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戀書시리즈 - 독후감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

by thetraveleroftheuniverse 2021. 11. 4.

 

 

늦가을 아침

스며드는 햇살에 마음이 부시다. 부스러기처럼 떠도는 햇살을 가만 들여다보면 이름을 읊조리게 하는 이가 있다.

 

그의 꿈은 너무 가까이 있어 금방이라도 붙잡을 수 있을 것 같았던, 그러나 그의 꿈은 이미 그의 뒤쪽에, 공화국의 어두운 벌판의 밤 아래 두루마리처럼 펼쳐져 있는 도시 저쪽의 광막하고 어두운 곳에 가 있다는 사실을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던 사람,

 

위대한 개츠비

 

스콧 피츠제럴드의 서사 속 캐릭터이다.

 

삶의 가능성에 대한 예민한 감수성희망에 대한 탁월한 재능을 지니고 있던, 비록 그의 이상은 도덕적으로 타락한 것일는지 모르지만 그 꿈을 성취시키기 위한 헌신적 노력은 다른 인물들의 이기적이고 무책임한 행동과 비교해 볼 때 차라리 숭고했던, 비록 금방이라도 깨어질 환상일망정 그 환상이 없다면 삶은 너무나 가혹하고 참담하기에 꿈과 환상을 간직하고 그것을 성취하기 위하여 온갖 희생을 무릅쓴, 낭만적 환상을 통하여 삶의 비극적 의미를 극복하고자 했던 인물,

 

위대한 개츠비,

 

작가 피츠제럴드는 개츠비의 삶을 통하여 이상이나 환상을 지니는데  삶의 비결이 있으며 오직 이러한 이상이나 환상만이 부조리하고 무의미한 삶에 의미와 질서를 부여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 주는 캐릭터이다.

 

꿈과 환상이 미미한 시대이다. 끊임없이 읊어대는 현타(현실 자각 타임을 줄여 이르는 말로, 헛된 꿈이나 망상 따위에 빠져 있다가 자기가 처한 실제 상황을 깨닫게 되는 시간)‘라는 단어가 주는 압박감에 짓눌려 하루하루가 그저 그렇게 흘러갈 수 있는, 어쩌면 무의미한 삶이 현타라는 말 속에 갇혀 한없이 건조해질 수밖에 없다면 우리에게 주어진, 짧다면 짧은 시간을 어떻게 견딜 수 있을까, 에 대답을 부여해주는 위대한 개츠비...

 

20년도 더 전에 밑줄을 그었던 문장들, 그리고 새롭게 밑줄 친 문장들에 애드벌룬처럼 가슴이 부풀어 오르는 시간, 내 이십을, 서른을 뒤돌아보게 하며, 내 앞에 놓인 시간들에 리듬과 색과 파동을 선물하는 서사였다.

 

 

 

 

 

(필사)

개츠비는 내가 드러내놓고 경멸해 마지않는 모든 것을 대변하는 인물이었다. 그러나 만약 개성이 일련의 성공적인 몸짓이라면 그는 뭔가 멋진 것을, 마치 1만 마일 밖에서 일어나는 지진을 감지하는 복잡한 기계와 연결되어 있기라도 한 것처럼 삶의 가능성에 예민한 감수성을 지니고 있었다. 그런 민감성은 창조적 기질이라는 이름으로 미화되는 맥 빠진 감수성과는 전혀 차원이 다른 것이었다. 그것은 희망에 대한 탁월한 재능이요, 다른 어떤 사람에게서도 일찍이 발견된 적 없고 앞으로도 다시는 발견할 수 없을 것 같은 낭만적인 민감성이었다. 아니 결국 개츠비는 옳았다. 내가 잠시나마 인간의 짧은 슬픔이나 숨 가쁜 환희에 대해 흥미를 일어버렸던 것은 개츠비를 희생물로 이용한 것들, 개츠비의 꿈이 지나간 자리에 떠도는 더러운 먼지 때문이었다.(11)

 

인생이란 결국 단 하나의 창으로 바라볼 때 훨씬 더 성공적으로 볼 수 있게 마련이다. (14)

 

그는 사려 깊은 미소를 지었다. 아니, 사려 이상을 담은 미소를 지었다. 영원히 변치 않을 듯한 확신을 내비치는, 평생 가도 네댓 번밖에는 만날 수 없는 미소였다. 잠시 동안 영원한 세계를 대면한 - 또는 대면한 듯한- 미소였고, 도한 당신을 좋아할 수밖에 없으며 당신에게 온 정신을 쏟겠다고 맹세하는 듯한 미소였다. 당신이 이해받고 싶은 만큼 당신을 이해하고 있고, 당신이 스스로를 믿는 만큼 당신을 믿고 있으며, 당신이 전달하고 싶어 하는 최대한 호의적인 인상을 분명히 전달받았다고 말해 주는 미소였다.(73)

 

작별 인사를 하러 개츠비에게 갔을 대 나는 그의 얼굴에 다시 당혹스러운 표정이 떠올라 있는 것을 보았다. 지금 누리고 있는 행복이 얼마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지 어렴풋이 의심이 생긴 듯한 표정이었다. 오 년에 가까운 세월! 심지어 그날 오후에도 데이지가 그의 꿈에 미치지 못한 순간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녀의 잘못이라기보다는 그가 품어온 환상의 그 거대한 힘 때문에 말이다. 그 환상의 힘은 그녀를 초월하였으며 모든 것을 뛰어넘었다. 그는 창조적인 열정으로 직접 그 환상에 뛰어들어 그 환상이 끊임없이 부풀어 오르게 했으며, 자신의 길 앞에 떠도는 모든 빛나는 깃털로 그 환상을 장식했던 것이다. 어떤 정열이나 순수함도 한 인간이 유령 같은 마음속 깊숙이 품은 것은 어찌할 수 없게 마련이다.(138)

 

그러나 그의 마음속에는 언제나 폭풍우처럼 거친 갈등이 벌어졌다. 밤에 잠을 잘 때면 너무나 기괴하고 환상적인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를 않았다. 시계가 세면대에서 째깍거리고 촉촉한 달빛이 바닥에 아무렇게나 벗어놓은 옷을 적시는 동안,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화려한 우주가 그의 머릿속에서 실타래처럼 피어났다. 매일 밤 그는 졸음이 몰려와 생생한 장면을 망각의 포옹으로 감쌀 때까지 새로운 환상을 계속 늘려 나갔다. 얼마 동안 이런 환상은 그의 상상력에 돌파구를 마련해 주었다. 꿈처럼 비현실적인 현실을 만족스럽게 암시해 주고, 이 세상의 주춧돌이 요정의 날개 위에 안전하게 놓일 수 잇다는 약속을 암시해 주었던 것이다. (142-143)

 

그는 과거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나는 그가 되돌리고 싶은 것이 데이지를 사랑하는 데 들어간, 그 자신에 대한 어떤 관념이 아닐까 하고 추측했다. 그 뒤로 그의 삶은 혼란스럽고 무질서해졌지만, 만약 다시 한 번 출발점으로 돌아가 천천히 모든 것을 다시 음미할 수만 있다면, 그는 그것이 무엇인지 찾아낼 수 있었으리라.(159)

 

그가 들려준 이야기, 심어지어는 그의 놀라운 감상을 들으면서 나는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포착할 수 없는 리듬이랄까, 오래전에 어디서 들은 적이 있는 잃어버린 말의 파편이랄까. 한순간 어떤 구절이 입가에 막 떠오르려고 하더니 벙어리처럼 입술이 벌어졌다. 마치 놀란 숨을 내뱉을 때보다 더 안간힘을 쓰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그 말들은 아무런 소리도 내지 못했고 내가 간신히 떠올렸던 구절도 영원히 전달할 수 없게 되었다.(160)

 

그는 데이지에게 흥분해서 말하기 시작했다. 모든 것을 부정하고 아직 나오지 않은 비난에 대해서까지 자신을 변명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말을 하면할수록 그녀의 마음은 점점 더 멀어져 안으로 움츠러들었고, 결국 그는 포기해 버리고 말았다. 오후 해가 점점 기울어가는 동안 깨어진 꿈만이 계속 이제는 만져볼 수도 없는 것을 만지려고 하면서, 불행하지만 그렇다고 절망하지 않으며 방을 가로질러 그 잃어버린 목소리를 향해 몸부림치고 있었던 것이다.(191)

 

나는 이제 서른 살이 되었다. 내 앞에는 불길하고 위협적인 또 한 차례의 십 년이 펼쳐져 있었다. 우리가 그와 함께 쿠페에 올라타 롱아일랜드를 향해 떠난 것은 7시였다. 기분이 좋아 웃어대며 톰은 쉬지 않고 지껄여댔다. 하지만 조던과 나에게 그의 목소리는 보도 위에서 나는 이질적인 소음이나 머리 위 고가철도의 시끄러운 소리처럼 아득하게만 느껴졌다. 인간의 동정심에는 한계가 있는 법이라 우리는 그들의 비극적이 말다툼이 도시의 불빛을 뒤로한 채 스러져가는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하고 있었다. 서른 살 - 고독 속의 십 년을 약속하는 나이, 독신자 수가 점점 줄어드는 나이다. 그러나 내 옆에는 데이지와 달리 깨끗이 잊혀진 꿈을 해를 묵혀가며 간직하기에는 너무 똑똑한 여자인 조던이 앉아있었다. 어두운 다리 위를 지나고 있을 때 그녀는 창백한 얼굴을 내 웃옷 어깨에 나른하게 기댔고, 위안을 주는 그녀의 손길이 느껴지자 서른 살이라는 엄청난 충격도 사라지고 말았다. 그래서 우리는 서늘해지는 황혼을 지나 죽음을 향해 계속 차를 몰았다. (193)

 

그 집 주위에는 농익은 신비스러움이 있었다. 위층에는 어떤 침실보다 아름답고 시원한 침실이 있을 것만 같았고, 복도마다 대단하고 즐거운 일들이 일어나고 있을 검만 같았으며, 라벤더 속에 소중하게 보관해 놓은 곰팡내 나는 로맨스 말고 금년에 출시된 최신형의 번쩍거리는 자동차 냄새를 풍기는 신선하고 생기 넘치는 로맨스가 있을 것만 같았고, 시들지 않는 꽃들이 춤을 추고 있을 것만 같았다. 지금가지 많은 남자들이 이미 데이지를 사랑했다는 사실 또한 그의 가슴을 더욱 설레게 했다. 그럴수록 그의 눈에는 그녀의 가치가 더 크게 보였던 것이다.

그는 그 남자들의 존재가 아직도 떨리는 감정의 그림자와 메아리로 그 집 주위를 가득 채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209)

 

데이지는 나이가 어렸고, 그녀의 부자연스러운 세계는 난초 향기와 쾌활하고 명랑한 속물근성과 오케스트라의 냄새를 풍겼으며, 이런 것들이 슬픔과 암시로 가득 찬 인생을 새로운 곡조에 담아 그해의 리듬을 결정했다. 밤이 새도록 색소폰이 빌 스트리트 블루스Beale Street Blues의 절망적인 넋두리를 울부짖는 동안 금빛과 은빛의 화려한 구두 수백 켤레는 반짝이는 먼지를 일으켰다. 차를 마시는 어둑한 시간이면 으레 방마다 이렇게 나지막하고 달콤한 열기로 끊임없이 고동치는 것 같았고, 슬픈 나팔 소리에 이끌려 방바닥에 흩어지는 장미 꽃잎처럼 여지저기 새로운 얼굴들이 떠돌아다녔다.(213)

 

나는 그곳에 앉아 그 오랜 미지의 세계를 곰곰이 생각하면서 개츠비가 부두 끝에 있는 데이지의 초록색 불빛을 처음 찾아냈을 때 느꼈을 경이감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그는 이 푸른 잔디밭을 향해 머나먼 길을 달려왔고, 그의 꿈은 너무 가까이 있어 금방이라도 붙잡을 수 있을 것 같았으리라. 그 꿈이 이미 그의 뒤쪽에, 공화국의 어두운 1벌판이 밤 아래 두루마리처럼 펼쳐져 있는 도시 저쪽의 광막하고 어두운 곳에 가 있다는 사실을 그는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이다.(2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