼 나는 이제 깨달았으니 죽어도 좋을 만큼 이 독서 모임이 나에게 미치는 성공적 결과에 신기하면서도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5. 지난번 독서 모임에서 다뤘던 제주도 4.3 사건을 주제로 한 현기영 작가의 <순이 삼촌>에 서처럼 개인의 잘못이 아니라      역사적 희생양으로서의 삶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될까, 빨치 산 또한 이념의 갈등으로 인한 역사적 희생양일 지도 모르

    는데 우리 사회는 그들을 포용하 지 못하는 갈등이 여전히 존재하는 것 같다. 역사의 한 예로, 정유재란이나 병자호란 때

    적들에게 잡혀갔다 돌아온 여인들을 가리켜 화낭과 비슷한 발음의 환향녀(還鄕女)로 빗대 쓰며 이 여인들이 다시 조선

    으로 돌아왔을 때 사람들은 그들이 오랑캐들의 노리개 노릇을 하다 왔다고 하여 아무도 상대해주지 않았을 뿐더러 결혼      한 여성의 경우 이혼을 당하기도 했던 우리의 실태를 다시 한 번 뒤돌아 보는 시간을 가졌다.

 

6. 이번 책의 제목인 <아버지의 해방 일지>라는 뜻을 두 가지 측면에서 해석을 하자면 아버지 의 죽음은 아버지가 빨치산이

   라는 이름 아래 수많은 곤욕을 치뤘던 삶으로 부터의 해방이 기도 하고 그동안 화자가 가졌던 아버지에 대한 편견을 부

  수게 된 의미의 해방이라는 뜻으 로 된 이중적 의미를 가진다는 언급 또한 있었다.

 

7. 마지막으로 나는 어떤 아버지, 어머니가 되고 싶은가?

A) 친구 같은 부모가 되고 싶다. 자녀들의 모든 이야기를 듣고 이해할 수 있으며 친구처럼 허물없는 관계를 지향해야겠다.

B) 우리 어머니처럼, 내가 어떤 선택을 하던 긍정적인 태도로 격려를 보내는 그런 부모가 되고 싶다.

C) 자식들의 독립을 일찍부터 서서히 키워주는 부모, 가령 초등학교 때부터 여행을 많이 하고 중학교에 들어선 그 여행 계

    획을 본인이 짜게 하고 고등학교 때에는 서슴없이 혼 자서도 여행을 즐길 수 있는 상황을 만들면 좋겠다.

D) 자식들이 어떤 선택을 하든, 그 선택을 책임질 수 있고 그 결과를 수용하게 될 수 있다 , 설사 실패했을지라도 긴 인생      의 여정에서 그것은 곧 성공의 시작을 의미하므로 그것 또한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부모가 더 바람직하다.

E) 위 사항 모두를 긍정하지만 자식 앞에선 한 없이 약해지는 것이 부모이므로 부모가 자식에 대한 참 사랑이 어디에 있는

    지 끊임없이 살펴야 한다.

 

6. 신세대와 구세대 와의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방편이란, 더 많은 경험을 한 구세대가 신세대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        하다.

 

  등등, 많은 토론이 오갔다. 새삼 이 나이에 인생 앞에 겸허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는 끊임없이 반복되는 자아비판, 즉 철학적 사고를 통한 자아 인식과 그 인식을 바탕으로 하는 노력에 의한 성장이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는 모임이었다.

  책을 읽은 후 나의 다짐 중 하나는

  “누구에게나 사정이 있다. 아버지에게는 아버지의 사정이, 나에게는 나의 사정이, 작은아버지에게는 작은아버지의 사정이, 어떤 사정은 자신밖에는 알지 못하고, 또 어떤 사정은 자기 자신조차 알지 못한다. (33)”

  즉 빨치산이었던 아버지의 십팔 번, “사램이 오죽하면 글겄냐라는 생각으로 좀 대범하게 일상을 살았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