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자영업보단 월급쟁이가 나아”
젊은 시절,
월급쟁이로 2년 정도 일한 적이 있었죠.
그 후론
거의 독립적인 일을 했기 때문에
사람들 틈에 끼여
부대끼는 일에 무척 겁이 났었다면
참 이 나이에도 어울리지 않겠지요.
아는 동생의 충언에
무척 망설이다 용기를 낸 요즈음은
동료라는 틈에 끼여,
그들 눈치 보느라고 좀 힘도 들더군요.
이 나이에도
부딪히는 사람들에 대한 무섬증에
잔뜩 주눅이 드는 내 자신이 좀 무능한 것도 같아
속도 상하고요.
사람에 치이고
일에 치이며
견디는 일이 참 쉽지 않네요.
사실은요.
일주일에 6일
전쟁 같은 삶을 살고 있답니다.
이른 새벽에 집을 나서,
별이 총총거리는 밤에 귀환,
돌아오자마자
씻고 누우면
하루가 그냥 굿바이...
하여도
일주일에 단 하루
토요일은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
그 자유의 소중함이 더 할 나위 없이 좋은 날,
두꺼운 겨울 커튼을 걷어내고
살랄라 커튼으로 창문을 단장시켰더니
봄빛 닮은 산뜻한 햇살이
사정없이 집안으로 스며들더군요.
빙긋 웃음으로 인사하며
오늘은
나를 위한 요리를 했답니다.
팟타이와 샐러드
브런치엔 와인 한 잔을 곁들이는 센스,
사람이 그리워
오후엔 시내에서 만남을 기약 했었는데
무산되는 안타까움을 보상하기 위해
쇼핑을 했죠.
그야말로
기생충 속 극빈자의 삶인데
오늘은 특별히
상류층의 흉내를 내며
와인 한 박스를...ㅎㅎ
4900원 짜리 꺄쇼가
바디감도 좋고
풍미도 좋더군요.
술을 자주 마시지는 않지만
술잔을 기울이는 그 순간만은
이제 너와 나,
마음을 여는
그 냄새와 분위기,
진짜 이야기가 통하는 시간의 도래가 아니겠어요?
돌아오는 길,
봄빛은 구름뒤로 숨었을까요?
잿빛 하늘 아래
펼쳐진 서해의 갯벌과 짠내를 흠뻑 들이켰죠.
저녁엔 또 다시
이런 멋진 상을 차려,
와인 한 잔으로 주말의 자유를 만끽했답니다.
내일 새벽,
다시 시작하는 일주일이
두렵기도 하고 기대도 되고,
잘 견뎌낼 수 있기를 기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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