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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

밤을 채우는 감각들/4부차일드 해럴드의 순례/민음사

by thetraveleroftheuniverse 2023. 1. 30.

 

민음사에서 세계시인선 필사 책 "밤을 채우는 감각들"의 출판과 더불어 체험단을 모집했답니다.
디킨슨, 페소아, 프루스트, 바이런의 작품을 직접 손으로 쓰는 경험을 바탕으로 SNS및 온라인 서점 리뷰 작성하기...

체험단 50명 모집에 재미삼아 도전했더니, 책이왔고 필사를 시작해 이제 마지막장을 마감합니다.

간혹 인상 깊은 구절들의 책 필사를 종종했지만 이렇게 책 한 권을 필사하는 느낌은 뭔가 색달랐죠.

짧은 구절들이라 필사의 어려움도 없었고 오히려 몇번이고 읽어보고 낭독도 해보고 필사의 즐거움이 배가 되느는 느낌이었답니다.

좋은 이들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
앞으로 필사에 더 적극적이겠다는 결심을 이끌었던 책,
추천드립니다.

 

 

 

 

 

밤을 채우는 감각들

4

차일드 해럴드의 순례

 

 

앞날의 희망이 곧 행복이라고

1

앞날의 희망이 곧 행복이라고 말들 하지만

진정한 사랑은 과거를 아껴야지.

추억은 찬양하는 생각들을 일깨운다.

그 생각들은 처음 떠올라 맨 나중에 진다

 

2

추억이 가장 아끼는 모든 것은

우리가 우리만의 미래로 희망했던 것.

희망이 경모하고 잃은 모든 것은

추억 속에 녹아들었다.

 

3

아아! 모든 것은 꿈이었다.

미래는 멀리서부터 우리를 속였다.

과거에 원한 것으로 우리는 될 수 없다.

현재의 우리를 감히 생각할 수조차 없다.

 

2. 추억

모든 것은 끝났다. 꿈에 나타난 대로

미래는 희망에 빛나기를 그치고

행복의 나날은 다하였다.

불행의 찬바람에 얼어

내 인생의 새벽은 구름에 가려졌다

사랑이여, 희망이여, 기쁨이여, 모두 잘 있거라.

추억이여, 너에게도 잘 있거라 인사할 수 있다면.

 

3. 몰타섬에서 방명록에

차가운 묘비에 새겨진 이름이

우연히 지나가는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듯

그대 혼자 이 페이지를 넘길 때

생각에 잠긴 그대 눈에 내 이름 띄기를.

 

내 이름 그대가 읽을 날,

그것은 어느 먼 날일 것인지.

죽은 사람에의 추억처럼 나를 생각해 다오.

내 마음 여기 묻혀 있다고 생각해 다오.

 

4. 오오, 아룸다움 한창 꽃필 때

오오, 아름다움 한창 꽃필 때 앗기다니!

무거운 묘비 네 몸을 누르게 하지 않으리

네 잔디 위에 장미를 기르리

세로 피는 장미 잎과 야생 편백나무가

부드러운 어스름 속에서 흔들리게 하리.

 

가끔 저 맑게 흘러가는 시냇물 곁에서

슬픔이 맥없는 머리를 기울이고

많은 꿈으로 깊은 생각 채우고

잠시 머뭇대다 가벼이 걸어가리라

우스운 녀석, 자기 발걸음이 죽은 너를 혼란시키리라는 듯이.

 

그만두어라, 우리는 알고 있다, 눈물이 헛됨을,

죽음이 비탄에 마음 쓰거나 귀 기울이지 않는 것을

그 사실이 우리를 슬퍼하지 않게 할 수 있을까?

애도하는 사람을 덜 울게 할 수 있을까?

그대, 나더라 잊으라 하는 그대

그대의 얼굴 창백하고 그대 눈은 젖어 있다.

 

5. 내 마음은 어둡다

내 마음은 어둡다 오오, 빨리 올려 다오.

하프를 들으려는 이 기력 약해지기 전에

너의 상냥한 손가락으로 나의 귀에

던져 다오 부드러운 속삭임을,

이 가슴에 희망이 남아 있다면

너의 가락으로 다시 한번 불러 다요.

이 눈 어디엔가에 눈물이 아직 숨어 있다면

흘러나와 진정시켜 주리, 이 불타는 머리를.

 

거칠고 침통한 가락을 들려 다오.
기쁨의 선율을 먼저 들려주지 말아 다오.

하프 켜는 이여, 나는 울어야 한다.

울지 않으면 무거운 이 가슴 터지리라.

이 마음은 실로 슬픔으로 자라

오랜 불면의 침묵 속에 혼자 고통당했구나.

그리고 마침내 최악의 운명을 만나게 되었구나.

금방이라도 터질 듯하다 노래에 몸을 맡기지 않으면

 

6. 다시는 방황하지 않으리

이렇게 밤 이슥도록

우리 다시는 방황하지 않으리,

마음 아직 사랑에 불타고

달빛 아직 밝게 빛나고 있지만,

 

칼날은 칼집을 닳게 하고,

영혼은 가슴을 해어지게 하는 것이니

마음도 숨 돌리기 위해 멈춤이 있어야 하고,

사랑 자체에도 휴식이 있어야 하리.

 

밤은 사랑을 위하여 이루어진 것,

그 밤 너무 빨리 샌다 해도

우리 다시는 방황하지 않으리

달빛을 받으며

 

7. 순례에 나서다

4

차일드 해럴드는 영화의 한낮을 누렸지.

햇빛 속에서 파리처럼 즐기며

자기의 짧은 하루가 끝나기 전

한 줄기 돌풍이 춥고 비참하게 하리라는 것을 생각지도 않고,

인생 칠십을 셋으로 나눈 그 하나도 지나기 전에

재화보다 더한 일이 그에게 떨어졌지.

그는 모든 쾌락에서 싫증을 느꼈어.

살던 곳에서 더 살고 싶지 않았어.

살던 곳이 수도사의 슬픈 방보다 더 적적히 느껴졌어.

 

8. 이별

2

잠시 때 지나면 해는 다시 뜨고

내일이 태어난다, 나는 기쁨으로

바다와 하늘을 맞으리라.

그러나 고향의 땅은 어찌하랴.

내 그리운 집에 인적 끊기고

벽난로 가는 황폐하리라.

무성한 풀은 벽을 에워싸고

내 개가 문간에서 짖으리라.

 

9. 이별

10

, 나의 작은 배여, 너와 더불어

어서 가자, 거친 바다를 가로질러

다시 고향만 아니라면

어느 나라로 날 싣고 가든 상관없다.

오너라, 어서 오너라, 검푸른 파도여,

이윽고 그 파도 내 눈길에서 사라질 때

오너라 사막도 동굴도,

고향이여, 잘 있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