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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야기

2023년 3월 31일 진주 여행 2일 차

by thetraveleroftheuniverse 2023. 4. 1.

진주  여행 2일 차)
 
숙소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진양호를 찾았어요. 지리를 잘 모르는 까닭에 진주 남강댐 물박물관 주차장을 찍고 길을 나섰죠. 노을공원이란 푯말에서 네비양은 목적지라며 종알거리네요.  
 
 

 

 
 

 
 
 
하루 종일 이 근동에서 어슬렁거릴 참이라 단단히 무장을 하고 주변을 둘러 보았어요. 오즈의 마법사들 속의 캐릭터들처럼 공원엔 예쁘고 귀여운 철제 캐릭터들이 우릴 반겼죠. 이순을 넘겼지만 전 때때로 동화 속 환상의 세계를 꿈꾸기도 하거든요. 나이가 들면 어느 정도 유아기나 혹은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자 하는 욕동이 있는 것도 같아요. 여하튼 곰돌이 푸우 같은 캐릭터들 앞에서 사진도 찍고, 신기하게도요. 울 남편은 소나무가 멋있다며 소나무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달래서 전 웃음을 참고 카메라의 셔터를 눌렀어요.
 
 

 
 

 
 
 
노을공원은 생각보다 작았고 마침 200미터쯤 산을 올라야 만날 수 있는 물박물관은 임시휴관했더라고요. 리모델링을 하는 것 같았어요. 노을 공원에서 그곳까지 오르는 길, 인적도 자동차도 없어 오히려 한적하니 느릿느릿 걷기에 딱 좋았어요. 그런데 도대체 동물원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요?
 
검색을 해보니 그곳은 노을 공원과 반대쪽에 위치해 있어 다시 10여분 달려갔어요. 소박한 공원에 동물들은 많지 않았지만 오랜만에 살아있는 호랑이, 낙타, 라마, 타조, 원숭이 등과, Say Hello도 하고 동심으로 가득 찬 내 마음에도 꽃비가 내리더군요.
 

 
동물들에게 카메라를 들이대도 철조망 저쪽의 아이들은 도무지 모델이 되어줄 의향이 없는 듯해요. 애타게 라마를 불러도 알은 척을 하지 않고 먹는 일에 몰두해 있고요.
 
얼마 전에 MBC에서 방영되었던 “태어난 김에 세계 일주”라는 프로그램에서 기안84와 배우 이시언의 남미 여행을 즐겨 보았는데요. 기안84가 라마인지 알파카와 사진을 찍겠다는 것을 이시언이 극구 말리는 장면이 오버랩 되더군요. 다소 엉뚱한 기안84에게 애정이 가는 장면이기도 하고요, 이시언, 본인도 모르게 타인을 지배하려는 경향, 우리 누구나 그러한 성향이 있음을, 특히 저 자신 남편에게 저도 모르게 그러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아니었는지, 잠깐 라마를 보았을 뿐인데 이런저런 생각이 떠오르더군요.
 
점심을 위해 다시 5분 정도 차를 타고 내려가니, 평거동의 화덕생선구이 집이 보이데요. 그곳에서 점심을 먹자고 합의를 보고 들어갔는데, 헐, 우리의 선택은 100퍼, 멋졌어요.
 
 

 
 
1인당 14000원의 고등어 구이 정식에 곁들여진 밑반찬들이 완전 제 취향, 연근 샐러드, 얼갈이 샐러드, 도라지 무침, 곤드래 볶음, 산상주 들깨무침, 알타리 김치, 잡채, 김. 된장국, 게다가 취향껏 무한히 먹을 수 있다는 것에 절로 환호성이 나오는 걸 참아야했죠. 진주를 떠나기 전 한 번 더 와도 되겠다 하니 남편도 고개를 끄덕이네요. 다시 갈 때는 볼락구이와 임연수 구이를 따로 주문해 남편과 반반씩 나눠 먹기로 했답니다. 가격 대비 가성비 훌륭, 이곳 강추예요. 계산하고 나오면서 주인장에 박수를 보낸다고 고맙다고 했어요. 값없는 말 한 마디에 주인장의 노고가 스르르 녹기를 바라며...
 
배불리 먹었더니, 산책이고 뭐고 일단 숙소로 돌아가 쉬고 다시 나오자 하여 한 시간쯤 오수를 즐긴 후 진주에서 가장 규모가 큰 중앙시장을 둘러보았죠. 이곳에서 남편과 약간의 실갱이가 있었고 남편의 입님께서 대빨 나오셨다는...
 

 
 

 
 
이곳저곳 둘러보다 신발 가게가 보이더라고요. 마침 운동화가 하나뿐이라서 하나가 더 필요해 저렴한 비용으로 구매할 수 있을 것 같아 둘러보다 39,900원 가격표가 붙어있는 신발을 골랐어요. 신어보니 편하고 제 마음에도 쏙 들어 남편에게 물어보았죠.
“자기야, 내 선물 어때?”
울 남편 저를 지그시 쳐다보며 왈,
“꼭 시장에서 그렇게 비싼 신발을 사야 해?, 차라리 백화점에 들르지.”
저는 남편의 속셈을 간파하죠. 사주기 싫다는 의사 표현이에요. 평소 남편은 돈에 대한 강박관념이 있고 더구나 새로 뭔가를 구입하는 것에 꽤 민감한 편인데요, 백화점 운운하는 것은 그저 변명에 불과하다는 것을 저만은 알고 있답니다. 저의 소비 패턴은 가격에 상관없이 맘에 드는 것은 일단 사고 보는 편인데 저도 나이 탓인지 책이나 엘피, 화분 이외 것을 구입하는 재미를 잃고 있어요.
한 푼도 깎아 줄 수 없다는 가게 주인과 어떻게든 사고야 말겠다는 내 고집, 카드를 쉽게 꺼내지 않는 남편, 결국 제가 열 받아서 제 카드를 막 긁으려는 찰라, 남편이 할 수 없이 자기 카드를 쑤 ~ 욱, 저는 득템을 하고 말았네요. ㅎㅎ 여하튼 수확은 수확, 39,900원 짜리 신발 하나에도 이렇게 좋을 수가, 제가 너무 소박한 사람이 되어가는 것 같아요. (자기 자랑?)
 
 

 
 

 
중앙시장에서 떡이며 식혜 등 먹을 거리를 챙겨 촉석루를 향해, 깜놀했지 뭐예요. 예전의 촉석루가 아니더라고요. 넓고 깨끗하게 단장되었음엔 물론이고 건물들의 고즈넉한 아름다움에 완전 반했잖아요. 마침 노을이 막 지려는 무렵이었고 인적도 드물었고요. 다음 날 오전에 카메라 들고 한 번 더 오쟀더니 남편도 고개를 끄덕끄덕, 잠깐 남강 주변을 산책하다 숙소로 돌아와, 둘이 오븟하게 싸 들고 온 와인 한 잔씩, 그리고 뜨거운 밤을, (상상금지, ㅋ ㅋ)  그렇게 이틀의 진주 여행이 마감되었답니다.
 
 

 
 
오늘 아침, 제가 수다를 펴는 동안, 남편이 준비한 아침 메뉴, 이젠 선수가 다 되어가죠? 오늘은 촉석루, 진주시립 이성자 미술관, 진양호 둘레길, 북카페, 진주시 전통예술회관의 “벚꽃 풍류”란 프로그램도 즐기고 밤엔 노래방도 가려고요. 더 흥미로운 수다는 내일 아침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